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의 조건
상태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의 조건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9.03.22 09:34
  • 수정 2019-03-22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엔(UN) 장애인권리위원회의에 제출하기 위해 국내 장애인의 인권실태를 조사한 국가보고서안이 대단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보건복지부에서 작성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2,3차 국가보고서안에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국가보고서안이 추상적인 계획만 나열됐거나 통계가 누락됐고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권고한 쟁점목록의 이행 여부조차 구체적으로 기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시된 정책의 예산규모가 적시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 인권위의 국가보고서안에 대한 이 같은 의견 표명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심의와 권고 이행에 정부가 꼼수를 부리지 말고 충실히 임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인권위의 주요 지적 사항을 살펴보면 새로울 것도 없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공개토론회에서 이미 지적된 사항이거나 장애계가 줄곧 주장해왔던 이슈들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일반원칙 중 ‘천부적인 존엄성, 선택의 자유를 포함한 개인의 자율성 및 자립에 대한 존중’을 위한 성과로 올 7월부터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탈시설-자립지원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것을 내세웠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이행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탈시설-자립지원 등의 예산규모를 명시하지 않아 예산규모를 명시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받은 것. 공개토론회에서 장애계가 지적한 것처럼 정부보고서안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실적 홍보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또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에게 복지서비스와 활동보조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했었다. 그러나 이번 국가보고서안에는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라 ‘2022년까지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는 추진계획 위주로만 기술돼 있음이 드러났다. 정신장애인에게 제공된 복지서비스와 활동보조서비스 현황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인권위의 지적대로 정부는 정신장애인에게 제공한 복지서비스와 활동보조서비스 내용은 물론 향후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라 달라지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 지원 계획을 보완, 적시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 내용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밝혀야 함은 당연하다 하겠다.

정부가 아직까지 장애인권리협약의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의 전 생활영역에서의 권익보장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는 국제협약으로 전문과 본문 50개 조항 및 선택의정서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2006년 협약을 채택했지만 선택의정서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선택의정서가 진정제도(개인·집단진정)와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직권조사권을 부여하고 있어 국내적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명을 유보했었다. 정부의 말대로 장애인차별에 대한 권리구제절차를 충분히 갖췄다면 선택의정서 비준을 유보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장애인의 인권적 관점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이 지향하는 철학을 담아 국가보고서안을 수정‧보완해 제출하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