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의 도입과 시행이 간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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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의 도입과 시행이 간절한 이유
  • 편집부
  • 승인 2018.11.23 09:41
  • 수정 2018-11-23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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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용/법무법인 에이치스 장애인법연구소 소장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자살의 사회적 의미를 처음으로 던진 에밀 뒤르켐(David Émile Durkheim)은 그의 책 ‘자살론’에서 자살이란 ‘사회적 사실을 통해 설명되는 사회적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부연하면 자살은 사회적 연대와 결속에 의해 제어되고 저지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법학적 의미에서 자살이란 처벌되지 않는 살인이다. 생명권을 부정하는 이러한 중대한 범죄는 여전히 특정 계층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곳은 바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가정이다.

2013년 서울에서는 아들과 아버지가, 2014년엔 광주에서는 일가족이, 2015년엔 여수에서, 그리고 지난 2018년 11월 15일에는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어머니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우리나라의 헌법을 해석하면 장애인인 국민도 법 앞에 평등하며, 국가는 ‘장애’ 자체를 보호하며 장애인 스스로가 사회적 책임을 실행하는 자기결정권을 실현하는 자주적인 인격체로서, 물질적인 수요를 충족과 더불어 주변 환경과의 사회적 의사소통이 가능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렇다면 양립이 불가능할 것 같은 ‘집단 자살이 이루어지는 사회’의 현실과 헌법상 기본권과의 괴리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헌법의 명령을 구체화하고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위 ‘발달장애인에 대한 국가책임제’가 필요하다. 국가책임제란 발달장애인이 자주적인 인격체로서 존엄하게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법과 제도의 완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가정이라는 안전망을 이탈하게 된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지역 차원에서 보호와 요양 혹은 직업훈련을 통해 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징금으로 때워 버리고 말겠다는 기업체의 의무고용제 회피의 빈틈을 손보고, 능력에 맞는 장애인 노동 교육을 개발하고, 외제 자동차를 가진 사람들도 많이 사는 공공임대주택의 제도적 흠결을 보완하고, 일정 비율을 발달장애인에게 우선 지원해서 자립을 돕는 제도의 마련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의 모습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의 정책적 의지와 이를 실행하기 위한 재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의 장애인 관련 공공지출(Public spending on incapacity)은 국민총생산의 0.6%로서 일본 1%, 독일 2.1%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이를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이와 같은 수치에 비추어 보면 국가의 장애인 관련 정책은 위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이 부모의 사후에도 인간적 존엄을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는 헌법 정신에 부합되는 정당한 요구이며 그렇다면 이 목소리를 오랫동안 외면해온 국가는 헌법의 가치를 훼손하고 나아가 자살 범죄의 방조의 혐의가 있다고 해도 과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다행스럽게 올해 9월 정부는 ‘발달장애인 평생 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아직은 제도를 실행할 전문지원기관도, 발달장애인에 대한 충분한 지원인력도, 적절한 예산의 확보도 없는 상태에서 또 다시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된 것이다.

제대로 된 발달장애인에 대한 국가책임제의 도입과 시행이 간절한 이유는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의미를 몰각시키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과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절절한 심정이 그 어머니가 미처 말하지 못한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간절히 바라건대 며칠 전 어머니의 죽음이 마지막 죽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남은 아이가 당당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어머니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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