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여성을 위한 노동권 보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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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여성을 위한 노동권 보장이 시급하다
  • 편집부
  • 승인 2018.11.23 09:44
  • 수정 2019-07-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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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회 / 한국청각장애여성회 회장
 

 음성언어 주류로 소통하는 우리 사회에서 의사소통이 어려운 청각장애여성들은 음성언어로 주로 소통을 하는 시각장애여성들이나 지체장애여성들에 비하면 청각장애여성들의 삶의 질 만족도는 결코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 본인의 의사표현에 있어서도 한계가 있어 음성언어 중심의 우리 사회에서 의사표현 한계로 인해 더욱 고립되기 쉽기 때문에 경제적인 면에서도 또한 안정감도 낮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청각장애여성들의 입장을 정당하게 설명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청각장애여성은 의사소통의 제한을 제도적으로 지원받지 못해 부당한 결과를 얻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또한 사회적 약자로서 가정과 사회 내에서 음성언어로 말을 못한다는 이유로 자기 결정권의 강제적 박탈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척으로부터 자기결정권을 무시당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청각장애여성에 대한 가정에서의 언어적 신체적 폭력이 종종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청각장애여성에게 무력감을 경험하게 하며, 낮은 자존감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다. 청각장애 여성의 직업 안정이나 노동권 문제 외에도 성폭력 문제도 심각한 실정이다. 청각장애여성의 경우 벨소리를 듣지 못해 누군가가 침입하는 것을 빠르게 알아차리지 못하며, 더군다나 성폭력을 당하는 상황에서 목소리를 통한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 성폭력 가해자는 청각장애여성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범죄를 가하기도 한다는 현실에서 청각장애여성은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로 인한 심리, 사회적 위축과 부적응 문제들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청각장애여성의 경우 의사소통의 제약으로 적극적 사회참여가 어려운 이유로 청각장애여성이 겪게 되는 이중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고, 국내에서 청각장애여성의 정서나 심리문제에 대한 대책 또한 거의 없다.

경제활동에서 상당한 제약을 경험하는 청각장애여성들의 직업 경험을 보면, 청각의 이상이라는 장애가 일부 청각장애여성들에게는 그 개인의 삶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시키도록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규교육을 마친 이후에 직업을 찾으려는 특별한 노력이나 시도를 해보고 싶어도 직원들 간에 소통의 벽으로 인해 본인 스스로 사회로의 진출을 차단해버리고 마는 일도 없진 않다.

사실 청각장애인은 타 장애유형에 비하여 이동, 신변처리 등이 자유로워 외형상으로 비장애인과 크게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시장 내에서 고용은 비교적 쉽게 이루어지는 듯해 보이지만, 청각장애인 경제활동 실태를 보면 여전히 절대적으로는 미미한 수만이 고용되고 있으며, 직장생활의 부적응과 잦은 이직으로 인해 고용의 안정성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청각장애여성들의 삶의 경험을 통해 이들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고립되어 있으며 생애 전반에 걸쳐 어떠한 차별과 생활 제약을 겪고 있는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생활양식이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회라서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여성들은 주로 시각을 통해서만 정보를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는 데에는 수많은 고충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청각장애는 겉으로 보았을 때 다른 장애유형들보다 장애로 인한 고충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이들의 장애로 인한 제약은 쉽게 간과되어 온 것이다.

이와 같은 소통의 어려움은 가족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피할 수 없는 문제로, 대부분의 청각장애인들을 보면 비장애인 부모들한테서 태어나기 때문에 다른 가족 구성원이 모두 비장애인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족과의 소통의 부재가 발생하여 청각장애인은 자신들과 같은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청각장애인들과의 만남을 선호하게 되고 청각장애인들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청각장애인 사회, 혹은 청각장애인 커뮤니티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청각장애인이 지닌 청각장애가 이들의 삶에 지속적으로 제한을 가져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사회적 배제와 소외에 대해 문제시하는 데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왔다. 그동안 청각장애인들이 한국사회 내에서 소수자로 살면서 그들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었고, 때문에 대다수 청각장애인은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 사실에 주목해 볼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청각장애인의 권리향상과 자립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직업적응을 위한 평생교육의 지원’이다. 다음 호에서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직업적응을 위한 평생교육의 지원과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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