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연극 그리고 장애인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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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연극 그리고 장애인 배우
  • 배재민 기자
  • 승인 2019.08.09 09:25
  • 수정 2019-08-09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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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마동석이 21세기의 스타워즈라 불리는, 현재 제일 흥행하는 마블 시리즈에 캐스팅 되어서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다. 마동석이 캐스팅 된 마블의 영화 ‘이터널스’는 정치적 올바름을 의식해서인지 중국계 감독에 백인배우, 흑인배우, 중동계 배우, 아시아 배우 등 다양한 인종을 망라한 캐스팅이 인상적이다. 모두가 마블의 결정에 박수를 칠 때 기자의 눈엔 다른 배우가 들어왔다.
 
 그는 ‘이터널스’ 제작발표회에 배우로 소개되어 말이 아닌 수어로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의 이름은 로런 리들로프. 마블 영화의 첫 청각장애인 배우로 청각장애인 히어로를 연기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장애인 히어로들이 스크린에 등장했지만 실제 장애인 배우가 히어로를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월, 미국 연극∙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에선 배우 알리 스트로커가 뮤지컬 부분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2살 때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휠체어 장애인 배우다. 알리 스트로커는 “이 상은 신체적 장애와 한계를 가진 아이들, 하지만 무대에서 자신을 표현하기를 갈망하는 아이들을 위한 상”이라고 말하며 “우리가 해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2014년, 영국 가디언지의 칼럼니스트 프란시스 라이언은 ‘장애인 연기하는 비장애인 배우, 왜 박수 받아야 하나?’라는 도발적인 칼럼으로 연극, 영화계에 담론을 제시했다. 그는 “왜 우리는 흑인 흉내를 내는 배우는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장애인 흉내를 내는 배우에게는 박수를 치는가?” 하고 질문했다. 프란시스 라이언은 “만약 백인 배우가 흑인을 연기하는 상황에서 이런 논쟁이 벌어졌으면 필름은 버려졌을 것이다. 인종과 관련해 대중의 즐거움을 위해 주류 집단이 소수자 집단내 사람의 역사를 묘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받아들이지만, 장애인에게는 그런 표현을 할 권리가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한국 영화계에서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올해 두 편의 장애인 관련 영화가 개봉했다. ‘증인’,과 ‘나의 특별한 형제’. 두 편 모두 기존의 한국 영화가 천편일률적으로 보여주던 불쌍하고 착한 장애인 묘사를 탈피한 좋은 영화였지만 여전히 기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해 장애인을 연기했다.
 
 기자는 그 이유가 장애인 배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믿고 있다.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보아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장애인연극단이 꽤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연기자를 꿈꾸는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만큼이나 많을 것이라 믿는다. 
 
 결국 깊게 들어가면 흥행과 투자의 문제가 크겠지만 장애인 배우들이 대중매체에 자주 등장해 자신들의 삶을 표현하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한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왜소증 배우 피터 딘클리지 같은 연기자가 등장해 장애인을 벗어난 삶의 다양한 군상을 보여주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배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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