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성폭력 근절, 인권친화적 장애인체육활동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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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성폭력 근절, 인권친화적 장애인체육활동을 기대하며…
  • 편집부
  • 승인 2019.04.05 09:18
  • 수정 2019-04-0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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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솔희 / 나사렛대학교 재활스포츠연구소 연구원
 

 최근 체육계의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면 바로 ‘체육계 성폭력’ 문제일 것이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미투 열풍이 강하게 불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모순과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매우 긍정적인 변화였다. 이러한 변화의 시도가 멈추지 않고 용기 있는 어떤 이들의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그러한 연속선상에서 바로 체육계의 성폭력 문제가 이슈화되었고 정부는 물론 관계 기관과 단체들의 발 빠른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많은 관계 부처와 기관, 단체들이 체육계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서 위원회 구성, 실태조사, 조례제정, 성폭력예방교육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되었다. 장애인체육 관련 기관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중앙은 물론 각 시도, 시군구 장애인체육회까지 성폭력 교육을 실시하고 성폭력 방지 선포식을 하는 등의 움직임들이 이어지고 있다.

체육계 고질적인 문제들을 이번 기회를 통해 개혁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이 시점에서 장애인체육과 관련해서 우리는 어떠한 관점과 태도로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신중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인간이라는 보편성과 장애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이번 일로 인해 우리 사회는 그 동안의 국가주의, 성적지상주의의 패러다임에서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장애, 비장애를 떠나 인간이 만든 스포츠에 종속되기 보다는 스포츠를 즐기고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체육계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에 따르는 제도와 정책,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장애인체육이 전반적인 체육계의 패러다임 기조를 동일하게 따르기 때문에 국내의 스포츠 정책 등이 인권친화적 패러다임으로 변화한다면 장애인체육 또한 동일하게 변화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장애라는 특수성의 관점에서 볼 때 역시 패러다임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기존의 장애와 관련한 제도와 정책들이 시혜적 관점이나 전문가적 관점에서 접근을 했다면 이미 선진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당사자적 관점의 패러다임으로 변화하였다. 이는 정치,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 장애당사자가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위원회 구성 등에도 장애당사자의 참여 비율을 정하는 등 간접적 참여를 통해 가능하기도 하다. 장애인체육회의 경우도 현 시스템 초기에 이러한 내용을 규정하였다. 다만, 지금까지 그 취지와 의미를 잘 살려 현장에서 잘 적용하고 있는지, 이를 통해 장애당사자의 직간접적인 참여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재점검과 규정의 개선 및 강화 등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인권친화적 장애인체육활동을 위해서는 장애, 체육, 인권의 세 분야를 모두 담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 세 분야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무리 뛰어난 인권전문가라 해도 장애와 체육에 대한 지식이 없이 접근을 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아무리 뛰어난 장애와 체육의 전문가라 해도 인권을 모를 경우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이 세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겸비한 전문가의 양성과 각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구성 및 활용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현장에서의 장애인의 이해에 대한 교육이 전제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체육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해당 종목에 대한 전문지식일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의 장애당사자들의 경우, 1순위로 장애인에 대한 이해 교육의 필요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자신들을 지도하는 지도자 등 전문가가 자신의 장애를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과 인권침해가 많다는 것이다. 장애는 장애인복지법상 15개 유형으로 나뉘고 각 유형 내에서도 다양한 장애로 분류되기도 하며 같은 장애라 해도 다양한 특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따라서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지 않는 경우 의도치 않은 성폭력을 비롯한 다양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넷째, 인권센터의 독립성이다. 장애인체육의 경우 일반체육에 비해 늦게 제도적 기반을 갖추었으므로 대부분의 내용을 일반체육을 답습한 경우가 많다. 인권센터의 경우도 일반체육의 모형을 기반으로 시작되었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 내의 인권센터의 경우 명칭의 변화와 구성의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독립성을 인정받고 있지는 않다. 대한장애인체육회의 경우도 체육인지원센터 내에 인권상담실이 있다. 인권 실현도 체육인에 대한 지원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인권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인권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그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우선에 이야기되고 있다. 현장의 장애당사자들 역시 인권센터의 독립성과 접근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장애인의 건축물 접근성은 물론 물리적 독립과 구조적 독립을 뜻한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하고자 준비가 되어 있다 하여도 그 기관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접근이 불가능하다. 스포츠의 속성상 위계 구조 등으로 인해 성폭력 발생 가능성이 높은 단체 내에 있는 인권센터의 문을 두드리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현재 구조 및 예산과 인력으로는 전문성과 다양성을 담아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외부 전문 기관인 장애인인권센터, 성폭력상담센터 등과의 협력을 통한 위원회 구성 및 모니터링도 효과적일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는 중앙기관뿐 아니라 각 시도, 시군구 체육회 역시 각 지역의 관련 기관을 활용함으로써 구조, 예산, 인력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보다 전문적이고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므로 효과적인 접근이 될 것이다.

다섯째, 인권교육의 개선이다. 장애인체육이 일반체육의 인권센터 모형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그동안 인권교육의 내용도 주로 폭력, 성폭력 위주로 진행되었다. 일반체육과 장애인체육의 인권교육에 있어 동일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 바로 교육의 형태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관들이 실적 위주의 평가를 중요시하다 보니 50명, 100명 심지어 200명씩 한 번에 인권교육을 하는 대규모 형태를 취하고 있다. 또한 강의식 교육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 교육의 경우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강의식뿐 아니라 토론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또 인권의 경우 교육내용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인권감수성, 장애감수성, 성인지감수성 등 기본적으로 감수성 교육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규모의 강의식 교육에서는 이러한 감수성 향상을 기대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폭력, 성폭력 교육은 물론 장애인의 이해, 권리옹호, 접근권, 이동권 등 교육내용의 개선이 필요하다. 장애인체육에서는 이 외에도 장애유형별, 선천장애와 후천장애, 지도자와 선수, 전문가와 장애당사자 등 분리교육도 필요하며 대상별 교육 내용과 교육 형태도 달라야 한다. 따라서 향후 인권교육의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논의와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어느 한 사람을 위한 바람이 아닌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바람이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멈춰야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듯 힘들고 아픈 과정이겠지만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여 모두가 행복한 체육활동이 가능한 인권친화적인 장애인체육계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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