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예현이에게 다시 봄이 찾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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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예현이에게 다시 봄이 찾아오다”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9.05.07 17:19
  • 수정 2019-05-07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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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배치, 진학 유예 기준 세분화해야
▲ '예쁜 손'을 하고 포즈를 취하는 예현양, 예현양은 심정선씨가 '예쁜 손 해야지'라고 말하자 두손을 모아 무릎 위에 올려놓는 자세를 취했다.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 배치 후 등교 포기
두 달 간의 공백 후 한국우진학교로 재배정 
 
지난 3월 지적·지체 중복장애임에도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에 배치돼 등교 2주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했던 윤예현양(7)<본지 444호>에게 다시 봄이 찾아왔다. 
 
지난 4월 23일 한국우진학교(특수학교)에 다시 입학해 초등학교 생활을 즐겁게 하고 있다는 예현양과 그의 어머니 심정선씨를 만나 지난 2달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심정선씨는 우진학교로 다시 입학하며, 지금의 평온을 찾기까지 지난해 9월부터 8개월가량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특수교육대상자를 대상으로 하는 입학설명회를 찾아다녔어요. 지원청마다 진행하는 설명회를 참석한 후 그 중 한 곳에만 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에 맞춰, 집 앞이기도 하고 예현이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교남학교를 지원했는데, 떨어졌어요. 그때부터 이 싸움이 시작된 거죠.”
 
예현이는 지적장애1급을 판정받았다. 8살의 나이임에도 아직 걷지 못하는 예현이지만 발달이 느릴 뿐 언젠가 걸을 수 있다는 이유로 지체장애 등급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심정선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교남학교는 지적장애특수학교인 만큼 당연히 지적장애 1급인 예현이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는 윤예현양은 관할교육지원청의 잘못된 판단으로 등·하교가 어려운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으로 배정받았다. 결국 예현양은 2주간의 등원을 끝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현재는 한국우진학교(특수학교)로 재배정받아 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교남학교 배치에서 떨어졌고 그 후 심정선씨가 두 번째로 선택한 것이 바로 ‘입학 유예’였다. 또래에 비해 체구도 작고, 잦은 병치레를 하던 예현이를 도저히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에는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씨의 두 번째 선택도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처음 유예신청을 했을 때 우리 아이가 발달평가 결과 15.6개월 정도의 발달상태라는 진단서를 첨부해서 제출했지만 교육청에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어요. 유예를 하려면 특수교육대상자격을 포기해야한다는 것이 장학사의 설명이었죠.”
 
하지만 이는 장학사의 잘못된 설명이었다. 현재 특수교육법에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 제14조(취학의무의 유예 또는 면제 등)에는 ①특수교육대상자의 보호자가 법 제19조제2항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의 취학의무를 유예 받거나 면제 받으려는 경우에는 관할 교육감 또는 교육장에게 취학의무의 유예 또는 면제를 신청해야 한다. ②제1항에 따른 신청을 받은 교육감 또는 교육장은 법 제10조제1항에 따른 관할 특수교육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특수교육대상자의 등·하교 가능성, 순회교육 실시 가능성 및 보호자의 의견 등을 고려하여 면제 또는 유예를 결정한다. 이 경우 유예기간은 1년 이내로 하고, 유예기간을 연장하려는 경우도 관할 특수교육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심씨의 말에 의하면 관할 특수교육운영위원회는 심의를 열기는커녕, 일방적으로 ‘불가능하다’라는 입장만 보였다는 것이다.
 
“제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장 답답한 것은 그 어디에도 이렇다 할 명확한 기준점이 없다는거였어요. 예현이처럼 휠체어를 사용하는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어떻게 오르막길 위에 위치해 있고 엘리베이터도 설치되어있지 않은 학교에 배치했는지가 궁금해서 배치 기준에 대해 알고 싶다고 문의를 했을 때도 달랑 10줄짜리 문서를 보여주더라고요. 이게 다냐고 물으니, 이게 다라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너무 어이가 없었어요.”
 
실제로 특수교육법에 특수학교 배치에 관련한 내용은 ‘시·도교육감(교육장)은 제1항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를 배치할 때에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장애정도·능력·보호자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하여야 한다.’라고 쓰인 글귀가 전부다.
 
심정선씨는 중복장애를 가장 예현이가 13.5개월 수준의 발달정도를 가지고 부모인 자신이 가장 희망하던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교남학교가 아닌 언덕위에 있는 특수학급으로 배정받은 것을 보면 단 몇 줄의 배치 기준은 무용지물일 뿐 실질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예현양은 등서초등학교를 나온 후 다시 집에서 한달 정도 생활하던 중 지난 4월 16일 서울 서부교육지원청 특수교육운영위원회에서 예현양의 재배치 여부가 최종 결정됐고, 같은 달 23일부터 우진학교로 등교를 하고 있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 편도 30분 거리에 있는 한국우진학교에 다니고 있는 예현영과 심정선씨는 새로운 학교생활에 대해 하루하루 너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진학교에 다니기로 결정되고 처음 교실을 찾은 날 선생님께서 너무 반갑게 예현이를 맞이해 주시는 거예요. 그리고 예현이의 등을 쓰다듬어 보시더니 ‘어머니, 예현이 척추측만이 심하네요. 앉힐 때 신경 많이 써야겠어요’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그동안 날이 서있을 때로 서 있던 제 마음이 녹는 느낌이었어요. 정말 마음으로 예현이를 바라봐주시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심정선씨는 이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다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장애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100% 만족하는 상황이 어디 있겠어요. 그럼에도 그분들이 진심을 보이셨다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는 않았을 거에요. 오죽하면 제가 우진학교에 와서 점심시간에 식(食)가위가 준비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도 감동을 했겠어요. 아이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심정선씨는 무조건 적인 지원을 바라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예현이가 처음 배정받았던 등서초등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등서초등학교에 예현이처럼 중증장애를 가진 아이를 배치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교육지원청 실무자들이 자신이 배치하는 학생이 어떤 아이인지, 그 아이가 갈 학교가 어떤 상태인지 한번만 체크했더라도 예현이를 등서초등학교에 배치하진 않았을 거예요. 예현이 하나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필요가 뭐 있어요. 등서초등학교에는 휠체어가 필요 없는 경증의 장애아이를 배치하면되요. 그리고 이미 엘리베이터, 경사로 등이 설치되어 있는 학교에 예현이 같은 아이를 배치하면 되고요. 너무나 기본적인 건데, 그런 배려도 없이 업무를 하는 모습에 너무 상처를 받았어요.”
 
새로 다니게 된 학교가 마음에 드는지 예현이도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특히 담임선생님과 실무자선생님들께서 예현이의 걷기운동을 많이 도와서 인지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걷는 횟수가 늘어났다고 했다.
 
이제 예현이가 학교에 있는 오전 9시 40분부터 1시 40분까지 심정선씨는 근처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등서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상상도 못했던 생활이었다. 실무자 선생님이 부족해 심정선씨가 교실에 상주하면서 예현이를 케어했기 때문이다.
 
우진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 외에도 3명의 실무자 선생님들이 6명의 아이들을 돌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만큼 학교에 대한 신뢰감이 쌓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 우진학교로 등원을 시작하며, 예현양도 심정선씨도 마음속에 봄이 찾아온 모습이었다.
“이제 정말 한시름 놓은 기분이에요. 하지만 우리 예현이가 이렇게 됐다고 해서 다 끝난 일은 아니죠. 저처럼 정말 극성으로 뛰고, 찾아가고 하니까(웃음) 그나마 예현이가 이렇게 빨리 좋은 곳으로 재배치를 받을 수 있었겠죠. 내년 3월이 되면 또 제2, 제3의 예현이가 사태가 안생기리란 법이 없어요. 아이들 개개인의 특수성을 모두 맞출 수는 없더라도 단 몇 줄로 학교배치를 하는 것은 ‘의무교육’이라는 보이기식 행정일뿐 당사자들은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란 걸 교육계가 인지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특수교육대상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그에 맞는 매뉴얼을 갖춰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금 예현이처럼 내년 3월 입학을 준비하는 모든 특수교육대사장들이 상처없이 봄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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