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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향한 엄마의 움직임 <하>조명민/밀리그램 디자인 대표
승인 2019.09.20  09:13:29
조명민/밀리그램 디자인 대표  |  handicap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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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폐성 아들의 감각적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일 것이라는 생각에 20대 초반의 동기생들과 함께 건축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가 40대를 코앞에 둔 나이었다. 건축의 기초적인 것을 배우고 바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 졸업 논문을 쓰면서 아들의 환경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자폐성 장애에게 미치는 물리적 환경 요소를 생각하고 그에 관련된 선행 논문을 바탕으로 실제로 치료실 환경을 바꾸고 전과 후에 어떻게 느끼는지를 자폐성 장애아동을 관찰하고 있는 선생님이 설문지에 답하도록 했다. 졸업하면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지만 나에게는 어떤 의문점도 해결되지 않았다. 고민 끝에 사회복지 대학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짧은 사회복지 대학원에서의 수업은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자기결정권이라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아들의 의사를 물어보려고 하지 않았다. 왜냐면 대답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답을 하더라도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려 하지 않았을까? 내 아들을 차별하지 말고 기다리고 배려해 달라고 하면서 엄마인 나 스스로 아들의 한계점을 만들어 놓고 넌 거기까지라는 차별을 하고 있었다.

또 하나의 과제가 생겼다 어떤 방법으로 아들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을까? 문제 해결의 방법 중 하나가 뇌파검사였다. 환경을 제시해 두고 뇌파를 찍는 방법으로 색채, 조명의 조도, 조명의 색 온도에 관련된 결과를 얻기도 했다. 결과에서 흥미로운 것은 연구의 시작은 감각이 예민하거나 둔감한 특성을 가진 자폐성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다른 결과일 것이라는 가설로 연구를 했다. 하지만 자폐성 장애, 지적장애, 비장애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같은 결과를 얻었다.

결과를 얻을 때마다 따라오는 의문점은 또 꼬리를 물었다. 그럼 감각이 예민하거나 둔감한 특성을 가진 자폐성 장애인이 편안한 공간은 누구나 편안한 공간이라는 뜻인데 왜 누구나 편리한 유니버설 디자인에는 신체장애인에 대한 경사로, 자동문 등이 대부분이고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걸까?

연구는 계속되었다. 복지관의 실내 설계를 하던 중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는 긴장과 두려움이 조금씩은 있다는 것을 느끼며 모든 복지관을 똑같이 만들 수는 없지만 사인물의 그림(픽토그램)은 통일시킬 수 있지 않을까? 어떤 복지관을 가도 같은 사인물의 그림이 있다면 불안감이 조금이라도 해소되고 복지관의 많은 문들을 모두 열어 보는 일이 덜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발달장애인이 알아보기 쉬운 AAC(보완·대체의사소통)를 적용한 픽토그램 개발을 했다.

2019년 올해에는 심리재활치료실(스누젤렌실) 설계를 하던 중 모든 제품이 독일에서 수입한 제품이라는 것을 알고 한국인에게 맞는 제품과 간편한 A/S, 저렴한 가격으로 국산화하여 대중화를 시키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생전 처음 해보는 제품개발을 하고 있다.

스누젤렌(SNOEZELEN)은 영어 동사 선잠(snooze)’꾸벅꾸벅 졸다(doze)’가 합성된 단어이다. 편안한 소리, 은은한 빛은 시상하부의 변연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분을 좋게 느끼게 하고 맥박의 안정과 심장순환기의 변화가 발생하며 감각의 상태를 편안하게 해준다. 또한 스누젤렌을 이용하면서 소리, 촉감, 향기, 시각 등의 다양한 자극의 경험으로 정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연계가 활성화된다.

스누젤렌의 효과성을 분석한 선행연구의 결과에 의하면 치매환자, 지적장애 및 학습장애의 행동변화 영역에서 자기 자극 행동(30%), 문제행동(30%)의 완화를 주로 보고하였고, 신체 변화에서 심장박동(27%)수의 변화가 가장 빈번하게 확인되었으며, 심리적 변화에서 기분 변화(29%)와 분노(29%)가 주요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박영례 외, 2011).

스누젤렌의 치료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한 주대상자는 치매환자, 발달장애로 인구가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치매환자 수는 2015648천 명, 2016685천 명, 201770만 명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보건복지부, 2017). 또한 발달장애인구 수는 201621만 명, 201722만 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보건복지부, 2017).

뿐만 아니라 ADHD, 알코올중독, 게임중독, 조현병, 외상후 스트레스가 심한 소방관, 우울증에 효과가 있고 감정노동 종사자, 정신노동 종사자, 육체노동 종사자 등 스트레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감각의 그릇과 담겨 있는 감각의 양은 각기 다르다. 감각 자극을 받아도 끊임없이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이미 감각의 자극이 넘쳐나고 있어 자극을 회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감각의 균형이 깨지면 다른 정보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진다. 반대로 표현하면 감각의 균형이 안정을 찾으면 어떤 치료도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의 제품개발은 마무리가 되어 가며 내년 1월이면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나는 음악가였다. 하지만 예민한 감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아들의 아픔을 엄마의 손길로 쓰다듬어 주고 싶어서 책을 펼쳐 보았다. 당연한 엄마의 움직임이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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