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은 인생을 흥미롭게 만들며, 도전의 극복이 인생을 의미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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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인생을 흥미롭게 만들며, 도전의 극복이 인생을 의미 있게 한다
  • 편집부
  • 승인 2019.05.24 09:26
  • 수정 2019-05-24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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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정 / 대통령경호처 근무 청각장애인 워킹맘

  

 

청각장애인복지관 청음회관에서 7년 동안 컴퓨터 전문강사로 일을 하면서 장애인기능경기대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을 참가시켰으나 모두 탈락했습니다. 그때 장애인기능경기대회가 다른 장애인의 컴퓨터 대회보다는 수준이 높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의 컴퓨터 실력을 평가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컴퓨터 강사인데 수상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라는 자격지심에 대회 참가를 미루었습니다. 

 
 하지만 남편(2007년도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웹마스터 종목 은메달 획득)의 적극적인 권유로 결국 기능대회에 참가하였습니다. 
 
 홈페이지 만드는 일에 자신이 있었던 저는 웹마스터 분야를 선택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퇴근한 사무실에서 나날이 발전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공부를 할 때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 휑한 무더운 여름 도시 안의 사무실에서 혼자 연습을 할 때는 공부라는 것이 외로운 길이라는 것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장애인기능대회의 예선전 성격인 지방대회에서 2번이나 2위를 하게 되어 포기할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나아가면 보이게 될 투명한 앞날을 상상하며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장애인기능대회를 도전한 3년째에는 지방대회 1위, 전국대회 1위를 거쳐 2009년 국제장애인 국가대표 선발전 대회에서도 1위를 하며 출전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그 후 2011년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했습니다. 이게 이슈가 되어서 대통령경호처에서 면접을 보겠냐는 연락이 왔고, 다른 장애인 4명과 함께 면접을 보았습니다. 
 
 면접 결과, 제가 채용되어 근무한 지 8년차로 접어듭니다. 일하면서 동료 및 팀장님과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고 인간관계가 어려워서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직장에 취직하더라도 청각장애인 특성상 애로사항은 똑같기에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회사 생활에 임했습니다. 제게 주어진 홈페이지 일에만 만족하지 않고 사내 웹진, 명함, 리플릿, 포스터 디자인, 책 제본 등 다양한 업무를 했습니다. 팀장님과 동료와 소통하기 위해 동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컴퓨터 지식을 활용하여 뒤에서 서포트를 하는 방법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동료와 팀장님한테 저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일이 수월해져서 이제는 한배를 탄 가족이라는 동료애가 생겼습니다. 
 
 대통령경호처에 입사하고 생활이 안정이 되면서 두 명의 아이를 낳았는데 둘째도 청각장애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괴로워서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지 못하고 청각장애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고자 대학병원 여러 곳을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내 아이도 나와 같은 장애인임을 받아들였고 아이가 돌 되기 전에 저와 같은 날 인공와우 수술을 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의 경과가 좋아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간혹 말 못하는 아이에게 인공와우 수술을 시켰다고 자녀학대라는 비난을 들으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하지만 저는 좌절하지 않고 이겨낼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제 자신을 돌아보면서 이 땅의 청각장애인들이 조금이나마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실력을 쌓으며 공부를 합니다. 저의 아들이 다양한 진로를 선택하여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제가 앞장서서 장애인인식개선에 참여할 것입니다. 
 
 저의 아이를 비롯한 모든 청각장애인들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복지혜택과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는 자리에서 일을 하는 미래를 꿈꾸며 오늘도 공부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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