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놀이터에는 모범답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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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놀이터에는 모범답안이 없다
  • 편집부
  • 승인 2018.09.10 10:15
  • 수정 2018-09-10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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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 위해 지방조례 제정 등 마련돼야

 

김남진 사무국장 /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동네마다, 아파트 단지마다 놀이터 한둘은 있기 마련이다. 예전처럼 동네 놀이터에 아이들이 바글바글 뛰노는 모습은 흔치 않다고 하지만, 삼삼오오 학교나 학원 등을 오가는 길에 놀이터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학교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놀이터에서도 사회를 배우고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통합놀이터는 아이들이 휴식을 하고 놀이를 하는 자유롭고 열린 공간 안에서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소통하고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는 가치관에서 비롯되었다. 

 2005년 처음으로 주민참여를 통한 통합놀이터 만들기 운동을 시작해 딱 10년 정도가 흘렀을 때 하나 둘 사람들의 입에 ‘통합놀이터’라는 단어가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때로는 ‘무장애놀이터’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통합놀이터는 ‘장애’와 ‘비장애’의 사회적 통합을 전제로 한다. 나아가 장애인권리협약에서 말하는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참여 및 통합’ 즉, 장애아동이 물리적?사회적 환경 속에서 다른 아이들과 차별 없이 동등한 삶의 모습을 가질 권리를 추구한다.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통합놀이터를 이해해야 한다.
 
 통합놀이터의 시작은 장애아동이 비장애아동과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없다는 문제에서 출발했다. 장애아동이, 비장애아동이 각자 놀 수 있는 공간들은 제각각 있지만 함께 관계를 맺으며 소통하며 놀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이다.
 
 2015년 첫 통합놀이터인 꿈틀꿈틀놀이터 조성 이후 통합놀이터를 계획하고, 만드는 지자체나 기관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통합놀이터에 대한 깊은 고민이 이뤄지기 힘들다 보니 엇비슷한 놀이시설물로 놀이터를 구성하는 사례가 많았다. 통합놀이터는 이게 있고 저게 있고 이렇게 만들면 되고, 하는 규칙이라도 있는 듯…. 하지만 통합놀이터에는 모범답안이 없다. 놀이기구로 구성된 통합놀이터도 있고, 자연생태 중심의 통합놀이터도 있을 것이다. 통합놀이터에 정답은 없지만 과정은 있다. 놀이터 이용 당사자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놀이터 이용 당사자는 누굴까. 장애가 있는 아동과 장애가 없는 아동, 즉 모든 아동이다. 그리고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 또한 놀이터 이용 당사자이다. 장애가 있는 아동을 데리고 온 비장애인 또는 장애인 보호자, 장애가 없는 아동을 데리고 온 비장애인 또는 장애인 보호자 모두가 당사자이다. 어떤 형태나 테마를 가진 놀이터라고 하더라도 이 ‘모든’ 당사자의 이용과 참여를 ‘동등한 수준’으로 고민하는 것이 바로 통합놀이터의 과정이다. 
 
 통합놀이터의 ‘통합’은 양적인 통합이나 획일적인 통합이 아니다. 질적인 통합, 질적인 평등이 진정한 ‘통합’이다.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면서 놀이의 레벨을 똑같이 낮출 필요는 없다. 반대로 획일적인 놀이의 레벨을 정해두고 장애아동이나 유아들에게 레벨 차를 ‘극복’하게 만드는 것도 통합을 잘못 이해한 결과일 것이다. 놀이기구나 시설 디자인은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 모두를 고려하되, 각자 자신만의 방식대로 접근하고 사용하도록 다양성을 고민해야 한다.
 
 놀이기구와 시설물로 이루어진 놀이터라면, 놀이터 자체의 접근성 확보는 물론이고 놀이기구들에 대한 접근성도 보장되어야 한다. 국내에는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 없지만, 미국장애인법(ADA)의 경우를 예로 들면, 놀이기구의 구성에 대한 법적 기준이 제시되어 있다. 놀이기구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휠체어 사용자를 기준으로, 높이 차이가 있는 놀이기구의 50% 이상은 장애아동이 접근 가능해야 하고, 그중 50%는 휠체어를 탄 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은 기준들이다. 접근 가능하다는 것의 기준에는 휠체어를 탄 채 그대로 이용 가능한 형태와 휠체어에서 옮겨 앉기 쉬운 형태의 두 가지 모두를 포함하되, 그 비율 또한 제시되어 있다. 우리도 향후 놀이기구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지방조례 제정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통합놀이터라고 할 수 있을 만한 놀이터가 이제 겨우 한손에 꼽을 정도가 되었다. 통합놀이터에 대한 더 많은 요구가 당사자들로부터 나오고, 더욱 다양한 형태와 테마를 가진 놀이터들이 통합놀이터로 탄생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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