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리프트가 아닌 엘리베이터 설치 명령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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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리프트가 아닌 엘리베이터 설치 명령해야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9.06.21 09:18
  • 수정 2019-07-19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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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 13부(재판장 최병률)는 모든 지하철 역사에 장애인에게 위험한 휠체어리프트가 아닌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며 휠체어 이용 장애인 5명이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지난 14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관계법령을 종합해 보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은 교통사업자 등에게 반드시 교통약자법 시행령 별표2에 열거된 시설을 모두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를 부과하면서 그러한 정당한 편의 제공을 위한 시설로 통로, 경사로, 승강기, 에스컬레이터, 계단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교통사업자 등은 정당한 편의제공에 필요한 범위에서 위에 열거된 여러 시설 중 유효․적절한 시설을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장차법만으로 피고가 반드시 특정 지점에 일정한 규격을 갖춘 승강기를 설치할 의무가 있거나 원고들에게 그 의무이행을 구할 사법상 권리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재판부는 피고인 서울교통공사는 경사로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이동수단으로 영등포구청역사, 충무로역사, 신길역사, 디지털미디어시티역사, 구산역사 내의 각 환승통로의 가파른 계단에 휠체어리프트만을 두고 있는 사실, 휠체어리프트와 관련하여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아니하였고 급기야 2017년 이용자가 계단 아래로 추락하여 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휠체어리프트와 관련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휠체어리프트의 안전성을 확보하기에 필요한 조치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교통사업자인 피고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인 원고들에게 한 편의제공은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 및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못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장차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가 존재함을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가 1역 1동선 확보 원칙을 내걸고 승강기 설치 계획을 수립함과 문제된 역사의 경우 승강기 설치업자와 공사 계약을 했다는 점 등을 들어 계획 시행에 충분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봤다. 
 
 그리고 법원이 이를 심리하기보다는 그 차별상태의 개선을 일차적으로 피고와 서울특별시에 맡기는 것이 원고들에게도 이로움은 물론 공익에도 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의 차별구제 명령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한발을 뺐다.
 
 재판부는 결론에서 장애인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되, 원고들이 주장하는 차별행위의 존재는 인정해 소송비용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99조를 적용해 원고와 피고 측에 소송비용을 절반씩 분담하라는 애매모호한 판결을 했다. 
 
 현행 장차법 제48조(법원의 구제조치) 제3항에선 법원은 차별행위의 중지 및 차별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그 이행 기간을 밝히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늦어진 기간에 따라 일정한 배상을 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길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기 위해 호출버튼을 누르려던 장애인이 수십 미터 아래 계단으로 굴러 떨어져 사망하는 등 휠체어리프트와 관련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교통공사는 휠체어리프트의 안전성을 확보하기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명백히 장차법 위반했음을 1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는가.
 
 법원은 리프트가 아닌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는, 차별행위의 중지 및 차별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인 구제명령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최후의 보루임을 스스로 입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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