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이용자 추첨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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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이용자 추첨 현장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9.02.20 10:41
  • 수정 2019-02-20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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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와 탄식 엇갈려…눈물 보이던 신청자도
▲ 추첨 방법에 대해 센터 직원들이 설명하고 있다.

발달장애인부모들의 오랜 염원 중 하나였던 ‘인천서구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의 이용자 추첨식이 진행되던 지난 18일, 센터 강당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센터는 지난 2월 15일까지 신청자를 모집했으며, 이용 정원 70명의 3배가 넘는 약 200여명의 이용 희망자들이 신청 접수하는 등 높은 관심과 경쟁률을 보였다.

추첨은 자립생활반, 전환교육반, 직업교육반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정해진 시간에 강당의 문을 닫고 외부 출입을 막는 등 엄격한 체계 속에서 시행됐다.

▲ 인천시민 35명, 서구민 35명을 분리해 뽑기 위해 좌석을 나눠났다.

이용정원 70명 중 인천시 시민 35명, 서구민 35명을 추첨하기로 한 규칙대로 현장은 서구민과 비서구민의 좌석으로 분리됐으며, 추첨 순서 역시 신청자가 직접 제비뽑기를 통해 결정되도록 하는 등 투명하게 진행됐다.

안대를 끼고 장갑을 낀 채 추첨함 안으로 손을 넣어 주황색 탁구공을 꺼내면 당첨, 흰색 공을 꺼내면 비당첨인 방법으로 진행된 추첨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추첨함 안으로 손을 넣을 때마다 현장의 시선이 집중됐다.

▲ 추첨은 함에서 주황색 탁구공을 뽑으면 '당첨'이 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을 꺼낸 후 안대를 풀고 공을 색을 확인하는 신청자들은 결과에 따라 짧은 환호를 보이기도 했으며, 고개를 숙인 채 추첨 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또 ‘어떡하냐’는 탄식과 함께 눈물을 보이는 비당첨자의 모습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당첨이 된 신청자들도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같이 온 이웃의 비당첨 결과는 물론 장애를 가진 부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자신의 기쁨 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지는 듯 했다.

▲ 안대를 낀 채 신청자들이 추첨함에서 공을 고르고 있다.

당첨 공을 뽑은 민경규 씨의 어머님은 눈물을 보이며 “너무 떨렸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좋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현재 석남동에 거주하면서도 중구에 위치한 복지관으로 아들을 보내야 해서 힘들었는데, 이제 조금은 아들도 가족도 편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안도했다. 그러면서도 당첨 순간 너무 기뻐했던 모습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여기 오신 부모들은 다 같은 마음일 거예요. 당첨이 돼서 좋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곳이 하나뿐인 현실이 안타깝죠. 당첨, 비당첨이 나뉘지 않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부모님 모두가 현장에 오셔서 당첨이 되신 분들도 두 손을 꼭 잡으시고 눈물을 보이셨다.

“26살 아들이 있어서 신청하게 됐어요. 아직까지도 심장이 떨려요. 정말 간절히 기도했거든요. 부디 서구를 시점으로 계양구, 남동구 등 모든 지역구에 이런 곳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서구센터도 인원을 충원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한 명이라도 더 이용할 수 있게요.”

▲ 주황색 공을 뽑고도 떨리는 마음때문에 쉽게 안대를 벗지 못하는 신청자

당첨 공을 뽑지 못한 한 학부모는 강당 밖 복도로 나온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당첨자들이 나오면 축하한다며 미소를 보였다.

김재웅 센터장은 “추첨식에 앞서 직원들에게 신청자의 결과에 따라 동요되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부탁했다. 혹시라도 상처를 받으시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또 조심하고 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들의 마음을 알기에 추첨을 통해 이용자와 비용자를 가려야하는 현실이 마음이 아프다. 부디 서구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다른 지역구에서도 관련 센터와 시설 등을 확충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한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힘을 실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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