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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생활을 위한 선택의 문제김보영/영남대학교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
승인 2019.06.21  09:08:47
편집부  |  handicap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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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에서 제기하게 된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은 점차 보편적인 사회서비스의 목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 역시 자립생활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결국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보장하겠다는 것은 집단의 일부로서가 아니라 독립된 개인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노령이나 장애로 인한 어려움과 관계없이 자신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존중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복지국가에서 응당 지향해야 할 목표이자 가치인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자립이 어떠한 지원도 없이 홀로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제대로 된 공적 지원이 전제가 되어야지만 자립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이러한 서비스가 당사자의 의존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당사자의 자율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핵심적으로 강조가 많이 되는 것이 선택권이다. 어떤 전문가나 공무원이 당사자를 위한 서비스를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러한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 아예 서비스가 아닌 현금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어떤 권한이 주어지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특히 서비스에서의 선택은 위험(risk)을 동반한다. 즉 당사자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는 것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결과에 대한 위험 역시 당사자의 책임으로 귀결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논의가 활발하여 현금급여 제도가 도입되었던 영국에서는 당사자가 현금을 받아 직접 고용한 활동보조인이 집을 몽땅 털어간 사례도 있었다. 알고 보니 그 활동보조인은 범죄경력이 있었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고용한 장애인 당사자가 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직접 고용에 따른 각종 법적 책임과 세금, 보험료 납부 등도 모두 장애인 당사자가 책임을 져야 하니 처리해야 할 서류는 산더미였다.
 
 사실 서구복지국가의 경우에 이러한 자립생활 논의는 국가중심의 전문가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었다. 이미 (지방)정부 중심의 서비스 체계가 발달해 온 역사에서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국가의 책임 아래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그 서비스가 전문가에 의해서만 설계되고 제공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의 성격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언제, 어떻게,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맥락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당장 7월에 등급제가 폐지된다고 하지만 정부의 책임 있는 서비스 체계 자체가 여전히 요원하다. 인정조사든 종합조사든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서비스가 필요한가를 결정하기 위한 도구여야 하지만 이 기계적인 점수 매기기는 오히려 충분치 못한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핑계가 된다. 그 책임도 조사를 하는 국민연금공단 지사와 수급자자격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을 하는 지자체 사이에서 불분명하다. 연금공단지사 종합조사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가 활동지원에서 보조기기, 야간순회, 응급안전, 보행훈련 등의 서비스로 확대된다지만 여전히 나머지 서비스는 지자체와 장애인복지관 등 민간복지기관에서 제공하니 당사자를 중심으로 한 통합적 지원체계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맥락에서 자립생활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수준에서의 선택권보다는 공적인 통합성과 책임성이 우선적 과제일 수 있다. 자립생활의 권리를 제대로 된 지원을 통해서 보장할 수 있는 공적 체계가 존재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적 선택권이란 자립생활의 보장을 의미하기보다는 그에 대한 책임과 그로 인한 위험을 당사자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보장을 위한 공적 지원체계가 어느 정도 작동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공적 책임성과 개인적 선택권 사이의 바람직한 균형을 따져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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