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탈시설정책’ 가시적 의지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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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탈시설정책’ 가시적 의지 보여라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8.10.15 09:27
  • 수정 2018-10-15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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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시설 거주 장애인에 대한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겠다면서도 관련된 예산은 단 한 푼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장애계의 지적을 정부 당국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탈시설 정책이 대통령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 정부 예산안에는 관련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말로는 탈시설을 외치면서도 시설 소규모화를 추하는 등 탈시설 정책에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탈시설 문제는 정부의 공식 추진 과제이지만 아직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법과 제도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관련 정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강력한 시행 의지가 없는 한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탈시설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탈시설 정책의 한계는 조사자료에서도 드러난다.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설퇴소 후 지역사회에 정착하는 장애인이 지원받을 수 있는 자립정착금이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한 것은 물론 탈시설 장애인 5명 중 1명밖에 지원받지 못했다. 더구나 시·도 지자체 17곳 중 5곳은 장애인자립정착금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니 탈시설 정책이라 이름 붙이기에도 민망하다. 더군다나 정착금을 지원하고 있다지만 지원인원이 극소수에 불과해 지난해의 경우 시설퇴소 장애인 737명의 22.8%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시설퇴소 장애인이면 누구나 자립정착금의 지원대상이라면서도 지자체 재정여건이 달라 정착금 지원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정책적 차별을 방치하는 중앙정부야말로 이해하기 힘들다. 자립정착금이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정착금을 지급받더라도 지원받을 수 있는 장애인이 한정적인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은 분명하다.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설퇴소 장애인에 대한 자립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 결과, 장애인의 54.8%가 탈시설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시설퇴소 장애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음에도 정부는 귀를 닫아 왔다. 장애계가 홀대받는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근거다. 정부는 홀대가 아니란 반박을 위해서는 관련 예산확보로 증명해야지만 내년 예산조차도 확보하지 못했다.
 장애인의 탈시설 문제는 어느 누구도 배제되고 고립되거나 격리당해서는 안 된다는 명제로부터 출발한다. 이제, 탈시설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장애인의 탈시설이 권리임을 인정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정부는 탈시설이 권리임을 인정하면서도 탈시설을 위한 정책 마련이나 예산편성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법률에 근거규정이 없다는 것이 이유가 될 수 없다. 장애인의 탈시설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분담을 설정한 바탕 위에서 이를 위한 정책과 수단, 그에 소요되는 재정을 조정, 통합해 추진돼야 한다는 전문가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한 실효성 있는 법적 수단과 추진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적극적인 가시적 의지를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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