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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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은 무엇인가?
  • 이주언
  • 승인 2018.12.19 18:10
  • 수정 2022-01-12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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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언/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장애인법연구회 사무국장
영희 씨는 시와 그림을 사랑하는 멋진 여성이다. 그녀는 다발성 경화증으로 뇌병변장애 1급의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2010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의 장기요양서비스를 받고 있다. 그녀는 2016년 활동지원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서비스 변경신청을 하였다. 구청장은 그녀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서비스 대상자라는 이유로 변경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현재 그녀는 하루 4시간의 요양서비스만을 받고 있다. 나머지 20시간은 마비가 와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친구가 초인종을 눌러도 그저 침대에 누워 있거나 휠체어에 앉아서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승연 씨는 미소가 아름다운 여성이다. 그녀는 홀로 딸을 키우는 씩씩한 엄마이다. 그녀는 경추 6, 7번이 손상되어 가슴 아래 부분이 마비(사지마비)된 중증장애가 있다. 그녀는 추가급여 293만8천원을 포함하여 월 420만8천원을 한도액으로 하여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올해 그녀의 딸이 성인이 되었다. 예쁘게 잘 자란 딸을 보고 기뻐야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구청에서는 추가급여를 깎겠다고 한다. 동거 가족이 성인이 되면 추가급여가 깎인다고 한다. 그녀의 딸은 엄마보다 몸집도 작은데다가 척추측만증으로 4급 장애를 가지고 있어 혼자 오래 앉아 있기도 어렵다. 하지만 법에서는 성인인 가족에게 3급 이상의 장애가 있는 경우에 추가급여를 인정해 준다. 이제 그녀는 허리가 아픈 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준호 씨는 인정 많고 마음이 따뜻한 남자다. 그는 경추손상으로 척수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는 시설에서 지내다가 자립생활을 택했다. 그가 자립생활을 시작할 때에는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갑자기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가 중단되었다. 그는 ‘불이 나면 119에 누가 전화해 줄 거야?’라는 피켓을 들고 시청 앞에서 시위했다. 매일 9시간 활동지원사 없이 혼자 지내던 그는 욕창이 심해지면서 건강이 악화되었다. 활동지원사들은 새벽 2시30분, 4시30분, 6시30분 야간순회를 돌았다. 그들이 새벽에 와서 불을 켜고 잠을 깨워 생사를 확인하고 가는데, 그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겨우 잠이 들었다가 잠을 깨우고 가면 나머지 시간은 그냥 뜬 눈으로 지샜다. 점점 건강이 악화된 그는 결국 폐혈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떤 사람들은 영희 씨, 승연 씨, 준호 씨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냥 시설에 들어가지. 그럼 안전하게 살 수 있을 텐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듯이, 그런 이야기를 듣는 영희 씨, 승연 씨, 준호 씨에게도 어떤 삶을 살지 선택할 자유가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말할지 모르겠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니, 위험도 당신이 감수해야 해” 대체로 맞는 말이지만, 이것은 사회적으로 최소한의 안전망을 깔고 하는 이야기이다. 
 
 내가 칼럼을 쓴다고 갑자기 경찰이 나를 잡아가지 않는 것, 내가 직장을 잃어 생계가 막막해졌을 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 주말에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권리, 인권을 우리가 요구하고, 지킨 결과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으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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