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로(初老)에 접어든 중장년층의 지난한 출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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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初老)에 접어든 중장년층의 지난한 출퇴근길
  • 편집부
  • 승인 2019.06.07 09:13
  • 수정 2019-06-07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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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식/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천지사장
 

‘살아간다.’는 것과 ‘살아갈 수밖에 없다.’라는 삶의 표현 방식이 별반 의미의 차이가 없는 듯하지만 사실상 극과극의 정반대 삶의 표현이다. 전자는 희망적인 삶이지만 후자는 그저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짐을 진 희망도 체념하고 고달픈 삶의 슬픔마저 느낄 겨를조차 없는 카뮈가 언급한 부조리(不條理)의 삶이다. 절망적인 삶일 수도 있다. 

 
 가끔 출퇴근길에서 수많은 사람과 마주치면서 생각해 보는 자화상이다. 슬며시 사물을 드리는 이른 새벽을 가르며 월, 화, 수, 목, 금요일 뭇 사람들은 무거운 기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는 전철역(驛)에서 어김없이 기다린다. 그것도 시계의 분 단위까지 정확하게 무의식적으로 항상 그 자리에 그제도 어제도 그 사람들과 조우를 한다. 아니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항상 이 사람, 저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전철 문이 열리길 기다린다. 대부분 오십을 넘긴 중장년층이다. 이미 뿌옇게 흰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삶의 파고를 힘들게 겪을 때로 겪은 인고의 얼굴이다.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 전철 안 손잡이를 잡고 어찌나 피곤한지 힘겹게 선잠을 자는 사람들, 다행히 좌석을 차지한 사람들은 체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옆 좌석의 사람 어깨에 기대어 누적된 피곤을 잠시나마 달랜다.
 
 왜 그리도 새벽녘 힘겨운 삶의 일상을 이렇게 반복하는 것일까. 요즘 세상의 워라밸(Work & Life Balance) 법정 52시간 근로시간제, 최저임금인상 등 변화에는 관심 밖인 듯 전철 안에 사람들은 마치 딴 세상의 공간에 있는 듯하다.
 
 마치 중장년 전용 열차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정도다. 지천명 그리고 조만간의 이순이란 세월의 초로(初老)의 나이를 눈앞에 두고 이들의 삶은 무겁고 고된 삶을 내려놓을 휴식역에 안주하는 희망의 기약도 없이 전철처럼 달리고 또 달린다. 새벽녘과 어둠이 짓눌린 저녁이 시시포스처럼 평생 바위를 굴려야 하는 반복된 삶이다. 
 
 세상의 이치를 안다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좌석에 앉는 것이 왠지 거북스럽고 눈치를 봐야 한다. 특히 전철 안 좌석에는 장애인·노약자·임산부·영유아 동반자 전용 좌석이 마련되어 있으나 이분들이 앉는 것이 왠지 머쓱해진다. 그 나이쯤에는 삶의 인고에서 벗어나 손자를 돌보기도, 아늑한 노년의 삶의 휴식을 맞이할 시기임에도 아직도 이들은 새벽녘 일터로 실어 나르는 전철을 어김없이 기다린다.     
 
 세상이 변해도 너무나 변했다. 그분들은 이제 세대 간에 경계인(境界人)인 듯하다. 청년층도 또 노년층도 아니다. 전철 안은 우리나라의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암울한 미래 역사를 암시하는 공간이다. OECD 35개국 합계출산율이 1.63명인 반면 우리나라는 0.95명이다. 세계 최하위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고령화는 65세 이상이 2018년 기준 14%로 고령사회에 이미 접어들었고, 2023년경에는 전체인구의 20%로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오십이 넘어서도 육십이 다되어가서도 새벽녘 고적한 길거리를 밟으며 무거운 가방을 들고 작업장으로 가야 하는 삶의 현실이 마음이 저며 올 뿐이다. 무엇 때문일까?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야 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한(恨)의 절망이 있다.
 
 이제 베이비부머세대(1995~1963년생)는 2020년이면 노년층에 진입하고 그 수는 약 700만 명 이상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이분들의 미래는 어떨까? 이분들은 대부분의 인생을 내집 마련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평생 갚으며 갚고 살아왔고, 모든 소득에 자녀양육비(교육비) 47% 이상, 모든 소비에서 역시 자녀양육비를 56% 이상 지출해서 노후대비가 무방비이다. 더욱 이들은 자녀 결혼자금까지도 부담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러니 새벽녘 전철 안에 중장년층은 절망 속에 그래도 삶을 포기할 수가 없다. 세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삶을 안주할 수 없이 힘겹게도 절망을 안고 마지막까지 새벽을 맞이해야 한다. 노년은 관대함과 아량은 지갑에서 나온다고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노인층의 자살의 원인은 경제요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암울한 현실이다. 이들이 가진 재산은 평생을 벌어 마련한 집과 그리고 퇴직금, 연금뿐이다. 이분들은 자녀를 위해 육십이 다되어서도 일이 필요하고 아니 일을 해야 한다. 
 
 최근 언론에서도 정년연장에 대한 언급이 되고 있다. 청년층 실업대책도 중요하다. 하지만 초로의 중장년층의 정년연장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신중하게 균형과 타협을 찾아 하루빨리 정년연장을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경제는 물론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 등 일본의 전철을 밝지 않으리라는 예외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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