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 주는 중요한 존재 ‘안내견’
상태바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 주는 중요한 존재 ‘안내견’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9.04.05 13:10
  • 수정 2024-02-15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신규돌 훈련사가 훈련견 ‘다감’이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는 훈련을 하고 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에 관한 글을 준비했다. 그들이 어떤 훈련과 시간을 보내고 시각장애인과 함께 하는지, 길에서 마주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리고 실제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동행을 통해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배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국내 안내견 80여 마리 활동중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시각장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돕기 위해 훈련된 장애인 보조견을 말한다. 안내견은 장애인의 보행을 안전하게 안내하고, 언제 어디서나 그들과 함께 함으로써 장애인 스스로 독립된 삶을 영위하며,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시각장애인을 돕는 안내견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1차 대전 당시 독일 의사 게하르트 스탈링이 독가스에 시력을 잃은 군인을 애완견이 돕는 걸 보고 1916년 안내견학교를 설립한 게 시초로 우리나라에는 지난 1993년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처음 문을 열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첫 안내견은 누굴까? 한국 최초의 안내견 파트너는 대구대학교의 임안수 교수로 1972년 말에 미국 유학을 마치고 셰퍼드 종인 안내견 ‘사라’와 함께 귀국했다.

이후 외국기관으로부터 분양을 몇 차례 시도했지만 사후관리의 어려움과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족 등으로 정상적인 활동을 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고 한다.

사진제공=삼성화재안내견학교

그러던 중 우리나라에서도 체계적인 과정을 거친 국내 양성기관에 의해 배출된 첫 안내견이 탄생했다. 바로 1993년 문을 연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훈련을 받아 1994년 양현봉 씨에게 분양된 리트리버 종의 ‘바다’가 그 주인공이다.

전문학교가 문을 연 이래 시각장애인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전문가들을 양성하면서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약 80여 마리의 안내견이 활동 중이다. 

리브라도 리트리버종, 안내견 적합

온순하고 지능 높아 훈련성공률 ↑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우리나라에서 세계안내견협회에 등록된 유일한 기관으로 세계안내견협회 기준에 맞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훈련사들이 이 곳에서 안내견들을 훈련하고 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훈련사로 일하고 있는 신규돌 씨는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문을 연 당시부터 함께한 우리나라 안내견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 훈련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대부분 리브라도 리트리버 종이다. “리브라도 리트리버는 훈련이 쉽고 몸짓이 큼에도 불구하고 온순하고 붙임성이 좋을 뿐 아니라 지능이 높아 안내견으로 양성하기 적합하며, 가정에서 키우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훈련을 받고 있는 시각장애인훈련견<사진제공=삼성화재안내견학교>

안내견은 태어나자마자 훈련사를 만나는 것은 아니다. 생후 7주쯤 됐을 때 일반가정에 위탁을 보낸다.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도록 사회화를 하는 과정이며, 이를 ‘퍼피워킹’이라고 하고 개를 돌봐주는 자원봉사자를 ‘퍼피워커’라고 한다.

이 기간 동안 훈련사들이 퍼피워커를 찾아가 시기별 교육 내용이나 특징 등을 알려준다. ‘초인종 소리가 들리면 짓는다’라던가 ‘낯선 사람을 보면 흥분한다’ 등 개의 특성을 기록해둔다.

훈련견, 하루 1시간씩 도심지 훈련

걷거나 에스컬레이터 탑승 등 교육 

약 14개월간 퍼피워킹이 끝나면 안내견학교로 복귀해 안내견으로 적합성 유무를 테스트하는 종합평가를 받게 되며, 합격된 개들에 한해 안내견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게 된다.

신규돌 훈련사는 적합성 요소에 대해 “다양한 요소를 살펴보지만 무엇보다 건강과, 품행, 기질, 수행 이렇게 네 가지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건강부분은 리트리버 특징상 고관절이 약한데, 그 부분과 피부의 상태를 중요하게 체크한다. 다음으로는 품행부분으로 배변훈련 정도와 유혹을 이겨내는 정도, 흥분 정도 등을 확인하게 된다. 세 번째는 기질부분으로 훈련견의 성격을 평가하는 부분이다. 대범한지, 소심한지 등 안내견으로서 적합한 성격인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수행하는지 보는 수행능력 등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만 안내견이 될 수 있는 기본 요건을 갖췄다고 평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 신규돌 훈련사는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문을 연 시점부터 지금까지 약 50여마리의 안내견을 배출했다.

하지만 훈련견으로 가는 길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네 가지 요소를 충족하고 있더라도 3단계의 엄격한 평가를 통과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엄격한 3단계 평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첫 번째는 훈련을 시작한 지 4주 후에 받는 특성을 파악하는 인성평가다.

리브라도 리트리브견이 기본적으로 순하고 순종적이긴 하지만 로봇이 아니다 보니 각각이 가진 성격과 취향이 다르기 마련이다. 어떤 것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 성격은 안내견으로 적당한지 등 기본 성격을 평가하는 것이 1단계에서 진행된다.

훈련 13주 차에 진행되는 두 번째는 평가는 수내역 근처에서 진행되며, 훈련사가 직접 눈을 가리고 정해진 코스를 훈련견과 함께 이동하면 다른 훈련사들이 그 모습을 1~5점의 기준에 따라 채점을 하는 방식이로 이루어진다.

마지막 3단계는 총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첫날은 용인시내에서 인도와 차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골목길을 다니며 차와 마주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목적지 훈련을 통해 정해진 목적지로 얼마나 정확하게 이동하는지 평가하게 된다.

둘째 날에는 서현역 근처에서 택시, 지하철, 엘리베이터, 버스 등 대중교통과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많고 다양한 음식 냄새와 소리 등 방해물이 많은 시장을 통과하는 테스트를 마친다. 이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통과하면 정식 안내견의 자격이 부여된다. 이렇게 30주 차에 진행되는 3단계 평가까지 총 8개월 동안 훈련을 받는다. 이처럼 엄격한 평가 탓에 훈련견에서 안내견으로 최종 선택되는 경우는 30%밖에 되지 않는다.

신 훈련사는 “시각장애인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철저한 기준을 바탕으로 3단계의 평가를 통과한 훈련견만이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2살 때까지 훈련을 받은 후 약 8년간 안내견으로 활동하고 10살이 지나면 다시 안내견학교로 돌아와 자원봉사 가정에서 지낸다.

사진제공=삼성화재안내견학교

신규돌 훈련사는 “가끔 안내견들이 다른 애완견에 비해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 수명이 짧을 것이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안내견은 평균 하루 2시간 정도만 걷고 나머지 시간은 시각장애인의 활동 반경에 따라 대부분 사무실이나 학교, 집 안에서 지낸다. 주인과 함께 하루 종일 있고 하루에 1~2시간 산책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개에게는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삶일 것이다. 실제로 다른 애완견에 비해 일찍 죽거나 하는 일도 없다.”고 말했다.

“벌써 26년째 훈련사 일을 해오면서 지난날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많이 변화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도 편견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있는데, 안내견은 일반 반려견과는 다르다는 걸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 주는 중요한 존재니까요. 환영까지는 욕심이더라도 거부하거나 제약하는 상황이 줄어 안내견은 물론 시각장애인분들이 좀 더 편하게 일상생활을 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어요.”

 

 

 

◆안내견에 대한 에티켓◆ 

사람들 사이에 지켜야 할 예의가 있듯이 안내견을 대할 때에도 예절이 필요하다.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고 발이 되어주는 안내견을 대하는 에티켓에 대해 알아보자. 

∎보행 중인 안내견을 쓰다듬는 등의 접촉은 피해주세요.

안내견은 주로 라브라도 리트리버 종으로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기 때문에 쓰다듬어 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안내견을 주인 아닌 다른 사람이 만지게 될 경우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에 지장을 주어 예기치 못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안내견에게 먹을 것을 주지 마세요.

안내견이 보행 중에 먹을 것을 탐하게 되면 시각장애인을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안전을 위해서 안내견은 주인이 주는 사료만을 먹어야 한다.  

∎안내견을 부르지 말아주세요.

안내견이 너무 예쁘고 귀엽다고 “쯧쯧”, “쫑~”, “멍멍아~” 등의 소리로 안내견을 부르는 것은 안내견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안내견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곧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인 만큼 꼭 지켜야 할 에티켓 중 하나다. 

∎버스정류장에서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을 만났을 때

버스를 기다리고 있거나 횡당보도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는 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번호를 알려주거나 신호등이 바뀌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좋다.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은 버스번호나 신호등이 바뀌는 것을 주변 사람의 도움이나 주변 상황을 판단해 알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이 좋다. 

∎출입 거부하지 않기

장애인복지법 제40조에 따라 안내견은 공공장소 출입이 가능하다. 안내견의 대중교통 이용과 공공장소 출입 거부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안내견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꾸고 따뜻한 시선으로 받아주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