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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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며…
  • 편집부
  • 승인 2019.02.22 09:53
  • 수정 2019-02-22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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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일 /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

 

인천광역시는 지난 7일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 차원에서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의 확대설치와 보수를 추진하기 위해 2억6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시는 이를 통해 어린이보호구역 등 교통약자 이용시설 주변과 주요 교차로와 상가 밀집지역,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우선 확대 설치할 예정이고 이미 설치된 시설물을 점검하고, 음향신호기 사용에 방해가 되는 주변 장애물, 고장 나거나 설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음향신호기 등을 빠른 시일 안에 이전, 교체, 보수를 위해 연단위의 계약을 체결한다고 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연말 교통약자에 대한 이동편의 개선안을 마련하라는 권고에 의한 한마디로 ‘옆구리 찔러 절 받는 격’이기는 하지만 교통약자로 대표되는 시각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이러한 조치는 적극 환영할 일이다.

시각장애인은 장애특성상 이동에 관한 불편이 크다. 비시각장애인들은 시각을 기반으로 청각 등의 정보를 인지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보행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주요정보를 인지하는 시각기능의 손실(전맹) 또는 기능저하(약시)로 인해 보행시 필연적으로 장애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시각장애인이 보행의 최종목적지를 가기 위한 방향정위를 결정할 수 있는 단서가 장애인편의시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에게 편의시설은 사막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나침반과 같은 것으로 편의시설의 미설치나 고장 또는 그릇된 정보는 시각장애인에게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큰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실제로 이러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미비로 인한 보행안전사고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지만 사망에 이르는 중대사고가 아닌 이상 거의 대부분의 사건, 사고가 언론 또는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시각장애인이 이동하는 데 꼭 필요한 점자블록, 점자표지판, 점자안내판, 음성유도기, 음향신호기 등의 편의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을수록 안전사고 없이 목적지에 이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점자블록의 경우 비규격이거나 아예 설치가 안 된 경우 또는 설치는 되었지만 잘못되어진 경우를 너무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이를 시정해 달라고 ‘국민생활불편’ 앱을 이용한 민원도 예산이 부족해서라는 말에는 대책이 없다. 그 부족한 몇 푼의 예산 때문에 오늘도 시각장애인들은 목숨을 내어 놓고 보행하고 있기에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라는 성경말씀이 무색하다. 점자표지판이나 점자안내판의 경우 점자나 픽토그램을 이용하여 표기하고 이를 촉지하여 정보를 인지하게 되는데 제작방법을 준수하지 않거나 관리되지 않은 경우 손 베임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잘못된 정보는 더 심각한 상황(때로는 생명을 위협하는)을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장애인편의시설에 관한 토론회에 필자가 토론자로 참석하기 위해 현장 확인 차 들렀던 OOOO경기장의 경우 점자안내판에 계단을 경사로로 표기한 경우가 그 예일 것이다. 시각장애인은 점자안내판을 촉지한 정보를 뇌에 전달하기 때문에 계단을 경사로로 인지하고 발을 내딛는 순간 발을 헛디뎌 굴러 떨어지는 사고가 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음향신호기는 시각장애인이 이동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너는 것을 음향으로 안내하는 교통안전시설로 횡단보도의 현 위치를 알려주는 ‘위치안내’ 기능과 보행신호의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안내’ 기능으로 구분되는데 우리가 항상 이용하는 신호등에 부착되어 시각장애인이 소지하고 있는 작은 단말기나 직접 버튼을 조작하면 시각장애인에게 신호등의 변화와 주변지리 정보 등을 음성으로 안내하고 이를 기반으로 본인의 방향정위를 결정하여 보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설치와 지속적인 관리 이상으로 정확한 정보의 전달이 요구되기에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사항을 반영해 리모콘 정상작동 여부, 버튼의 위치 및 정상작동 여부, 음향신호기 신호 안내음향, 음향신호기 점자안내표지 부착 여부 등을 좀 더 세세히 살피고 문제 발견 시 적극 보수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설치율이 18%에 불가한 음향신호기의 예산투입을 꾸준히 늘려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한 교통복지에 힘쓸 계획”을 발표하며 부족한 예산문제 해결을 위해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음향신호기의 우선설치가 필요한 장소를 묻는 등의 적극적인 행정은 연초부터 참 반가운 소식이다.

작년에 새롭게 출범한 인천광역시 박남춘 시장은 시정철학으로 ‘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을 제시한 바 있다.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는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보장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가는 도시다. 인천광역시가 대한민국 어느 도시보다 살고 싶은 도시가 되는 데 이번 사업이 그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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