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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장애인학대 및 노동력착취 정책 대안>장애인학대 신고 월평균 300건…‘경제적 착취’ 가장 많아
차미경 기자  |  handicap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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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20  1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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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장애인학대 현황 보고 및노동력 착취 정책 대안 마련' 토론회가 열렸다.
근로기준법-형법 개정해야
 
 2018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된 장애인학대 신고는 1,834건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경제적 착취’가 28.4%로 가장 높은 유형을 차지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신고접수된 장애인학대 현황을 바탕으로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더불어민주당 설훈, 김상희 의원이 ‘장애인학대 현황 보고 및 노동력착취 정책 대안 마련’이란 주제로 9월 11일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몇 년 전 보도탐사 프로그램을 통해 밝혀진 염전노예사건으로 ‘장애인 노동력 착취’의 실태와 문제점이 화두가 됐었다. 모두의 관심이 쏠리면서 피해자들이 그 곳에서 구출돼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실제로 그곳에서 노예처럼 일을 했던 63명 중 40명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들을 부리던 가해자들은 6월의 징역형, 150만원 벌금형, 또는 1년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이처럼 여전히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력착취와 관련한 사건이 발생하지만 실상은 가해자가 처벌을 받기는커녕 기소조차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학대 현황 보고 및 노동력착취 정책 대안 마련’이란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장애인학대 현황을 통해 바라본 장애인인권의 현주소와 △장애인 노동력착취 실태와 제도개선 방안 등이 다뤄졌다.
 
올 상반기 1843건 학대신고 접수
경제적 착취 28.4% 가장 높아
 
 중앙장애인권리옹호기관 이미현 대리에 따르면,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2018년도 상반기에 접수된 전국 장애인학대 신고를 취합한 결과 1,843건으로 나타났다. 이중 장애인학대로 의심된 사례는 984건, 최종 장애인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532건이었다.
 장애인학대 유형별로는 경제적 착취가 28.4%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신체적 학대(24.3%), 방임(22.9%), 정서적 학대(15.1%), 성적 학대(7.6%), 유기(1.7%) 순이었다.
 장애유형별로 보면, 장애인학대로 판정된 532건 중 지적장애가 347건(69.7%)으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 자폐성장애, 정신장애를 포함하면 전체 장애인학대 피해자의 77.1%가 정신적 장애인(지적장애·자폐성장애·정신장애 통칭하는 용어)이다. 그 다음으로는 지체장애 44건(8.8%), 뇌병변장애 27건(5.4%) 순이었다.
 이미현 대리는 가장 높은 유형으로 꼽힌 경제적 착취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경제적 착취 218건 중 ‘노동력 착취’에 해당하는 사례 27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종사한 노동영역은 농사, 농장, 비닐하우스, 허드렛일, 축사에서 가축 돌보기로 총 18명이 이 영역에서 일했다. 그 외에 식당일(3명), 고기잡이(3명)가 있었으며, 건설노동자·청소·폐기물 처리 일을 한 사람이 각 1명이었다. 
 피해자들의 노동시간은 대부분 장시간이었다.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한 것으로 확인된 경우만 11건이었으며, 이 중 10명의 피해자들은 하루에 12시간 이상, 최대 17시간까지도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말이나 휴일이 없거나 언제든 부를 때는 나가서 일해야 한다는 진술도 있었으며, 나머지 14건은 하루에 몇 시간 일한 것인지 특정조차 어려웠다. 
 
‘장애인 노동력 착취’ 폐해 심각
국내법상 금지-처벌 규정 없어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이정민 팀장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력 착취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그 폐해 정도도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가해자에 대해 처벌이 낮거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근로기준법’과 ‘유인행위’와 관련한 조항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우선 노동력 착취사건의 구체적 피해 사실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논의를 보다 선명하게 하기 위해 입증할 수 있는 폭행이나 협박이 없는 경우를 가정해 본다면 가장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은「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 근로관계 법령이 된다. 
 이정민 팀장은 “「근로기준법」등 근로관계 법령이 적용될 때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력 착취 문제가 통상적인 임금 미지급 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와 동일하게 인식되고 처리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가 몇 십 년을 일했건 학대행위자에게 일반적으로 3년 치의 임금을 계산하도록 상호 합의하에 사건을 정리한다.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민영 한국법제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력 착취’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계 노예 지표를 통해 우리의 상황을 가늠해 보면 2016년 167개국 중 32번째 위험국가로 평가되고 있으며, 올해 발표된 지표에서도 추정 노예수가 9만9000명으로 2016년 20만4900명에 비해 호전되기는 했지만 여전이 CC(A~E) 등급에 포함된 수준이다. 
 장민영 박사는 “장애인 노동력 착취는 ‘농노’에 가까운 유형임에도 국내법에 이에 관한 금지 및 처벌 규정은 없다. 반면 영국 노예법(2015)의 경우 노예, 예속, 강제노동 및 인신매매에 대한 최고 법정형을 종신형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반대로 우리의 경우 ‘염전노예’ 사건의 가해자들은 6개월 징역형, 150만 원 벌금형 또는 1년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는 것으로 그쳤다. 수십 년간 노동력 착취를 당하는 장애인학대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너무나 너그러운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부모가 직접 가해자에게 인계
‘대가’ 없어 ‘인신매매’로 인정 안돼
 
 또 다른 문제로 제기된 것은 바로 대부분의 행위자에게 피해자를 연계해주는 사람이 ‘가족이나 지인’이라는 점이다.
 가족 등 피해자와 가까운 사람이 피해자를 더 이상 돌보기 어렵다거나 함께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행위자에게 ‘먹여주고 재워 달라,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식으로 피해자를 넘긴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행위이기 때문에 ‘인신매매’나 다름없지만 이 역시도 이와 관련한 처벌을 받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인신매매방지의정서’를 비준했으며, 같은 해 12월 발효했다.
 의정서에 따르면 인신매매로 정의되기 위해서는 ‘금전적 대가’가 오고 갔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도 설명했듯이 장애인 당사자를 행위자에게 인계하는 과정에서 가족과 지인들은 대부분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매’의 행위가 없기 때문에 형법상 처벌을 할 수 없다.
 물론 피해자를 행위자에게 인도한 행위를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 9 제3호에 따른 ‘유기’로 보아 처벌할 수 있을지는 검토할 수 있으나, 피해자를 행위자에게 인도하는 자가 피해자를 위탁한다는 인식을 갖고 인도한다는 점에서 법원에서는 이를 유기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존의 근로기준법과 형법에는 장애인에 대한 노동력 착취에 관한 처벌을 교묘히 빠져나갈 수 있는 허술함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농어촌 대상 특별감독계획 수립필요
피해장애인 보호·자립환경 구축 중요 
 
 이정민 팀장은 주로 장애인 노동력 착취가 벌어지는 사업장이 농어촌 등 특정지역인 경우가 많고 그 중에서도 식당이나 폐기물 관리, 농사 등 소규모 사업장인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이러한 곳들은 사실 근로감독관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이와 관련한 교육을 받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농어촌 사용자 및 영세상인을 대상으로 장애인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데리고 와 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것은 「근로기준법」등 근로관계법령 위반 행위이며, 처벌될 수 있는 행위임을 계도하고 요구하는 등 사용자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6월 해경은 해양종사자에 대한 인권유린 실태 전수조사 과정에서 어선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장애인을 발견한 바 있다.”며, “이처럼 한시적으로라도 농어촌을 대상으로 특별감독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장애인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타인에게 넘기고 노동을 포함한 장애인의 삶에 대한 모든 결정권한을 그 타인에게 쥐어 주는 행위 자체를 ‘인신매매’로 보아야 한다. 이와 관련한 형법을 개정하는 것이 좋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장애인복지법」의 금지행위 중 유기와 방임에 관한 규정을 보다 넓게 개정하거나 금지행위를 추가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용성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은 “신안 염전노예사건 당시 구출되었던 63명 중 40명이 다시 염전으로 돌아갔다.”고 말하며, “지역 안에서 정착해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등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사건과 결과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구출되거나, 스스로 그곳에서 벗어난 장애인들이 보호받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탈시설 지원정책과 관련해 노동력 착취 피해자를 탈시설 지원 대상자에 포함시키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같은 기관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역 면사무소, 지역 경찰만큼 지역 상황과 그 안에 장애인의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러므로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지역의 가장 작은 단위인 행정청과 경찰청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작은 단위의 행정기관과 경찰관서에서 사건이 파악되면 이후 지역사회 안에서 장애를 고려한 대응과 지원을 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김경민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사무관은 근로감독관은 장애인 고용이 많이 되어 있는 사업장 중심으로 조사하기에 농업, 어업 등 1차 산업에는 감독, 조사가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중앙에서 계획을 세우고 각 지역으로 근로감독 계획을 하달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지역별로 업종의 특성이 있는 만큼 지방관청에서 개별적 특성을 반영해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현재 1400명에 불과한 근로감독관을 증원할 계획이다. 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을 맡을 수 있는 전담 감독관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사건 발생 후 조사단계에서도 별도의 수사실을 설치해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대면을 막고 피해장애인의 대다수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만큼 스스로 진술하기 힘든 경우, 대변할 수 있는 인권단체와 동석할 수 있게 하는 등 환경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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