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 유형분리, 시대적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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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장애 유형분리, 시대적 사명이다
  • 편집부
  • 승인 2018.12.07 09:33
  • 수정 2018-12-0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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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우/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

 세계보건기구(WHO)는 2013년 ‘척수손상의 국제적 관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행하였다. 이 보고서에서 당시 WHO 사무총장인 마거릿 첸은 “척수손상은 삶의 위협에서 기회로 바꿀 수 있고, 척수손상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의료시스템의 과제와 관련이 있으며 척수장애인을 잘 수용할 수 있는 세상은 일반적으로 장애인들을 잘 통합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척수장애의 특성을 너무 모른다는 반증이고 척수장애인의 재활과정의 중요성과 그 효과성에 대한 간곡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척수장애에 대한 이해와 통계 및 사후관리를 잘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가 잘 되어 있다. 휠체어를 타고도 장애이전의 일상의 삶을 살도록 물 흐르듯 연계서비스가 정교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사정은 참담한 실정이다. 선진 외국의 5배 이상의 장기입원과 재활난민생활, 준비되지 않는 퇴원으로 사회적 입원이 선호되고, 지역사회로의 전환재활의 부족과 주거환경, 직업재활, 활동지원, 보조기기, 건강권 등 손상 후 주기별 전 분야에서의 소외되고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거의 대부분 성인기 이후 중도장애로 인한 척수장애인들은 고학력(80%가 고졸이상)이며, 사회생활과 직장경험이 많아 근로능력이 있음에도 장애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는 경단장(경력단절장애인)이 되어 철저히 근로시장에서 외면을 당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한다.
 
 이렇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이 개인의 탓이 아니라 이 사회가 척수장애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척수장애가 어떤 신체적 특성이 있고 심리적, 사회적인 문제는 있지만 충분한 재활과정을 통하여 일상의 삶을 살 수 있는 장애인이라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척수장애인에 대한 정확한 통계구축이 되어야 하고 그 첫 단추가 유형분리이다.
 
 1988년에 시작된 장애범주는 2000년 1차, 2003년 2차 범주 확대로 현재의 15개 장애범주로 이어지고 있다. 이후 3차 범주 확대에서는 척수장애가 분류가 되어야 한다는 보고서와 관련하여 판정체계 등 후속연구가 끊임없이 나왔지만 관계부처는 15년 째 요지부동이다. 척수장애인의 수는 8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숫자로만 봐도 7번째로 많다.
 
 정부는 장애등급 폐지 이후 맞춤형 복지를 한다고 하는데 장애의 세부적인 이해와 통계 없이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척수장애는 전체 법정 장애인구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지체장애라는 거대한 그룹 속에서 도저히 눈을 씻고 봐도 유사한 장애라는 동질성을 찾을 수가 없다. 그 어떤 장애도 소변과 대변 그리고 성적인 문제와 통증, 강직, 욕창 등 헤아릴 수 없는 후유증과 합병증을 가지지는 않는다. 이런 이해가 없으니 척수장애인은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다. 지금의 장애범주를 더 세분화하여 들여다보고 쪼개야 한다.
 
 척수장애인은 유형분리를 통해서 소소한 서비스를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 이후에도 세금 내는 장애인이 될 수 있도록 정교한 지원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것이다. 척수장애인을 잘 수용하는 사회가 선진 복지국가이다. 그 시작은 척수장애의 유형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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