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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장애를 즐기고 있습니다”한기명/ 한국 최초 장애인코미디언
승인 2019.05.01  09:37:29
배재민 기자  |  handicap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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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하나만 놓인 텅 빈 무대 앞으로 관객들이 입장한다. 객석의 자리가 안 보일 무렵 마이크 앞으로 진행자가 입장한다. 이곳은 스탠드업 코미디 쇼의 무대다. 진행자가 유려한 말솜씨로 관객을 휘어잡는다. 그는 다음에 등장할 코미디언을 소개한다. “우리 코미디언들은 캐릭터가 중요하다. 이분의 캐릭터는 한국에서 독보적이다.”
 
등장한 인물은 한국 최초 장애인코미디언 한기명 씨다. 그는 마이크를 쥐고 능청스레 입을 연다. “다들 장애인인 제가 나와서 당황스러우실 거예요. 제가 하는 개그를 보고 안 웃자니 코미디 무댄데 이상하고, 웃으려니 장애인 비하 같고. 하지만 여긴 코미디 무대잖아요. 오늘 하루만큼은 실컷 비하하세요.”
 
한기명 씨는 후천적 장애인이다. 19년 전 태권도학원 차에서 내리던 중 차가 그를 못 보고 출발했다. 그는 식물인간으로 잠들어 있다가 일반병실에 입원했다. 그에게 선고된 것은 지체장애와 뇌병변장애 판정이었다.
 
“사고가 난 후 한동안 무기력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그러다 병실에서 개그콘서트를 보았어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저도 나중에 개그맨처럼 웃음과 재미와 감동을 선물하는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기명 씨에게 장애는 개그 소재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주제는 장애에 대한 차별이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장애인들을 차별하지 말라면서 다들 차별해요. 우리가 가는 곳마다 늘 특수가 붙어요. 특수학교, 특수학급. 그러면 나도 특수부대 보내주든가.” 그는 이어 “친한 형한테 이상한 장난을 쳤어요. 그 형이 웃으면서 말하더군요. “너 자꾸 그러면 반신불구로 만들어버린다.” “난 이미 반신불구인데? 가끔은 차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차별과 배려를 소재로 한 유쾌한 입담이다. 유머로 현실의 차별과 배려의 차이를 각인시킨다. 이어 비꼬기 개그도 이어진다. “가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해요. ”장애인은 좋겠어. 세금도 안내, 전철도 공짜야. 부럽네.” 저는 그럼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그럼 너네도 장애인 하든가.”
 
일상생활의 흔한 차별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같은 비꼼을 사용해 개그로 변모시킨다. 듣는 관객 입장에선 기분 나쁠 수도 있으나 폭소가 터진다. 다들 개그에 공감하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편견과 차별에 대해 생각한다.
 
“대본을 짜서 일주일에 한번 동료 코미디언들 앞에서 시연을 해요. 대부분의 개그 소재는 사람들이 저에게 하는 말들, 제 일상에서 얻어요. 우선적으로 저는 코미디언이니 저를 보러 오는 관객들에게 웃음과 재미와 감동을 주고 싶어요. 더 나아가선 관객들에게 장애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없애고 싶어요.”
 
   
▲ 한기명씨의 스텐드업 코미디 무대. 
어떤 편견과 선입견을 가장 없애고 싶냐는 질문에 한기명 씨는 “장애인은 무조건 도와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거요. 일단 저를 보시면 알잖아요?” 하며 껄껄 웃는다.
 
한기명 씨는 공연의 엔딩에 늘 하는 말이 있다. “저는 지금 장애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 멘트에 관객들은 엄청난 환호를 보낸다.
 
“장애란 저에겐 핸디캡이며 콤플렉스이기도 해요. 하지만 어찌되었건 전 장애를 가지게 되었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고칠 수도 없어요. 그렇다고 마냥 축 쳐져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게 더 안 좋아요. 그게 더 손해인 거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저는 저를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표현하는 거예요. 그래서 전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나도 장애인이지만 이렇게 잘산다. 너네도 도전해라.”
 
비장애인들에게 장애란 먼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나에겐 절대 찾아오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의의 사고나 병으로 장애를 가지게 된 사람들이 많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 올 수 있다.
 
“장애란 불편하지만 마냥 불편한 게 아니에요. 어찌 보면 좋은 무기일 수 있어요. 저를 예로 들면 전 늘 웃기는 직업을 꿈꿨어요. 장애는 제 코미디의 가장 큰 소재에요. 다른 장애인 분들도 장애에 대한 단점만 생각하지 않고 장점을 찾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장애를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이어서 한기명 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거리감이 없는 세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거리에선 장애인들이 잘 안 보여요. 그 이유는 순전히 제 생각으로만 말해드릴게요 우선 문화생활을 할 공간도 마땅치 않고, 시설들 자체가 장애인 친화적이지 않아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그가 원하는 세상을 위해 코미디 말고 현재 준비하는 다른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떠날 수 있는 기차 여행이에요. 재작년 5월에 한번 했었는데 단발로 그쳤어요. 하지만 올해부터는 계절별로 실시할 예정이에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거리감이 없는 세상. 아직은 꿈만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적어도 한기명 씨의 무대와 관객 사이의 거리감은 없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코미디를 가지고 조금씩 편견의 틈을 좁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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