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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 시각장애인 안내견 ‘풍요’에게 보내는 편지노을(김경식) / 시각장애인 독자
승인 2019.05.10  09:35:26
편집부  |  handicap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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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요와 깊은 사랑의 동반자로 삶을 공유해온 지 어언 6년여…그녀의 얼굴에도 내 얼굴에도 지나온 삶의 흔적으로 주름이 가득하다.

 
 그간 그녀와 함께 걸어온 길이 얼마였던가… 그간 그녀가 나를 위해 헤쳐 나와 준 역경의 길이 그 얼마였던가.
 
 “아빠 오늘도 어서 출근하셔야지요.” 그녀의 꼬리 짓에 따라 출근 채비를 차리고 그녀의 안내에 따라 전철을 갈아 타가며 직장에 출퇴근했던 지난날들.
 
 6년 전, 내 인생의 동반자였던 첫 안내견 슬기를 은퇴견으로 보내고, 얼마나 깊은 시름에 방황했던지… 그녀의 체취에 젖어, 그녀와 함께 했던 추억에 함몰 되어, 나는 내 삶을 제대로 이어갈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만난 아이가 ‘풍요’였다. 8년여를 함께 했던 슬기를 잊게 할 만큼 풍요는 내게 깊은 사랑과 행복을 선사해 주었다.
 
 이제 그녀와 함께 했던 행복한 시간들을 정리하고 추억의 앨범 속에 곱디고운 추억으로 우리의 삶을 갈무리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녀와 나는 깊은 교감으로 흔히 파트너와 안내견이 교환하는 행동 명령어가 필요 없었다. 내가 깊은 사색으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할 때면 그녀는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집 주변을 돌며 산책을 안내했다.
 
 그리고 또 직장에 출퇴근할 때면 정해진 길로 정확하게 나를 안내해 가며, 우리의 찰떡궁합을 보여 주었다. 그러다 이따금 지나는 사람들이 몸을 만지고 애정을 구걸할 때면 그녀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무안하게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무안함을 자기 고집으로 이겨보려는 듯 먹을 것을 주고, 각종 유혹으로 풍요의 인내심을 시험해 보려 했다. 아무리 인내심이 강한 안내견이라도 개는 개일 뿐이다. 집중적인 시선과 음식물 유혹에 그리 오래 버텨내지는 못 한다는 것이다. 
 
 어쩌다 한 번 누군가가 건네준 음식을 먹고, 배탈을 일으켜 설사를 하는 일이 있었다. 거리에서 용변을 봐서는 안 되기에 풍요는 정말 초인적인 인내로 참고 또 참았다. 
 
 그러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전철역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설사를 하고 만 것이다. 그 때 지나는 사람들의 아픈 한 마디가 내 가슴을 찔러왔다. “안내견은 아무 데서나 배변을 안 한다는데 제는 왜 저래?”
 
 나는 큰소리로 외치고 싶었다. “당신들이 먹어서는 안 될 음식물을 먹여 놓고, 또 아무데서나 배변하면 안 된다니 그 무슨 이율배반적인 얘기냐고”
 
 풍요는 이후 며칠을 설사하고 복통을 견뎌내며 집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또 어떤 때는 “왜 개가 전철을 타?” 대노하며 고성을 질러대시는 몰지각한 어르신의 모욕을 그저 묵묵히 견뎌내며 내 앞길을 안내하기도 했다.
 
 우리가 전철을 타고 출퇴근할 때 나는 대개 출입문 옆 좌석에 앉곤 한다. 다른 데 좌석이 있어도 풍요를 데리고 멀리 가기 어려우니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런데 가끔 내가 타던 그 좌석이 빈자리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 앉아 있을 때도 있다. 그러면 풍요는 대뜸 그 좌석으로 다가가 승객의 다리를 그녀의 코로 쳐대곤 한다. “여보세요,  여기는 우리 아빠 자리란 말이에요. 어서 비켜주세요”라고 말하듯 말이다.
 
 그러면, 안내견을 잘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특하다며 웃으시면서 자리를 비켜주시지만 이따금 불쾌해 하시며, 큰 소리로 우리를 망신 주시는 어르신도 계시다.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아직 미비한 상태라 당하는 홀대는 그래도 참을 수 있다.
 
 그러나, 국립공원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알 만한 사람들이 무조건 안 된다며 몰아낼 때는 정말 울화를 넘어선 분노로 그저 가슴이 메어질 뿐이다. 식당이나 공공장소, 공연시설이나 버스 등 아직 안내견에 대한 몰이해로 우리를 무조건 몰아내는 곳이 많다. 법규를 설명하며 아무리 얘기해도 그건 그거고 자기네는 안 된다는 막무가내식 홀대에는 정말 어이를 상실할 지경이다. 이제 제발 안내견과 함께 나서는 길에 더 이상은 홀대 받거나 무시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간절히 바란다.
 
 풍요와 헤어져야 할 날도 이제 몇 달 남지 않았다. 그 눈물의 시간을, 그 아픔의 시간을 어떻게 또 견뎌내 가야 할지… 풍요의 앞길에 행복과 건강이 늘 함께 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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