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의사소통권리와 AAC에 대한 지지적인 인식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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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의사소통권리와 AAC에 대한 지지적인 인식을 바란다
  • 최승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전 CommA 프로젝트
  • 승인 2019.09.20 09:19
  • 수정 2019-09-2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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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전 CommA 프로젝트 매니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함’, ‘의사소통’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이러한 의사소통은 누구나 누릴 수 있고, 또 누려야 하는 하나의 권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너무나 당연하게 의사소통을 해 온 우리들은 이것이 소중한 권리임을 인식조차 하지 못합니다.

반면, 우리 사회의 수많은 장애인들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가족·친구들과의 대화, 물건 구매, 공공기관 및 편의시설 이용 등 삶의 많은 영역에서 커다란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재난이나 범죄 상황 시에는 생명의 문제로 직결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의사소통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합니다.

저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CommA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많은 장애인분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만나 본 이들은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외치며, 이러한 어려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며 저 역시 비장애인이지만 그들의 상황에 크게 공감하였습니다. 그리고 뜻이 맞은 사람들과 함께 장애인의 의사소통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이때 알게 된 것이 바로 ‘AAC’와 ‘AAC Zone’입니다.

AAC란 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의 약자로, 보완대체의사소통을 뜻합니다. AAC란 단어 자체가 생소할 수는 있으나,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바디랭귀지처럼 말을 보완하거나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이라 생각하시면 쉬울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AAC의 종류로는 앞서 언급한 몸짓·손짓부터 필담, 눈 응시, 상징 및 도구 활용까지 매우 다양한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AAC는 발화를 보완 및 대체해 줄 뿐만 아니라 언어기능 향상·부적절한 문제행동 감소·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 가능 등의 여러 가지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AAC는 발화가 어려운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의사소통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실제 생활에서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AAC 도구 및 보조기기 개발의 문제, 보급 및 중재의 문제 등 여러 원인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인식’의 문제였습니다. 장애인의 AAC 사용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지 또는 부정적 인식이 이러한 문제를 낳았던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장애인분들이 의사소통을 위해 AAC 도구를 꺼내들었을 때 무시당한 경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한 시선을 느낀 장애인들은 자연스레 AAC 사용을 꺼리게 되고 심지어는 AAC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장애인의 AAC 사용에 대한 비장애인의 무조건적인 배려나 양보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가지고 이를 기다려주는 자세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어치료AAC센터 ‘사람과소통’과 고려대학교 인액터스 ‘CommA’는 이 같은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AAC Zone’을 조성합니다. AAC Zone이란 AAC를 활용하여 의사소통이 가능한 지역사회의 다양한 장소를 의미합니다. 이곳에는 의사소통 도움판·태블릿 PC 등 다양한 AAC 도구가 설치되어 있으며, AAC 사용에 대한 지지적인 인식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성산1동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AAC Zone은 현재 서울 은평구․중구, 인천, 제주 등 다양한 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언어치료AAC센터 ‘사람과소통’과 고려대학교 인액터스 ‘CommA’는 장애인들이 AAC Zone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AAC 도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AC Zone의 핵심은 바로 지지적인 인식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의 의사소통권리와 AAC에 대해 지지적인 인식을 갖게 되면, 결국 우리 사회의 모든 곳이 AAC Zone이 될 것이며, 언젠가는 AAC Zone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저희는 단순히 AAC Zone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넘어 장애인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 참여하고, 진정한 의미의 더불어 사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을 꿈꿉니다. 앞으로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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