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이 된 입학식…특수교육 준비 안된 채 학생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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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이 된 입학식…특수교육 준비 안된 채 학생 배치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9.03.21 17:38
  • 수정 2019-03-21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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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 날에도 교실은 공사 중...엘리베이터 없는 2층서 입학식

자녀 안고 2층까지 계단 올라

부모연대, 서울시교육청 앞서

“장애학생 교육권 보장” 촉구

지난 12일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회원들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학생 교육권 보장’을 촉구했다.

3월 4일 모두가 설레는 입학식을 맞이하던 날 아이와 함께 특수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학부모 A씨는 참담함을 느껴야만 했다.

▲ 중도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는 윤oo 양이 배치받은 등서초등학교로 이동하는 경로, 좁은 인도와 불법 주차 차량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도로로 휠체어를 이동할 수 밖에 없다.

지적장애 1급 자녀(윤OO, 8살)를 둔 어머니 A씨는 자신의 자녀가 특수학교에 배치되길 희망했지만 살고 있는 지역구에 특수학교가 1곳뿐이라 배치되지 못했고 대신 30분 거리에 있는 일반학교인 서울등서초등학교 내 특수학급에 배치받았다.

이에 A씨는 자녀의 입학을 유예하고자 신청했으나, 관할 교육지원청 특수교육운영위원회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장애가 아무리 심하더라도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취학 유예 신청을 부결했다.

그러면서 교육지원청은 자녀의 초등학교 적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3월 4일 윤00 학생과 A씨는 언덕 위에 위치해 있는 강서구 등서초등학교를 가기 위해 30분이나 걸리는 거리를 휠체어를 밀고 걸어가야만 했으며, 엘리베이터도 없는 4층 건물에서 입학식이 개최되는 바람에 자녀를 안고 2층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심지어 윤00 학생이 공부할 교실은 공사 중이고 학생이 사용할 책상이나 교구도 비치되지 않았다. 실무사도 배치되지 않는 등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현재 등서초등학교는 A씨의 요구에 따라 특수교육실무사를 뽑고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을 지원하고 있다.

부모연대 김신애 부회장은 “장애학생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은 법에 명시돼 있는 것이고 모든 학교에 편의시설이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모연대 조경미 기획관리실장은 “해당 학교는 휠체어를 탄 학생이 접근하기 어렵고 교육에 관한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황임을 알고도 학생을 배치했다면 이는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부모연대와 A씨는 서울시교육청에 장애학생 교육권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의 교육감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으며, 지난 20일 교육청에서 A씨와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날 면담에는 서울시교육청 김정선 특수교육팀 장학관과 강서양서지원청 초등교육지원과 성정모 과장, 심정와 장학사와 더불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조경미 실장과 A씨가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선 장학관은 “면담에 앞서 11일 등서초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봤다. 교실의 위치뿐 아니라 편의시설이 충분히 설치되어 있지 않아 비나 눈이 올 경우 이동 자체가 취약한 것을 확인했다.”며, 일부 행정상의 부주의를 인정하고 A씨 주소지와 인접한 화곡초등학교로 재배치를 제안했다.

▲ 등서초등학교는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 윤oo의 어머님 A씨는 집에서 부터 30여분의 오르막길을 휠체어를 직접 끌고 가야만 했다.

하지만 화곡초등학교의 경우 2개의 특수학급에 18명의 학생이 이미 다니고 있어 현재로도 과밀한 상황이고, 신체와 인지장애 모두를 가지고 있는 윤OO의 경우 그 곳에 들어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A씨와 연대 측의 입장이다.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18일부터 출석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며, 장애아이의 특수성은 생각하지 않고 ‘의무교육’이라는 법 테두리 안에서만 해결하려 하는 탁상행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가 처음 유예신청을 했을 때 우리 아이의 발달평가 결과지까지 꼼꼼히 첨부했다. 우리 아이의 경우 나이는 8세지만 발달평가 결과 15.6개월 정도의 발달상태라는 통보를 받았다. 혼자서 식사도 못하고 의사표현도 못하는 아이를 8살이라는 이유로 특수학교도 아닌 여러 유형의 장애아이들이 함께하는 특수학급에 배치하며 ‘학교만 다녀라’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어 A씨는 관련 장학사가 아이를 한번이라도 직접 봤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마음으로 업무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 자녀의 특성은 누구보다 부모가 제일 잘 안다. 오죽하면 학령기의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유예를 시키려고 했겠는가. 이런 상황을 보지 않고 매뉴얼대로만 움직이는 제도가 너무 야속하다. 부모연대 실장님 말씀으로는 고양시와 인천은 중도중복 아이들만을 위한 특수학급이 운영되고 있다고 하더라. 다른 지역에서도 장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한 행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아이를 위한 법안을 만들어 놓고, 그들을 가장 배려하지 않은 매뉴얼과 정책을 실현함으로써 아이와 가족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주는 것 같다. 부디 진정성을 가지고 아이들을 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입학식 당일, 어렵게 학교에 도착했지만 윤OO 양의 교실은 2층에 위치해 있었다. 이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지 않아 어머니A씨가 직접 아이를 안고 2층으로 이동해야 했다.

A씨는 아직까지는 자녀를 다시 학교에 보낼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현재 자신의 겪은 일에 대해 인터넷 카페(http://naver.me/xYEwHmbT)를 개설하고, 특수교육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공감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하며, 외로운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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