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학생의 교육권, 현주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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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학생의 교육권, 현주소는!
  • 김용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
  • 승인 2019.08.09 09:18
  • 수정 2019-08-13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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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기/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
 

'헌법' 제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교육의 보편적 권리를 천명하고 있으며, '교육기본법' 제4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장애를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됨을 밝히고 있다.

 
  상기의 내용대로라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교육에서 차별·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최근 시각장애학생의 교육권이 심각히 침해받고 있으며, 이의 개선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교육부 소속으로 국립특수교육원이 있는데, 이 기관은 장애학생의 학교생활을 지원하기 위하여 각종 연구, 연수 및 정보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기관의 주요한 사업 중 하나가 시각장애학생의 대체자료 제작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보급된 대체자료가 점자규정 미준수, 점자표기 오류, 문단 들여쓰기 등의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상황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를 비롯한 교육당국은 개선하려는 의지보다는 문제 덮기에 급급하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각장애학생들과 가족들에게 전가되었다.
 
  필자가 시각장애학교 재학 중이던 80년대 후반에도 시각장애학생들은 점자로 된 학습서를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였던 시절에 비해 그 양은 증가하기는 하였으되 품질은 오히려 악화된 것이 사실이다. 교육관계자들이 시각장애학생들이 보는 학습서처럼 한글맞춤법이 틀리고 띄어쓰기가 엉망인 학습서들이 있다면 과연 시각장애학생들의 교육권을 외면하는 것처럼 비시각장애학생들의 교육권도 외면할지 매우 궁금할 따름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어떤 교육관계자는 ‘시각장애학생 수가 얼마 안 되는데, 교재를 읽을 수 있을 정도는 된다는데.’ 등의 망언을 하였는데, 이것은 현재 교육관계자들이 시각장애학생들의 교육권을 바라보는 시각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상황은 시각장애학생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해당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평생교육을 이야기하지만 시각장애인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자격시험을 준비하더라도 점자 등으로 된 자료가 없고, 시각장애인복지관 등에 자료 제작을 요청하면 3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이것은 출판사 등에 서책이 아닌 전자파일로의 도서 판매를 요청해도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점자자료 제작의 효율화와 체계적 제작을 위하여 대체자료센터 설치를 당국에 여러 차례 건의한 바 있지만,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점자 등의 대체자료를 제작하는 국가기관이 있고, 출판사 등은 점자 등의 자료를 제작하기 위해 요청되는 전자파일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어 시각장애인들은 필요로 하는 서적을 언제든지 쉽게 구할 수 있다.
 
  교육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각장애인의 교육, 특히 미래를 짊어져야 할 동량들이 더 이상 교육에서 차별받고 배제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과 제도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또, 시각장애학생과 그 가족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언행을 삼가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진지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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