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한국, 언제까지 중고령 장애인을 외면할 것인가?
상태바
고령사회 한국, 언제까지 중고령 장애인을 외면할 것인가?
  • 한기명/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강사
  • 승인 2019.11.22 09:44
  • 수정 2019-11-22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속도는 타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었고, 2017년 하반기부터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면서 복지지출 분야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노인문제는 시급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장애인구의 고령화는 전체 인구의 고령화 비율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65세 이상 비율이 2008년 34.5%였던 수준에서 2018년에는 장애인구의 절반을 넘는 53.7%에 달할 정도로 높아졌다(국가통계포털, 2019). 그러나 노인복지정책의 핵심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과연 노인의 범주 내에 기존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65세에 도달한 장애인을 포괄하고 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장애노인을 위한 정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장애기간이 20년 이상 경과한 경우에는 ‘조기 노화(premature aging)’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Treischman, 1987; 김은주, 2012), 40세 이상의 장애인은 이미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비율도 높아져 일반인에 비해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 이에 일부 학자들은 장애인의 이른 노화시기를 반영한 연령의 정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정도로 장애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2018년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8~2022년)에서조차 뚜렷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2008년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로 노화가 진행되면서 신체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는 비장애노인을 중심으로 한 시설은 급격하게 늘어난 반면,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노인으로 진입하게 된 노인은 받고 있던 장애인활동지원제도마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로 편입되면서 혜택이 줄어들거나 적절한 시설을 찾지 못해 집에서 머무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않던 장애인이 노인이 되었을 경우에는 어떠한가? 특히 평생을 장애와 사투하며 살아왔을 지적장애나 발달장애, 뇌병변장애인 등이 노인이 되면 해당 지역사회 내에 주야간보호시설이나 노인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가? 일부 이용 가능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등급을 받기조차 어려울 것이며, 등급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해당 시설 내에 편입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성인 초기부터 중장년층(50~55세)까지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주간보호센터마저도 전국에 742개(2018년 기준)로 지역마다 제한적으로 설치되어 있어 이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이마저도 시설마다 연령기준이 달라 경우에 따라서는 50세 혹은 55세까지 이용 가능하여 65세에 도달할 때까지 이용할 시설이 없어서 슬프다고 표현한다. 이들과 이들의 가족 돌봄자는 더욱 심각한 돌봄 상황을 겪어 왔고, 겪어야 함에도 왜 외면 받아야 하는가?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장애인과 노인에 대해 이원화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는 노화로 인한 신체적인 어려움을 겪는 노인(disability with aging)을 위해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해당하는 수발보험제도(Pflegeversicherung)를 운영하고 있으며, 65세 미만에 장애로 인해 장애인 통합 부조(Eingliederungshilfe)를 통해 받고 있었던 경우에는 65세 이상에 도달하더라도 계속 받던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수발보험제도와 장애인 통합 부조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에는 장애인 통합 부조가 먼저 적용된다. 이를 통해 노화와 장애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대상자에 대한 수요자 중심의 합리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에서 밝힌 두 제도 간 서비스 대상, 목적 등이 달라 제도 간 취사선택을 할 수 없다는 불수용 입장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고령 장애인에게는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며, 단기적인 개선으로 이원화된 제도 운영을 유지하되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서는 연령 제한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뿐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 거주하고 있는 중고령 장애인의 경우에도 노인과 동일하게 수요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적절한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