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일반노조준비위원회 출범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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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일반노조준비위원회 출범과 과제
  • 편집부
  • 승인 2019.07.22 09:19
  • 수정 2019-07-22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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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호/장애인일반노조준비위원장
 

안녕하세요. 장애인일반노조준비위원장 정명호입니다. 길었던 장애인일반노조 준비모임을 끝내고 지난 6월 12일 드디어 준비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저는 19살 때 인천의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각종 업무처리를 하면서 제 장애에 맞지 않는 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빠른 업무처리를 강요하는 등의 이유로 저는 1년 만에 못 견디고 그만두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손발을 움직이기 어려워 입으로 전동휠체어를 운전하고, 언어장애 때문에 보완대체의사소통(AAC) 프로그램으로 소통하는 장애가 있습니다.

1년쯤 쉬다가 우연한 계기로 인천의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2년 정도 제가 알지 못했던 장애인차별에 대한 여러 가지 교육을 받고 고민도 나누었습니다. 교육을 받으면서 중증장애인의 노동차별에 관심이 생겼고 장애인일반노조 준비에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1년 8개월 동안 장애인일반노조 준비모임을 하면서 과연 이 작은 모임이 준비위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 중증장애인의 노동은 무가치한 노동이고, 쓸모없는 존재로 낙인화하고 있기에 열심히 세미나에 참여하고 여러 노동현장에도 연대하면서 중증장애인의 노동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왔습니다.

장애인일반노동조합 준비위원회는 장애인의 노동을 새롭게 정의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의 몸이 자본주의를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중증장애인은 속도가 느립니다. 느리다고 해서 노동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가 빛의 속도이기 때문에 중증장애인들이 노동시장에 못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최소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가 마지못해 노동자들에게 던져주는 것이 최저임금입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받지 못하는 것이 장애인노동자의 현실입니다. 최저임금법 7조에 장애인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라는 어처구니없는 조항이 아직도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일반노조준비위는 장애인노동자와 실업자 등의 조합원을 모아 단결된 힘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해나가려 합니다. 장애인은 어떤 부문보다 실업자가 많습니다. 그만큼 정부의 정책도 잘못되었고, 기업들도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30대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1.92%에 지나지 않습니다. 법정 고용률 3.1%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우리는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장애인의 고용을 늘리라는 싸움을 진행할 것입니다. 어떤 노동조합보다 정부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일이 잦은 노조가 될 것입니다. 또한 그나마 취업한 장애인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해고, 승진 등 일상에서 차별받는 모든 부당함에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장애인의 먹고 살 권리를 대변하는 활동을 진행할 것입니다. 장애인의 노동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장애인의 노동을 새롭게 정의하여 장애인의 가치 있는 활동이 정당한 사회적 노동으로 인정받는 사회로 만들어갈 것입니다. 자본이 요구하는 경쟁과 효율, 생산성의 기준에 따른 ‘노동’을 ‘좋은 노동’으로 바꿔낼 것입니다. 장애인마다 노동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이 역시 다르게 인정돼야 합니다.

따라서 중증장애인의 노동은 새롭게 정의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광화문에서 농성할 때 중증장애인들이 1842일 동안 사수하는 즉 경비하는 노동을 했고, 역사 측에서도 1842일 동안 역사 경비를 했습니다. 둘 다 지키는 노동을 했지만, 한쪽은 의미가 없는 노동인 반면에 다른 한쪽은 의미가 있는 일, 즉 임금을 받는 노동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자본의 관점에서 우리 쪽의 노동은 가치가 없는 노동, 이윤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틀을 깨려고 합니다. 장애인일반노조는 2006년 정부가 가입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내용 중 하나인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장애인의 노동권을 인정’하게 만들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노동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는 중증장애인들에게 노동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습니다. 최중증장애인에게는 존재하는 것, 살아있는 것 자체가 노동입니다. 우리는 자본주의가 원하는 노동이 아니라 우리 몸에 맞추는 노동을 얻어야 합니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항하는 긴 싸움이 될 것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노동자들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향해 장애인일반노조준비위는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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