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의 방관자들…잠실야구장 노예사건 항고 및 추가 고소·고발을 제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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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노예’의 방관자들…잠실야구장 노예사건 항고 및 추가 고소·고발을 제기하며
  • 조미연/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 승인 2019.09.20 09:16
  • 수정 2019-09-20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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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연/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지난 7월 31일, 공감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잠실야구장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벌어진 지적장애인 학대 및 노동착취 사건(이하 ‘잠실야구장 노예사건’)의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검찰의 장애인 차별행태를 지적하고 시정을 구했습니다.

이후 8월 21일, 공감은 잠실야구장 노예사건의 피해자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대리하여 가해자(피해자의 친형)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처분 결정에 항고하고 장애인복지법 및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추가 고소·고발을 진행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잠실야구장 쓰레기 분리수거장의 컨테이너에서 밤낮 가릴 것 없이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곰팡이 핀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덜그럭거리는 틀니를 한 채 두 팔을 위로 들어올리기조차 힘든 상황이었지만, 스스로는 그곳으로부터 탈출할 수 없었습니다.

친형인 가해자는 위와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힘들어서 그만두겠다’는 피해자에게 ‘오래오래 일하라’고 대답하였고, 오히려 기초생활수급자 급여, 장애수당 및 임금 등 피해자의 재산 전부를 착복하였습니다.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금액은 8천만 원에 육박합니다. 가해자는 이를 전세보증금 반환에 사용하였고, 자신의 배우자 명의로 적금을 들거나 집에 현금으로 보유하면서도 정작 피해자에게는 이따금 구정(舊正) 때 5만원씩 쥐어 주는 게 전부였습니다.

검찰은 이러한 가해자의 행위를 횡령의 ‘불법영득 의사가 없다’라거나 ‘정기적인 보호’라고 해석하면서 불기소처분 결정을 내렸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심리평가보고서와 가해자의 횡령죄 관련 사실관계를 오해한 결론입니다. 불기소 처분에 대한 항고를 인용하고 재수사해야 합니다.

나아가 ①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9 제2의2호 피해자에게 장애인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노동을 강요해 경제적으로 착취한 점, ②같은 법 제59조의9 제3호 보호·감독해야 할 장애인을 유기하고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 및 치료를 소홀히 한 점, ③같은 법 제59조의9 제6호 장애인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점, ④장애인차별금지법 제37조 제2항 인지장애 특성을 부당하게 이용해 불이익을 준 점, ⑤같은 법 제32조 제4항 장애인을 유기, 학대, 금전적으로 착취한 점 등 이전 수사과정에서 누락된 위법행위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지적장애인에 대한 학대 및 노동착취 사건은 피해자의 지적장애로 인해 학대사실 입증이 쉽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은 이러한 사건을 인권침해이자 범죄행위가 아닌 단순 임금체불 사건으로 처리하는 등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잔혹한 현실에 일조해 왔습니다. 애석하게도 현대판 노예사건이 반복되는 원인은 지적장애인 동생을 쓰레기장 가운데 컨테이너에 방치하면서 유기·학대하고 12년간 피해자에게 지급된 모든 금품을 가로채 온 가해자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사건 가해자는 피해자의 재산을 본인이 관리·보관한 이유에 대하여 ‘노후자금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응급구조 되기까지 학대와 노동착취 속에 무일푼으로 방치되어 있던 피해자는 그 사이 환갑(61세)이 되었습니다. 현대판 노예사건의 방관자들이 누구인지 생각해 봅니다. 부디 이 사건의 국가인원위원회 진정, 검찰 항고, 추가고소·고발이 법에 따라 공명정대한 수사와 결과로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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