차별의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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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다른 이름
  • 배재민 기자
  • 승인 2019.12.19 09:34
  • 수정 2019-12-19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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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장애인주차구역에 경고장 붙인 XXX’라는 제목의 인터넷 게시글이 뜨거웠다. 아파트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를 했다가 과태료를 물어 화가 난 차 주인이 엘리베이터에 붙인 경고장 내용이다.

경고장의 서두는 큰 폰트로 적은 장애인 씨이다. 그리고 장애인이 이 세상 사는데 특권입니까?’라는 황당한 문장으로 시작해 장애인은 특권이 아니라, 일반인이 배려하는 겁니다. 장애인 씨, 건강하고 오래오래 사세요. 당신도 진짜 장애인인지 지켜보겠습니다.’라는 협박으로 마무리된다.

해당 게시물은 각지의 인터넷 사이트들로 퍼졌고 원 글은 조회수가 7만이 넘었다.

댓글들을 보았다. “주차구역이 협소한 것이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한 것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장애인주차구역은 특권이 아니라 법이다.” 등등 차 주인의 미성숙한 의식을 비판하는 글들이다.

그 중 눈에 띄는 댓글이 하나 있었다. “경고장을 남긴 차 주인이 장애인인 듯.라는 댓글이다. 추천 수는 꽤 높았으며 댓글의 댓글에도 시원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해당 댓글의 작성자는 의식하지 않았겠지만 이 댓글 또한 장애인을 비장애인보다 어리숙한 존재, 부정적인 존재로 보는 듯해서 마음이 불편했다. 이 댓글을 시원하다고 칭찬하는 댓글들 또한 그것을 의식하고 있지 못하기에 씁쓸했다. 차 주인이나 이 댓글을 쓴 사람이나 결국 같은 시선을 가진 것이다. 다만 차이는 한 명은 동정은 필요 없다.” 한 명은 동정을 해야 한다.”로 갈릴 뿐이다.

차별을 비판하는 글에서 드러나는 내제된 차별은 자신이 이들보다 우월하다는 의식 혹은 다르다는 의식에서 나오는 동정이다. 나는 이들보다 우월하니, 나는 이들보다 다르니 관대하게 베풀어야지 하는 마음. 장애인주차구역이 평등에서 나온 권리가 아닌 우리보다 못한 존재니까 만들었지라는 동정으로 보는 시선.

의식 없는 동정은 차별의 다른 이름이다. 모두가 각자의 삶을 각자의 책임으로 살아간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인분의 몫을 어떻게든 살아가는 사람을 동정할 권리는 누가 준 것인가?

권리는 동정이 아닌 선입견을 배제한 눈으로 본 평등과 공평의 시선에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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