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장애전담어린이집, 아동학대 의심…경찰, 수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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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장애전담어린이집, 아동학대 의심…경찰, 수사중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9.08.22 13:02
  • 수정 2019-08-22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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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폐쇄-관련자 처벌 촉구
 

인천장차연-학부모 기자회견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엠마누엘 장애아동 전담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폭행하거나 학대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8월 21일 인천장애인차별연대(인천장차연)와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부평구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당시설 폐쇄와 근본적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인천지부 조영실 대표는 “최근 동물보호법이다 뭐다 하물며 애완동물에 대한 동물권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의 인권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고 말문을 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슬픈 건 이러한 학대 사실을 알고도 또 다시 그곳으로 우리 아이들을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인천장차연에 따르면 인천 내 장애전담 어린이집은 고작 6개에 불과하며, 특히 부평구의 경우 인천에서 가장 많은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지만 장애전담 어린이집은 1개소뿐이다.

▲ 이번 학대사건 피해 아동의 학부모들은 엠마누엘어린이집 폐쇄와 학대 교사와 원장의 처벌은 물론 어린이집 폐쇄로 인해 갈 곳을 잃는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한 대체 시설 마련 등을 요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학대를 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에도 다음 날이면 아이를 다시 그곳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엠마누엘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당사자 학부모들 역시 오늘 아침에도 아이를 그곳으로 데려다 주고 나왔다고 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직접 피해아동의 어머니인 장향숙 씨는 “다시는 학대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라는 한 마디만을 겨우 전달하며 기자회견 내내 눈물을 보였다.

엠마누엘어린이집 운영위원장인 함하얀 씨는 “제가 확인한 CCTV 영상 속 학대장면만도 수십 건이다. 아이의 두 팔을 잡고 마구잡이로 흔들거나 아이를 질질 끌고 가거나 뺨을 때리는 행위도 부지기수였으며, 해당 교사가 아이를 학대하고 있는 동안 다른 교사들은 남의 일처럼 방관하고 있었다. 이렇게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여전히 ‘훈육’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만 하고 있다. 많은 방송에서 취재를 오시고 오늘 이렇게 기자회견도 개최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부디 일회성 이슈와 뉴스로 덮지 말고 끝까지 이 일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엠마누엘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동의 팔에 난 상처. CCTV 확인 결과 교사의 학대로 인해 생긴 상처로 확인됐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장향숙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건이 일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해당 교사는 물론 원장에게서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이가 맞는 장면을 눈으로 직접 보고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제가 7월에 이 사실을 확인했는데, 그럼 새 학기가 된 후 몇 달 동안이나 우리 아이가 그 고통 속에서 지냈을 걸 생각하니 얼마나 미안한지…. 더욱 화가 나는 건 저의 아이를 학대했던 그날도 알림장에는 아이가 잘 지내다 하원했다고 알리며, 평소에도 아이와 교사가 뽀뽀하는 사진까지 올리며, 저희 아이를 사랑으로 보육하는 것처럼 저를 속였다는 거예요.”

함하얀 씨 역시 “사실 엠마누엘의 아동학대 문제는 단순히 일회성의 문제가 아니다. 저희 아이 둘 다 이곳에 다니고 있는데, 2~3년 전 아동학대 등이 의심되는 일이 저희 아이에게도 일어났었다. 당시에도 언론이고 경찰이고 다 알리고 싶었지만 저희 아이들뿐 아니라 이 곳에 다니는 아이들이 갈 곳을 잃는 피해가 생길까 봐 원장을 바꾸는 선에서 마무리했었다. 그런데 또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 아이를 학대한 날에도 교사는 알림장의 아이의 상태를 ‘좋음’으로 표시하고, 아무일 없이 잘 지내다 하원한 것처럼 학부모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학부모들과 장차연, 부모연대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엠마누엘어린이집 폐쇄와 학대 교사와 원장의 처벌은 물론 어린이집 폐쇄로 인해 갈 곳을 잃는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한 대체 시설 마련 등을 요구했다.

앞서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난 7월 17일 해당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동의 학부모들로부터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 접수를 받고 이틀 뒤인 19일 자체조사를 펼쳤으며, 조사 결과 폭행과 학대가 의심될 만한 정황을 확인, 관할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학부모들의 신고를 받고 어린이집을 직접 방문 CCTV와 원장, 관련인과의 면담조사를 진행한 결과 아동학대를 의심할 만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으며, 그 증거가 일시적이지 않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경찰에 신고, 증거 보존 등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맡은 부평경찰서 담당자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재 일부 피해학부모들의 진술을 들었으며, 현재 어린이집 전체 4개 교실의 CCTV 2개월 분량에 대해 자체 분석과 더불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영상분석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며, “피해학부모들의 진술과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의 현재 근무상태 등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 공개할 수 없다. CCTV 분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해당 보육교사 등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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