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장애인건강권 보장, 공공 빅데이터 구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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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장애인건강권 보장, 공공 빅데이터 구축 시급
  • 조제호 기자
  • 승인 2018.12.07 09:28
  • 수정 2018-12-07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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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네트워크 협업 구축과 장애인에 기반한 자료돼야
 

4차 산업혁명으로 여러 분야에서 빅데이터의 분석 및 통계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보건의료 빅데이터 정책심의위원회를 출범해 이를 활용한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의료 대표기관 데이터를 통일해 공익을 위해 민간에 개방하고 있다. 올해는 국가건강검진위원회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한 건강관리 지원을 위해 ‘제2차 국가건강검진 종합계획’이 발표됐다. 정부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요자에게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며 국민과 보건의료 산업분야, 의료 연구기관 등 관련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전개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여러 제도가 점차 확대될 방침이다. 그러나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건강관리 및 의료에서 차별받지 않게 동등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주도의 장애인 건강통계 전반의 빅데이터 구축은 시급한 상황이다.

장애 빅데이터 전산화 부족

장애인 관련 10개도 안 돼

 

장애인건강권의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른 국내법의 여러 쟁점에 대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1월 1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장애인건강권 보장을 위한 공공 빅데이터의 구축과 활용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호승희 과장이 발제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용찬 선임연구원이 좌장을 맡았고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이시은 팀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처장, 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 사단법인 두루 이태영 변호사가 토론에 참여했다.

 

호승희 과장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25조에 의해 장애인이 최고 수준의 건강을 향유할 권리가 있지만 이를 위한 장애 빅데이터 전산화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 공공기관은 건강상태, 의료이용실태 등에 대한 조사정보로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저장된 진료, 청구 내역 등을 통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할 뿐 정작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제화가 부족함에도 개인정보보호법 제5조에 의거한 개인정보 오남용 등의 방지 시책을 강구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체계만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현재 장애 빅데이터 현황은 국가승인 통계 976종 가운데 보건이 51종, 복지 33종, 환경 28종임에도 장애인 관련이 10개가 채 되지 않는 실정이었다.

호 과장은 국립재활원의 장애인 건강DB와 건강통계에 대한 장애인건강 문제도 제기했다. 장애인의 일반건강검진 수검률은 63.6%로 전체인구 75.5%에 비해 낮았다. 다빈도 질환에서도 장애인의 약 40%가 고혈압, 20%가 당뇨로 장애와 함께 여러 질환을 동반하고 있었다. 장애유형별 다빈도 질환에서도 장애에 따른 발병 패턴이 상이하게 다름이 나타났다. 전체인구에 비해 조기 사망률 추이도 장애인이 4배나 높았다. 이처럼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각종 질병 노출이 많음에 따라 2차 장애나 만성을 막기 위한 예방적 건강관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데이터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호 과장은 “향후 질병발생예측지도 구축이 목표며 다양한 질병예방 차원에서 장애인 건강관리를 위한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한 안전하고 체계적인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원칙적 공개방식을 통한 민간의 자유로운 보건의료 빅데이터 연계와 공유가 필요하다.”며 이를 기반으로 한 의학, 정책연구 활성화가 돼야 할 것이라 설명했다. 또 “정보 오용과 악용에서 안전한 사후 관리체계를 위한 신기술 개발 연구도 진행돼야 할 것”이며 “장애인을 위한 소통 협의체 중심의 홍보 및 창구 신설 등의 체계적 전략도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민간기관 비공개데이터 개방

개인정보 공개·활용 법제개편 필요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이시은 팀장은 현재 공공·민간기관, 공단 등 여러 기관에서 자체 내부 데이터로만 사용된 비공개 데이터가 많아 어려움이 있음을 지적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권 탈락 등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대상자 예측으로 올해 고위험 대상자 24만 명 중 8만여 명인 33.4%에 공공·민간복지 서비스를 제공했고 각종 복지 분야와 지자체에서도 정책수립 기초 자료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음에도 복지 관련 데이터의 경우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정보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이시은 팀장은 “정부에서도 데이터 혁신 시대인 만큼 빅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해 일부 정보의 암호화 등 비식별 조치를 통해 개인정보 공개 및 활용하는 법제 개편안의 필요성을 부각하고 있다.”며 정보 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 팀장은 경기도가 31개 시·군과 공공기관이 공유한 데이터포털과 장애인구, 보건의료, 복지시설 등 10개 카테고리로 분류한 140여 종의 장애인복지 데이터를 통합 및 개방 사업에 착수한 것을 소개하며 빅데이터 구축 및 활용의 시범 사례를 설명했다.

 

이 팀장은 “산재되어 있는 장애인복지 공공데이터 개방이 전제돼야 하고 이를 활용하는 통합관리를 위해 개인정보 공개 등을 위한 법제 개편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장애인복지 분야의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선 현장기관의 콘텐츠 개발과 공공기관의 데이터 보유,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전문가 등으로 다양한 기관의 네트워크가 구축된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복지분야의 빅데이터 활용은 아직 시작 단계지만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장애인복지 분야가 타 분야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권리의 관점으로 빅데이터가

분석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장애인 건강관리의 본격적인 데이터 전산망 구축에 앞서 집약된 수많은 자료의 수치화와 해석 및 가공이 장애인의 건강권 향상을 위한 의미 있는 가치로 작동하기 위해선 어떤 접근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처장은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관점의 변화가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건강은 인권의 틀 안에서 사회정의의 일환으로 이해돼야 하고 장애인의 평등과 차별금지의 원칙과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의 건강 관련 사회환경의 데이터 축적이 적정히 이뤄질 때 장애인이 건강한 삶의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장애인건강권 관련 국가 차원의 평가지표와 기준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단순 측정지표 기반의 데이터 구축은 장애인건강에 영향을 주는 복합적인 사회환경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이 사무처장은 “장애인건강권이 우리 사회에서 가치 있는 수준으로 정착하기 위해 측정지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미래의 목표와 평가지표 항목의 세부 목표로 ‘장애인 대상 건강보건서비스 제공기관 확대’가 있고 평가지표로 ‘지역사회별/서비스종류별 서비스 제공기관수’가 있지만, 이렇게 파악한 데이터는 실제 장애인주치의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 중 2층 이상 위치한 시설에서 엘리베이터를 갖추지 않은 비율이 34%가 되는 것을 반영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왜곡된 데이터가 점차 축적될 경우 정책과제로서 진행되지 않고 방치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장애인건강권을 구축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어 이 사무처장은 지난 2003년 유엔에서 제출된 특별보고관 보고서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기반한 핵심기준을 갖춘 빅데이터 확보가 마련돼야 함을 강조했다. “장애인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의료기관과 의료의 질 등 인프라가 얼마나 구축되어 있는지 가용성에 중점을 둔 데이터가 필요하고, 장애인의 비차별성, 물리적 경제적 접근성, 정보 접근성의 요소를 갖춘 접근성 데이터 확보와 모든 보건시설, 서비스에 인권적이고 윤리적인 제공이 있는지에 대한 수용성에 관한 데이터 등을 산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건강권 빅데이터 개선 위해

당사자의 참여 확대와 노력 필요

빅데이터 구축 및 활용에 앞서 데이터의 대상자이자 주요 수요자이기도 한 장애인 당사자의 다면적이고 융합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캐나다의 릭한센연구소 사례를 소개하면서 척수 관련 임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제도 개선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릭한센연구소는 초기부터 환자의 등록사업을 실시해 외상성 척수손상 개인들의 전향적 관찰 기록을 통해 척수장애인의 다양한 개별 데이터를 퇴원 후에도 주기적으로 추적 관리해 사회복귀까지의 최적의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환자의 동의를 우선시하며 보안을 위한 기술적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이찬우 사무총장은 “현재 국내 척수장애 관련 심사평가원의 코드가 50개에 이르는 탓에 정확한 데이터 구축이 어려운 실정으로 관련 코드를 명확히 부여해 더욱 정확한 척수장애의 관련 통계를 얻을 수 있다.”며 생애 전반에 걸친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위한 시스템 도입이 시급함을 말했다.

또 이 총장은 정보기술 사회에서 데이터 독점이 곧 시장 독점으로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장애인의 접근성 보장을 위해 관련 종사자에게 장애인식 개선 교육과 함께 장애인 당사자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장애인건강권법이라는 장애인건강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흐름 속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장애인 당사자의 다양한 욕구, 목소리, 의견 등이 축적된 소스를 빅데이터 해야 현실적 통계와 그 통계를 바탕으로 한 제도와 예산이 나올 수 있으므로 장애인 당사자의 관심과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며 빅데이터 시대에 맞는 능동적이고 복합적인 사고로 방향성을 찾아야 함을 강조했다.

 

장애인건강권법 실효성 문제 많아

사단법인 두루 이태영 변호사는 장애인건강권법이 시행된 지 10개월이 지났음에도 그 실효성에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기관 접근을 위한 이동 및 편의제공에 관한 규정이 있으나 실질적으로 해당 규정만으로는 장애인의 의료접근성 자체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태영 변호사는 현재 만연해 있는 보험사 관행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이전부터 보험회사들은 심신상실 또는 심신박약자로 규정된 정신장애인에 대한 보험가입을 거절해 왔으며, 국가인권위원회는 상법 제732조와 관련해 이 같은 행태를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든 바 있다. 개정 후 의사능력이 있는 장애인이 스스로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것과 단체보험의 피보험자가 되는 것은 법률상 허용됐으나 의사능력을 판단하기 어려움에 따라, 보험사의 관행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능력이 없는 이는 여전히 타인의 생명보험 피보험자가 될 수도 단체보험의 피보험자도 될 수 없다.

이 변호사는 “의사능력에 기반한 일률적인 보험가입 거부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해당하므로 장애로 인한 사유로 장애인을 배제하고 제한하는 상법 제732조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좌장을 맡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용찬 선임연구원은 “지금까지 부족한 통계로 인해 장애에 대한 더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점에 대해 앞으로 개선돼야 하며, 특히 건강권법이 장애인의 권리인 만큼 장애인건강을 위한 기초 데이터가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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