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임세원법에 대한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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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임세원법에 대한 두 가지 시선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9.02.22 13:37
  • 수정 2019-02-22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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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법 입법, 신경정신의학회측 v 장애계측 대립
 

지난 2월 8일 정신질환자 대상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임세원법 입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은 임세원법의 입법 논의를 위한 자리였지만 공청회 시작 전부터 입법 논의를 반대하는 장애단체들의 항의 시위가 일어나는 등 난항을 예고했다.

신경정신의학회, “안전한 진료환경 위해 개정안 필요”

장애계, “정신보건법 후퇴 반인권적인 개정안…반대”

지난해 12월 31일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상담 중이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임 교수의 환자였던 박 씨는 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입원치료를 받다가 퇴원해 수개월간 병원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사건 당일 예약도 없이 임 교수를 찾아왔고 상담 도중 갑자기 진료실 문을 잠갔다. 이에 위협을 느낀 임 교수는 바로 도망쳤지만, 박 씨가 그 뒤를 쫓아 결국 범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의료기관 내 의료진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동시에 이와 같은 피해 사례를 막기 위한 ‘임세원법’ 제정이 추진됐다.

고(故) 임세원 교수의 유족들은 “안전한 진료환경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 편견과 차별 없이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고인의 유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8일 열린 ‘임세원법 입법 공청회’에서 논의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에 대해 처음 추진 의도였던 의료진의 안전진료를 위한 것이 아닌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가능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본래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이날 공청회에 현장에서는 시작 전부터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등 16개 정신장애 관련 단체가 참여해 “이번 개정안은 고 임세원 교수와 유가족의 유지에 반하는 내용으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유가 치료다’, ‘반임세원법 철회하라’ 등의 메시지가 담긴 손 팻말을 들고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신장애인 강제입원 손쉽게 한 개정안 내용에 장애계 강한 반발

그렇다면 이들이 이렇게 강하게 반대를 하고 있는 ‘임세원법’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윤일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가장 장애계의 반발을 산 부분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강제입원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만든 부분이다.

지난 2016년 정신보건법에서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전부 개정되면서 그나마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부분으로 장애계는 ‘과거로 회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현재는 정신장애인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 입원시키려면 ‘자‧타해 위험’과 ‘치료 필요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가능하지만 개정안은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만 충족돼도 강제입원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또한 현행법에서는 강제입원을 진단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은 ‘서로 다른 의료기관 소속으로 이 중 한 명은 국․공립정신병원 소속’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에서는 이를 삭제하고 ‘서로 독립적인 의사 2명’이라고만 규정해 진단요건 역시 완화했다.

또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이하 입적심) 폐지, 사법입원(개정법률안 제47조)이 도입됐다.

사법입원은 가정법원에 의해 결정되는데, 고지 전까지 합법적으로 강제입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입원 기간이 현행법 3개월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

장애계는 “입적심에는 ‘당사자, 가족, 인권전문가’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입적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면심사’(국립병원 소속 조사원 방문)라고 생각된다. 현행법에서 당사자(환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권익옹호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폐지한다는 것은 당사자의 인권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뜻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정안에는 퇴원 후 외래치료 명령도 기존보다 강화돼 경찰은 외래치료 명령을 받은 사람이 검사받지 않을 땐 정신의료기관에 이송해야 한다.

 

 

복지부, “입적심 시행 1년 안 돼 현장에 대한 현황 파악이 필요”

경찰측, “정신장애인 순찰차 호송‘인권침해’ 논란 될 수 있어”

이어진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 권준욱 국장은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폐지와 사법입원 절차 도입에 대해 인력과 비용 등 고민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하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권 국장은 “현재 정신장애인 신규 비자의입원이 4만여 건, 연장심사가 7만 건으로 한해 10만 건이 넘지만 판사 수는 40명에 불과하다. 사법입원이 도입되면 국선변호인, 호송인력, 신문절차 등의 여러 인프라가 있어야 제도 시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입원 도입을 논의하기에 앞서 현재의 입적심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올해 5월 31일이 입적심 시행 1년이다.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 입적심 가동 후 비자의입원 축소를 기대했으나 2% 정도밖에 줄어들지 않았고 대면 조사도 20% 정도밖에 안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사법 절차 도입 논의는 이를 파악한 뒤에 진행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정신질환에 대한 실태 파악의 필요성 절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권준욱 국장은 “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을 통해 우리 복지부가 한 반성은 정신질환에 대한 실태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를 계기로 5년 주기로 된 정신질환 실태조사 주기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대상 등을 재정립할 계획이다. 정신보건 예산의 경우 전체 보건 예산의 1.5%에 그쳐 차제에 기재부와 정신재활시설에 대한 중앙정부의 보조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김종민 생활질서과장은 개정안의 내용 중 경찰이 정신장애인을 후송하는 부분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김 과장은 “정신질환자는 범죄자가 아닌 환자이다. 그런데도 경찰이 순찰차로 직접 호송할 경우 ‘인권침해’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자칫하면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사회적 편견을 낳을 우려가 있고 환자나 가족 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할 부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과장은 행정입원이 현재보다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재는 경찰관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행정입원을 신청해도 센터 측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경찰은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행정입원을 110건 신청했는데, 이에 대해 센터는 65건만 입원조치하고 나머지는 조치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112 신고가 반복되고 있다. 부당하게 입원을 거부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제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경정신의학회, “대안이 ‘사법입원’” 

공대위, “강제입원 집중할 것 아니라 치료환경 개선이 먼저”

사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골자인 ‘사법입원제’는 신경정신의학회가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제기했던 부분이다.

최준호 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 이 자리에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개정안에 대한 오해가 생각보다 많은데, 개정안에 악의적인 의도는 없다. 안정한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의료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부분에서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신경정신의학회는 그 대안이 ‘사법입원’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신경정신의학회는 1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의견을 주장했었다.

당시 학회는 사법입원의 필요성에 대해 “사법입원제도 도입은 그동안 보호자와 의사가 지녔던 정신질환자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국가가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신질환자 탈원화를 위해서는 사법제도가 변화해야 한다. 이번 사고를 예방하고 정신건강복지법의 여러 장치가 효율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사법입원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신장애인인권단체 측은 “개정안은 정신질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내용만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발의된 개정안 내용에는 강제입원에 대한 내용만 있을 뿐 당사자들의 권익에 대한 부분은 전혀 없다. 임세원법이라는 명분만 빌려 고인의 유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 대표를 비롯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당사자가 치료받지 않은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의 정신병원을 전수조사하고, 정신질환자를 죄인 취급하는 폐쇄병원 즉각 폐쇄 및 정신적, 물질적 피해보상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밖에도 “응급입원과 응급치료를 제외한 모든 강제입원, 강제치료를 없애고 지역사회에서 생활, 취업, 치료, 재활을 할 수 있는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를 주최한 윤일규 의원은 “많은 분의 생각이 이렇게 부딪힐 줄 몰랐다. 혹시 소홀한 부분은 없는지 다시 돌아보고, 이 자리에서 오간 내용을 반영하겠다.”고 말하며, 공청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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