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時)는 마음을 드러내는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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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時)는 마음을 드러내는 도구”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8.11.13 10:36
  • 수정 2019-07-19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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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끝으로 부르는 노래’ 시화전 참가 작가를 만나다
▲ 가운데 앞쪽부터 시계방향 김봉신, 황재동, 양우석, 김세훈 작가

언어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불편하고 조금은 힘든 사람들이 시(時)를 통해 말을 걸어 왔다.

지난 5일부터 16일까지 복합문화공간 마샘갤러리에서 진행된 시화전 ‘붓 끝으로 부르는 노래’는 김봉신, 양우석, 황재동, 김세훈 씨가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따뜻하면서도 희망으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20대 때부터 시를 써왔다는 김봉신씨(뇌병변)는 하고자 하는 말을 글로 옮기다 보니 어느 때는 장문이 되고, 어느 때는 짧은 글이 되기도 했다며, 시를 쓰게 된 동기에 대해 이야기 했다.

“첫 작품은 <날고 싶다>였어요. 그때는 시골에 살았는데, 마당에 있는 나무에 새가 앉아있는 모습을 보며, ‘저 새처럼 날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제 첫 작품이 되었죠.”

좀 더 많은 작품을 쓰고 싶지만 시에 대한 공부도, 다양한 경험도 부족해 표현의 한계에 부딪힐 때 가장 힘들다는 김봉신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계속 쓰는 것은 ‘시가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도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시를 계속 써 나갈거에요. 저를 통해 장애를 바라보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변했으면 좋겠어요.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생각하는 것 까지 불편하거나 다르지는 않다는 것을요.”

또 다른 작가인 양우석씨(뇌병변) 역시 일상생활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다며, “시는 곧 삶”이라고 표현했다.

“생각을 단순히 말이 아닌 다양한 은유와 비유로 표현하는 게 재미있어요. 그림에도 관심이 많은데, 제가 쓴 시와 어울리는 그림을 직접 그려서 시화전에 출품하고 싶어요.”

황재동씨(뇌병변)는 모든 사물에는 겉모습에서는 알 수 없는 ‘내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리고 그 내면을 찾아서 표현하는 것이 ‘시’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봤던 시 한편이 너무 감동이어서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제가 느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울림이 되는 작품을 쓰고 싶어요.”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김세훈씨(지적)는 무척이나 무뚝뚝한 말투였지만 사진을 찍을 때는 손가락 하트를 그리며, 소년 같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김세훈씨는 밖에서 산책 등을 하며 어려가지 풍경과 사물을 보고 느낀 점을 메모한 후 작품을 완성한다고 말했다.

“요즘은 구름이 흘러가는 풍경에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계속 관찰하고 있는데, 조만간 구름을 소재로 시를 한편 써보려고 해요.”

김봉신씨와 양우석, 황재동, 김세훈씨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유창한 언변을 보이지는 않았다. 단어로 표현하거나, 문장을 채 마무리 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시를 대하는 자세는 진중하고, 또 애정이 가득 담긴 모습이었다.

비장애인과 다를 뿐 틀리지 않음을 아름다운 단어와 운율로 표현하는 네 명의 시인의 모습에서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와 열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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