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외면되는 장애인인권침해 피해자를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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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외면되는 장애인인권침해 피해자를 막으려면
  • 김예원/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 승인 2019.08.09 09:20
  • 수정 2019-08-13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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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원/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불과 7년 전, 미신고시설에서 수십 년간 감금되어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권침해 피해를 당한 중증발달장애인들이 세상에 구출된 사건이 있었다. 21명의 장애인을 자신의 자식으로 입적시킨 후 평생 후원금 장사를 하며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은 가해자는 고작 3년6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장애인 학대사건은 일정한 수준의 형사처벌이 가능해졌다. 

 
 2014년 초 대한민국을 공분에 빠뜨린 이른바 신안 염전노예사건과 유사한 패턴의 사건들은 2019년 현재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력착취 피해를 입은 장애인들의 사건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 자극적인 사건의 디테일한 이야기만 잠깐 관심이 있을 뿐, 그 피해자들이 어떻게 지원을 받는지, 가해자들이 어떻게 처벌되었는지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일례로 발달장애인인 40대 남성 A씨는 성인기 무렵 갈 곳이 없어 불법 직업중개소를 통해 한 시골마을로 팔려 왔다. 오랜 기간 무임금으로 노동을 제공한 A씨는 탈출하여 가해자에게 밀린 임금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우리나라 최저임금법 제7조 제1항에서 ‘정신 또는 신체의 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는 점’을 바탕으로 임금채권 소멸시효인 3년 치의 최저임금만을 지급하도록 판결을 내렸다.
 
 범죄피해를 당한 장애인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로부터 심리적 분리가 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안전한 곳으로 물리적 분리가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높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학대피해장애인쉼터 규정이 있으나 전국에 채 몇 개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학대피해를 당한 장애인을 기존 장애인거주시설 등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던 장애인을 오히려 시설로 입소시키는 방식이라 탈시설화 정책기조에도 배치되고 자기결정권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학대피해장애인에 대한 주거지원뿐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가령 생계비, 아동교육지원비, 아동양육비, 직업훈련비 등)이 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통합적인 지원근거가 법제화되어야 한다. 
 
 범죄피해를 당한 장애인은 더 이상 불쌍하거나 불운한 사람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법적인 지원을 통해 행복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실질적 권리주체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비장애인에게 당연한 것이 장애인에게도 당연해질 때 법 앞의 평등이 비로소 실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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