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 “‘수화’예술 통해 농인과 청인의 세계 연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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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 “‘수화’예술 통해 농인과 청인의 세계 연결하고 싶다”
  • 배재민 기자
  • 승인 2019.12.03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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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후트리/수화 아티스트
수어로 행복이란 단어를 표현하는 지후트리

지후트리(본명 박지후)는 자신을 수화 아티스트라고 칭한다. 손 수(), 그림 화()를 써서 손의 언어인 수어를 그림으로 그린다는 뜻과 손 수(), 말할 화()를 써서 수어로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뜻을 중첩한 단어로 수어를 그림과 퍼포먼스로 승화하는 그의 작업세계를 반영한 표현이다.

개인이 모어(母語)가 아닌 다른 문화의 언어로 작품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특히 수어라는 언어는 비장애인의 일상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낯선 언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한쪽 귀가 들리지 않고 삼촌은 사고로 팔 하나를 잃었다. 나도 손에 콤플렉스가 많고 관심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머니는 완전히 안 들리는 게 아니어서 수어를 할 줄 모르신다. 가족이 가진 교집합을 찾다 보니 손이었다. 그렇게 손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수어까지 하게 되었다.”

지후트리는 수어를 공부하며 손의 형태를 연구했다. 비장애인들이 수어를 낯설지 않고 거부감 없이 받아드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손의 움직임, 수어를 할 때 손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손이 보여주는 다양한 형태와 선들이 그것들이다.

지후트리 작품 - 가족
지후트리 작품 - 가족

 

사람마다 살아온 과정이 다르다. 표현방식과 주제에 따라 선을 쓰는 방식이 달라진다. 이야기를 쌓다 보면 사람이 이야기를 할 때, 마음의 언어를 얘기할 때, 형태가 다 다르다고 생각해서 손도 다양하게 표현한다.”

이런 그의 관점은 농아인 문화에 대한 관심과 문화의 다양성에 관한 전반적인 관심으로 이어졌다.

청인이 음성언어를 내뱉지 않으면 농인이랑 차이가 없다. 청인이 입으로 소리를 뱉으면서, 농인이 수어 동작을 함으로 인해 구별할 수 있다. 농인은 장애인으로 분류하지 말아야한다는 토론도 많이 있었던 걸로 안다. 나는 수어도 정체성이고 장애도 정체성이기에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에 음성언어를 하는 사람이 다수니 비장애인인 거지 농인이 많으면 비장애인이 소수자다. 서로를 분류하기 위해, 편하기 위해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카테고리를 나누었는데 그러다 보니 맞닿은 공간이 없어서 서로가 서로를 모르게 되었다.”

수어는 지후트리에게 농아인 사회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 주었다. 지후트리가 평생 살아온 청인의 세계와 새로 접하게 된 농아인의 세계 사이에서 수어는 그의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지정해 주었다.

수어를 공부하다 보니 처음엔 청각장애인이라는 단어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의학 용어였다. 농사회에서는 농인이라는 표현을 인간적으로 받아드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청인들의 사회에 농인사회를 알려주고 싶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에게 가지는 고정관념과 선입견이 있기에 농인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에게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5년 세계장애여성대회에서 일하며 그런 선입견을 겪기도 했었다. 가끔 몇몇 농인들은 나의 작업이 그저 농인들의 수어를 도구로 이용한다고 오해했었다. 나는 농인과 청인이 서로의 문화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농인은 청인사회를 모르고 청인은 농인사회를 모른다. 나는 수화 예술을 통해 농인과 청인의 세계를 연결하고 싶다.”

지후트리 작품 - 꽃
지후트리 작품 - 꽃

 

지후트리는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작품의 키워드를 고르고 자신의 감정과 기억들을 꺼내어 그림을 그리고 퍼포먼스를 구상한다. 또한 그는 의도적으로 낯섦을 배제하고 친숙한 그림으로 관람자들에게 다가간다. 그렇기에 청인들은 그가 표현하는 수어에 친근함을 느낀다. 지후트리의 작품에 대한 농아인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지후트리의 잊을 수 없는 기억 중 하나는 그가 슬럼프를 겪을 때 찾아온 농아인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작품활동을 하고, 우리가 이런 아름다운 작품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응원해 주고 싶다.”고 말을 했을 때다. 그는 농아인들과 소통을 마다하지 않는다. 농아인들도 그의 작품활동을 존중해 준다. 농아인들은 지후트리 작품의 가장 믿음직스러운 감수자다.

수어는 지역마다 사투리도 있고 각 나라마다 다르다. 환경이 다르면 수어의 어투와 느낌도 달라진다. 농인들하고 접점이 없을 때에는 표준수어, 사전수어로 작품을 했다. 농아인들이 요즘은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다고 알려주더라. 그럼 나는 받아들이고 수정한다.”

지후트리의 퍼포먼스 팀 '후후탱크'의 공연 캡쳐

 

퍼포먼스를 선보일 때는 살짝 다르다. 그림으로 수어를 그리는 것과 몸을 사용해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오는 차이다. “퍼포먼스는 움직임이다 보니 손을 한 곳에 오래 둘 수 없다. 손짓 하나로 여러 의미가 생긴다. 위치에 따라 감정이 달라지니 움직임이 너무 빠르면 보는 사람들은 헷갈린다. 그럴 때 농인친구들이 조심스레 표현을 잘 못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알려 준다. 그럼 작품 표현을 위해 안무로 변형시키다 보니 바뀌었다고 의도를 설명한다. 하지만 생활수어나 음성수어를 할 때는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한다.”

지후트리는 수화예술을 통해 청인과 농인의 세계를 연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그에게 두 세계는 연결되었다. 그가 생각하는 서로의 세계가 연결된 모습, 이상적인 사회로 가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문득 궁금해진다.

지후트리 작품 - 사랑해요

 

모두가 서로의 정체성을 존중해 주면 좋겠다. 내가 맞고 네가 틀린 게 아닌 서로가 맞는 거다. 서로를 그냥 존중하는 것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덜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는 이어서 “10년 내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참가하는 구분 없는 예술 페스티벌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지후트리의 작품이 장애와 비장애인의 틈 사이의 다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오고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배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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