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예술인도 직업인이 되어야 한다
상태바
장애예술인도 직업인이 되어야 한다
  • 방귀희/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 승인 2019.09.06 09:16
  • 수정 2019-09-06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귀희/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독일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비스마르크가 한 말 ‘일하라, 좀 더 일하라, 끝까지 일하라’를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사람은 일을 통해 소속감도 갖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일을 하고 싶어도 장애 때문에 일할 기회가 없고, 하루 종일 일을 해도 그것이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아서 경제적인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을 것이다.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장애인실업률은 36.9%이며 특히나 장애인은 자영업 종사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30.2%) 장애인의 경제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취업도 자영업도 아닌 장애예술인의 경제 상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2007년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실시한 장애문화예술인 활동 실태조사에 의하면 장애예술인은 90.1%가 발표할 기회가 부족하다고 답변하였다. 장애예술인은 창작활동의 기회부족으로 96.5%가 경제적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고, 69.3%가 수입이 전혀 없다고 응답하여 장애예술인들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음이 드러났다.

2012년 장애문화예술인실태조사(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하면 장애예술인의 82.18%가 발표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조사되어 5년 전과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고, 같은 조사에서 장애예술인의 활동에 어떤 지원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창작비용 지원이 43.9%로 1순위를 차지하여 창작지원금에 대한 욕구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어려움과 욕구 속에 있는 장애예술인들은 예술활동으로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에서는 2019년 목표를 장애예술인 일자리 창출로 세우고 장애예술인후원고용제도를 마련하기 위하여 정부, 국회 그리고 기업의 문을 두들기고 있지만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장애예술인들이 안정적으로 창작 활동을 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장애예술인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데 이 법률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장애예술인 인구는 1만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방귀희, 2013) 장애예술인은 장애인복지계에서도 예술계에서도 배제되어 언제 나락으로 추락할지 모르는 고위험군에 속한 사회적 약자인데도 민생은 뒤로 한 채 국회와 정부는 서로 권력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실업문제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장애인 실업문제는 당연한 듯이 생각하고 있는 현실이 더 안타깝다. 일자리가 필요한 것은 장애인이 더 갈급하며 장애인 중에서도 예술을 업으로 하고 있는 장애예술인에게는 더더욱 일자리가 필요하다. 장애예술인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장애인과 비교하여 취업이 힘든 장애인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근로자가 있는 기업은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고용부담금을 내도록 규정한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의하여 실시되고 있다.

현재는 상시 5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은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적용되는데, 2017년 민간기업의 장애인고용률은 2.64%로 민간기업 의무고용률 2.9%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2019년에는 3.1%로 상향 조정되었는데 현실적으로 그 의무고용률을 달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장애예술인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기업에서 장애예술인을 후원하면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장애예술인후원고용제도를 실시하는 것이다. 후원의 규모는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아서 납부하는 고용부담금으로 하되, 기업에 따라 후원 규모를 조정하도록 한다.

이 제도의 시행 방안은 기업에서 장애예술인을 고용하는 형태이지만 출근은 예술인 본인의 작업실로 하여 창작활동을 하고, 장애예술인의 창작을 근로로 환산하기 위하여 기업의 휴게 공간에서 집필 작품 소개나 전시회 그리고 공연 등을 1년에 1~ 2회 실시하면 된다.

장애예술인들이 직업을 갖고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장애예술인후고용제도가 반드시 시행되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