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절대 행복할 수 없어요. 같이 행복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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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절대 행복할 수 없어요. 같이 행복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길”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9.01.21 16:41
  • 수정 2019-01-21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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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도연, 엄가연, 엄태연 자매와 어머니 조근주씨
▲ (왼쪽부터)엄도연, 엄가연, 엄태연 자매와 어머니 조근주씨(뒷쪽)

갑자기 떨어진 기온으로 더욱 쌀쌀하게 느껴지던 날 엄도연(13), 엄가연(10), 엄태연(9) 세 자매의 어머니인 조근주씨를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났다.

세 자매는 얼마 전 복지관에 지난 한 해 동안 조금씩 저금한 30만원을 기부했다.

복지관에 기부금을 전달한 것은 두 번째지만 이 나눔의 시작은 첫째딸 도연양이 초등학교를 입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연이가 1학년 입학할 때 제가 물어봤어요. 유치원 다녔을 때처럼 생일때마다 친구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그 금액으로 누군가를 위해 좋은일에 쓰는 것이 좋을까? 하고요. 물론 엄마는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다고요. 그랬더니 도연이가 스스로 나눔을 선택했어요.”

엄마의 질문이 기억 나냐는 기자의 질문에 도연양은 당시의 상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웃어보였다.

“기억이 안나요. 사실 아직도 생일 때마다 파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항상 나눔을 실천하고 나면 그 뒤에 오는 보람도 느끼고 기분도 좋아져서 후회해 본 적은 없어요.”

기부금은 세 자매가 부모님의 심부름 후 남은 잔돈이나 명절에 받은 돈으로 모으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처음 나눔을 함께한 막내 태연양은 돈을 기부하러 가자고 했을 때 그 돈을 장난감을 사고 싶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단다.

하지만 막상 기부금을 전달하고 나서는 “다른데 또 가자. 또 하고 싶다.”고 말하는 등 열정을 보였다고 말했다.

가장 맡 언니인 도연양도 처음부터 장애인들을 마주하는 게 자연스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엄마가 8살 때 처음 복지관을 데리고 왔을 때는 시각장애인을 보고 엄마 등 뒤로 숨는 등 마주하는 것을 어려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젠 친구들과 함께 다니다가도 시각장애인을 보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친구들에게 “저 사람은 그냥 몸이 불편할 뿐 우리랑 다르지 않아”라고 똑 부러지게 말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이처럼 나눔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아이들이지만 아직 초등학생답게 꿈도 많고 작은 것에도 웃음을 보이는 천진한 모습으로 인터뷰 내내 긍정적인 에너지를 쏟아냈다.

가장 부끄러움이 많던 가연양은 미래의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너무 많아요”라고 선뜻 하나를 고르지 못하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막내 태연양은 “아이돌이 되고 싶다”며, 당당하게 이야기했으며, 첫째 도연양은 “행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연양이 말하는 행복에는 ‘더불어, 함께’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조근주씨는 “아이들에게 항상 말해주고 있어요. 네가 행복한 일을 하라고요. 그러면서도 사람은 절대 혼자서 행복할 수 없다고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우리아이들이 누군가와 같이 두루두루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길 바라요.”

‘함께 행복한 삶’이라는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생각과 더불어 행동을 실천하는 세 자매와 어머님의 모습에 어느새 마음 속 깊은 곳까지 훈훈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들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널리 전달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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