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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욕구에 따른 서비스 수급과 장애인등록제 폐지
승인 2019.11.08  09:15:32
이선우/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handicap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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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의 이용 대상을 판정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의료적 모델에 따른 장애인등록제이다. 장애등급제가 장애정도로 명칭만 바뀌었을 뿐 근본적으로 폐지된 것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장애정도마저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의료적 모델이 폐기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등록제가 의학적 손상정도를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장애등급제를 완전히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장애판정에는 의료적 모델이 적용된다. 따라서 장애인등록제가 남아 있는 한 여전히 우리나라의 장애출현율(5.39%)OECD의 장애출현율(13.8%)에 비해 크게 낮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상황에 대한 유엔의 최종 견해에서도 장애인복지법 하의 새로운 장애판정과 등급 시스템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오직 의학적 사정에만 의존하고, 다양한 장애인의 욕구를 고려하고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장애인을 망라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모든 종류의 장애인을 망라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지적은 장애판정, 즉 장애인등록제의 문제이다.

장애인등록제가 폐지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는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의 별표에 의한 장애판정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비법정 장애인은 앞으로도 계속 각종 장애인복지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정부는 장애인등록제로 인해 장애출현율이 5.39%에 불과한 상황에서도 장애인복지예산의 급격한 증가를 우려하고 있어서 장애출현율을 높이려는 정책을 시행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장애인을 위한 사회서비스는 보편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데, 이는 모든 장애인에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상생활 지원욕구가 있는 장애인(장애인등록제에 의해 제한되지 않은 비법정 장애인을 포함한) 모두에게 소득 기준의 제한 없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의 일상생활 지원욕구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이 도입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가 일상생활 욕구수준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결과가 나타난 가장 큰 이유는 예산의 부족이지만 그에 못지않은 큰 이유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의 결과가 기존 인정조사 결과와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한다는 정부 및 장애계의 요구이다. 일생생활 지원욕구 기준이 의학적 기준보다 더 합리적이라면 의학적 기준에 의한 급여 신청자의 급여량과 일상생활 지원욕구에 따른 급여 신청자의 급여량은 달라야 한다. 즉 의학적 기준과 일상생활 지원욕구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의학적 기준에서 급여량이 적었던 대상자가 일상생활 지원욕구 기준에서는 급여량이 많아지고, 반대로 의료적 기준에서 급여량이 많았던 대상자가 일상생활 지원욕구 기준에서 급여량이 적어지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일상생활 지원욕구 기준으로 급여량 판정기준이 변경된다 하더라도 기존 수급자 모두의 급여량이 늘어나는 그런 기준의 변화는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기존의 의학적 기준이 부적절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활동지원서비스이든, 주간활동지원서비스이든, 어떤 서비스의 욕구평가이든 하나의 기준으로 모든 욕구를 평가할 수 없다. 또한 기존과 다른 평가기준을 만든다면 과거 기준에 비해 이익을 보는 급여 이용자가 있는 만큼 불가피하게 손해를 보는 급여 이용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손해를 보는 급여 이용자를 줄이려고 조사표를 자의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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