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장애인전문의류 브랜드 ‘하티스트(He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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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장애인전문의류 브랜드 ‘하티스트(Heartist)’
  • 배재민 기자
  • 승인 2019.05.10 09:52
  • 수정 2019-05-10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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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는 인간 생활의 세 가지 필수 요소다. 세 가지 요소 모두 생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필수요소 중 ‘의’는 생존만이 아닌 사회적 기능도 같이 수행한다. 과거의 ‘의’는 자신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면 현재의 ‘의’는 사회생활의 기본 요소이며 첫 인상의 기준이고 자신의 개성이다. 현대의 ‘의’는 패션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모든 가능성을 위한 패션’을 콘셉트로 장애인전문의류를 만드는 브랜드를 출시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귀 기울이고(Hear), 따뜻한 마음(Heart)을 가진 아티스트(Artist)들이 모여 즐거운 나눔을 실천한다는 의미를 가진 브랜드 ‘하티스트(Heartist)’다. <배재민 기자>
 
▲ 삼성물산 '하티스트' 팀원들. 왼쪽부터 조항석 팀장, 박소영 수석디자이너, 부정연 수석, 이미진 선임, 이지은 수석, 김우현 수석.
 
누구나 패션을 누릴 권리가 있다…장애인 패션 브랜드 ‘하티스트’
 
 “누구나 패션을 누릴 권리가 있다.” 조항석 하티스트 팀장의 첫마디였다. 장애인인구는 255만 명에 이른다. 이중 경제활동을 하는 장애인은 95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장애인들의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은 증가추세를 보인다. 
 
 “우리가 조사한 결과 장애인 분들이 비즈니스를 하며 옷을 갖춰 입고 싶어 하는 욕구가 컸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패션에 소외되거나 선택의 기회가 제한적이신 분들, 그런 분들이 패션의 기회로부터 소외되거나 포기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브랜드를 만들었다.”
 
 ‘하티스트’는 장애인 의류를 출시하기 전부터 다른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해 왔다. 임직원들과 장애아동들이 원예실습, 미술 도예실습을 한다거나 영화나 뮤지컬을 같이 보는 등 장애인식 개선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했다. 또한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매장인 하티스트 하우스를 작년 6월까지 경영했다.
 “우리 회사가 패션회사인데 패션업으로 사회에 기여를 해야 하지 않나라는 고민이 늘 있었다. 우리도 김장 봉사를 하고 연탄 나르는 봉사도 한다. 하지만 이런 봉사는 대부분의 다른 회사들도 다 하고 있다. 패션을 가지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다른 패션 기업들에서 안하고 있었던 혹은 못 하고 있었던 장애인 패션을 우리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다행히 사내에서 공감대를 이루어 진행할 수 있었다.”
 
매년 장애유형별 맞춤의류 출시 예정
 
 조항석 하티스트 팀장은 국내 대기업 패션 브랜드에서는 처음 시행하는 사업인 만큼 모든 부분을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에서는 장애인 의류가 활성화되어 있고 시장을 형성하는데 국내에는 시도 자체가 별로 없어서 참고자료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소비자들에게 인터뷰를 하려고 해도 장애인 전문의류를 입어본 사람들이 없었다. 장애인들이 느끼는 기존 의류의 불편함을 알고 있어도 벤치마킹 할 수 있는 대상이 없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현재, 하티스트는 2019년 봄 시즌을 맞이해 남여 27가지 스타일의 재킷, 블라우스, 티셔츠, 바지, 스커트 등을 선보였다. 휠체어 장애인의 활동 특성을 고려한 디테일이 가미된 비즈니스 캐주얼을 대표 아이템으로 선정했다. 
 
 “장애인 분들에게 기성복은 본인의 체형에 맞지 않아 불편함이 컸다. 그렇다고 편하게 치수가 큰 옷을 입으면 격에 안 맞아 보인다는 말이 많았다. 이런 부분들이 패션 기업으로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일단 첫 회에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잡았다. 내년까지는 휠체어 장애인과 관련된 상품들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그렇다면 다른 장애유형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옷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물어 보았다. “다양한 장애유형에 대해서는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장애에 대한 연구는 여태까지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협업했다.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 분들을 만나서 착용성 테스트도 해야 하고 피드백도 들어봐야 한다. 장애유형 연구는 계속 진행하며 내후년에는 또 다른 장애유형을 아우를 수 있는 상품을 내놓으려 한다.”
 
 
 ‘하티스트’는 지난달에 출시했다. 아직 오프라인에서 옷을 판매하지는 않는다. 삼성물산 공식 온라인 몰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아무래도 실제 만져 보거나 입어본 후 구입하는 게 아닌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시스템이어서 불편함이 많으리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출시를 하며 온라인 몰에도 웹 접근성을 발전시켜 장애인 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강화했다. 우선 사이트 설계를 단순하게 디자인했다.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하니 소비자들은 옷을 직접 만져 볼 수 없다. 그래서 옷의 디테일들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장애인 모델들이 옷을 입고 벗는 영상들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
수익성 바라는 패션사업 아냐
 
 ‘하티스트’의 옷은 삼성물산의 다른 패션 브랜드의 옷들과 비교하면 저렴한 축에 속한다. 출시된 옷들의 원부자재 및 상품 퀄리티는 삼성물산의 다른 브랜드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가격대는 30%~50% 낮은 가격대로 책정했다. 
 
 “하티스트 비즈니스는 수익성을 바라보는 패션사업이 아니다. 다른 삼성물산 브랜드들과는 달리 기업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하는 활동이다. 그래서 우리가 하티스트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마진을 극대화하기 보단 원단의 품질은 동일하더라도 가격은 낮춰서 장애인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데 있어 용이할 수 있게 제작했다. 옷을 만들며 초기 단계에 연구개발 투자가 많아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향후 수익이 발생하면 장애아동 청소년들의 미술교육에 전액 기부를 할 계획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뜻의 프랑스어다. 하지만 강제할 수 없는 개념이다. 그렇기에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실시했을 때 가치 있다. 이는 더불어 사는 사회 내부의 선순환으로 작용한다. ‘하티스트’ 사업을 시작으로 다른 기업들에서도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사업이 시작되길 바란다.
 
 

<인터뷰>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상상하며 디자인했다”

박소영 수석 디자이너

 

 

박소영 수석 디자이너는 처음부터 장애인 옷을 만들던 디자이너가 아니다. 그는 원래 여성복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골프 브랜드에서 활약했다. 장애인 옷 디자인은 박소영 수석 디자이너에게도 첫 경험이었다.

 

“기존의 장애인 브랜드가 없어 처음 개척하는 분야였어요. 한 벌의 옷을 만들기 위해 많은 장애인 분들과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옷을 만들기 위해 척수장애인협회의 조언을 들으며 광고 모델을 해준 세 명의 장애인들이 착용성 평가 테스트를 했다고 한다. 옷을 테스트 하는 사람들의 체형이 개인별로 다 다르기에 상품을 하나하나 입어보고 나온 개선점을 디자이너들이 수정을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휠체어 장애인이 첫 타깃이었습니다. 휠체어 장애인 분들이 오래 앉아 있어서 바지가 불편하다는 얘기를 주로 했습니다. 또한 휠체어를 움직이려면 팔을 많이 사용해서 팔 근육의 발달이 큰데 기성복들은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아 팔 부분도 많이 불편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출시된 옷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많은 부분들이 기존의 옷들과는 달랐다. 자석을 부착해 누구나 쉽게 옷을 입고 벗을 수 있고, 바지 밑단 부분을 벨크로(찍찍이)로 처리해 오줌주머니나 보조기구 사용 시 편리하도록 디자인 되어 있었다. 숨은 디테일들이 많았다.

 

“장애인 분들이 외관으로는 기존의 기성복이랑 똑같되 편안한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지가 있으셨어요. 대화를 한 장애인 분들 대부분이 기성복을 입고 싶은데 불편해서 못 입는다는 말씀이 많았어요. 그래서 기성복과 똑같지만 입은 사람들만 알 수 있는 편한 옷을 만들자는 취지가 컸습니다. 이에 멋스러움이랑 기능성이 어우러진 디자인을 선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실제 옷을 착용해 본 장애인 분들이 ‘우리 얘기를 많이 들어주셨군요.’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옷의 기능을 생각하다 보면 패션 부분, 멋적인 면을 잃어버릴 때도 많다. 입기 편한 옷이라고 세련된 옷은 아니다. 하지만 ‘하티스트’의 장애인 의류는 얼핏 봐도 세련되어 보였다.

 

“많은 분들하고 대화를 나누었을 때 편의를 위해 운동복 같은 옷을 많이 입어서 격식 있는 자리, 예를 들면 면접을 봐야 할 때 입을 옷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우선은 갖춰 입은 옷, 점잖은 옷, 예쁜 옷 세 가지로 나누어 디자인을 진행했습니다. 여성복 같은 경우에는 제가 입고 싶은 옷을 기본적으로 상상하며 디자인 했습니다. 남성복 같은 경우에는 가볍게 입을 수 있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디자인 하려 했습니다.”


 
 

“어떤 부분이 다른가?”

하티스트의 모든 옷에는 휠체어 사용자의 신체적 특징과 생활 패턴이 고려되어 있다.

◾액션밴드(신축성 있는 원단)

 

소매 접합 부분에 신축성 있는 원단을 적용해 활동하기 편하다.

◾마그네틱 버튼(자석 단추)

 

숨은 자석 버튼으로 누구나 쉽게 셔츠를 입고 벗을 수 있다.

◾상의 지퍼고리

 

한 손으로 쉽게 지퍼를 닫을 수 있게 고리가 크다.

◾최적의 핏(구겨짐 방지)

 

앉은 자세에서 구겨지는 부분 없이 깔끔함을 유지한다.

◾밑위 길이, 벨트고리 보강

 

긴 밑위 길이로 앉은 자세에서 편안하고, 벨트고리를 보강해 내구성을 높였다.

◾긴 지퍼와 지퍼고리

 

긴 지퍼로 바지의 여유를 주고, 쉽게 지퍼를 닫을 수 있는 큰 고리가 있다.

◾페이크 주머니

 

불필요한 주머니를 제거하고, 앞주머니는 기성복과 똑같은 디자인만 살렸다.

◾오픈 디테일

 

바지 밑단 부분을 벨크로(찍찍이)로 처리해 오줌주머니, 보조기구를 사용하기 편리하다.

◾사이드 지퍼

 

바지 양쪽에 추가된 사이드 지퍼가 크기의 여유를 주고, 입고 벗기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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