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수어(手語)’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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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수어(手語)’를 아시나요?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8.08.23 10:53
  • 수정 2018-08-30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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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20주년 맞은 ‘인천시수어통역센터’>

인천에 거주하는 약 1만7천여 명의 농아인에게 수어통역은 물론 수어교육,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인천광역시농아인협회가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농아인의 삶의 질 향상과 비장애인들의 인식개선을 위해 찜통 같은 무더위 속에서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그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인천농아인협회와 수어통역센터는 매년 '수어 예술제'를 개최해, 수어의 의미를 알리고 농아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감을 키워주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왜 수화가 ‘수어’가 되었을까?

왼손은 가볍게 주먹을 쥐고 오른 손바닥을 펴서 왼손 주먹 위로 원을 그리는 동작, 수어로 ‘사랑합니다’를 표현하는 동작이다.

이처럼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의 의미를 두고 있는 수어 동작은 TV에서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한두 번쯤은 접했을 정도로 친근한 동작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에 언급된 ‘수어(手語)’라는 용어보다는 ‘수화’라는 단어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왜 수화가 ‘수어(手語)’가 되었을까?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는 농인의 동등한 사회참여 기회를 높이고 ‘수어는 언어다’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에 주력해 왔다.

이에 한국수화언어법이 2016년 2월 3일 제정 공포되었고 같은 해 8월 4일 전면 시행되면서 명칭을 ‘수화’에서 ‘수어’로 변경하게 됐다.

이 두 단어의 차이점은 기존의 명칭인 수화가 ‘손으로 대화한다’라는 뜻이라면 ‘수어(手語)’는 한국어나 영어, 일본어처럼 언어학적으로 하나의 ‘고유한 언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고유의 언어로 농아인들의 사회참여 기회를 높이고 그들의 목소리와 귀를 대변해주기 위해 ‘인천광역시수어통역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4개 사무소에 28명 통역사 항시 대기

인천광역시수어통역센터(이하 센터)는 1998년 8월 25일 개소해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으며,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1만7천여 명(인천 거주 기준)의 청각·언어장애인에게 수어통역 및 수어교육,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원활한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을 지원하는 장애인 지역사회재활시설이다.

올해 2월말 기준으로 인천시 등록 장애인은 13만7570명이며 이 중 청각·언어장애인은 1만7363명이다.

센터는 전국 어디나(관할지역 내) 그곳이 어디든 도움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으면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즉, 장애인 당사자 및 농인과 의사소통이 필요한 비장애인(가족, 직장 등), 관공서, 의료기관, 금융기관, 교육기관 등 욕구를 가진 단체에서 해당 지역센터로 연락하면 수어통역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통역 외에 수어교육이 필요한 곳에는 강사를 파견해 수어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전국(시·군·구)에 199개의 수어통역센터가 설치되어 있고 국가공인 수어통역사 자격증을 소지한 자는 1,623명이며, 그 중에서 센터에서 근무하는 통역사는 약 720여명이다.

인천의 경우 1개 센터, 4개 사무소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총 28명(센터장 1명, 사무소장 4명, 수어통역사 18명, 청각장애수어통역사 5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동안 통합 운영되던 센터에 대한 이용자들의 가장 큰 욕구는 ‘통역의 접근성과 신속성’ 문제였다.

통합운영 때는 센터가 남동구 간석동 한 곳에만 위치해 있어 이용자가 통역을 의뢰하면 각 군·구지역에서 이쪽으로 내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남구, 부평구, 서구, 연수구에 지역별 통역사무소가 설치되었으며, 이로 인해 이용자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신속하게 통역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더불어 통역사들의 이동 시간이 줄어들면서 보다 많은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진행한 통역서비스 진행 결과를 살펴보면, 전년 대비 약 70% 이상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와 더불어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대폭 높아지고 있고 통역 의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지난해 센터는 강화도에서 직접 재배한 배추로 김치를 담궈 힘들게 생활하는 농아인들에게 나눠주는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를 진행했다.

의료부터 금융-교육분야까지 지원

턱없이 부족한 인력 해결이 과제

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신청하는 통역 서비스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는 ‘의료통역’ 부분이다.

농아인들의 경우 병원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자신의 증상을 설명해야 하고 의료진의 말에 추가적으로 질문을 하고 싶은 어쩌면 비장애인들이나 타 장애유형에게는 간단한 일이 농아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때 센터로 전화를 해 서비스를 요청하면 수어통역사가 농아인과 함께 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농아인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해주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병원을 찾는 농인들이 센터를 찾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그러나 병원일 외에도 가족과 친구와의 대화를 위한 일상생활의 통역과 관공서 방문, 은행 등 금융권 문제, 취업과 직장 내에서 필요한 상황, 학교와 학원 등 교육을 진행할 때도 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처럼 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농아인은 나날이 늘어가지만 그 수요를 맞추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지난해까지 인천 센터의 경우 15명의 직원이 전부였는데, 올해 인천시의 지원으로 인해 수어통역사가 8명 증원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천시수어통역센터에는 23명의 통역사가 근무하고 있는데, 현재 인천시 청각·언어장애인 1만7363명의 통계상으로라면 1명의 통역사가 담당하는 농아인이 약 755명이다. 이는 광역시 평균 495명, 전국 평균 350여명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센터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통역 수준을 타 광역시 기준으로 맞추려면 현재보다 10명의 수어통역사가 더 충원되어야 한다.

이 외에도 전국 대형병원 중 부산성모병원 3명, 연세의료원(신촌)에는 1명의 통역사가 상근하는데 반해 인천에는 길병원과 성모병원, 인하대병원 등 대형병원이 세 곳이나 있음에도 수어통역사가 한 명도 배치되어 있지 않은 상태인 만큼 센터는 대형병원 내 수어통역사 상시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인천청각언어장애인복지관 설립

농(聾)어르신복지지원센터 운영

인천농아인협회와 인천시수어통역센터는 오는 2021년 인천청각언어장애인복지관 준공을 준비하고 있다.

이전부터 농아인협회와 수어통역센터는 청각·언어장애인은 의사소통 제약이 커 장애특성을 고려한 시설물, 교육, 재활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고 인천시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실제로 현재 인천에는 총 9개의 장애인복지관이 있다. 이 중 1곳은 시각장애인복지관이며, 나머지 8곳은 등록 장애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복지관이다.

하지만 농아인의 경우, 정보를 습득하는 정도가 다른 유형의 장애인보다 힘들기 때문에 보편적인 장애인복지관을 통해서는 문화 혜택을 받기 힘들었다.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준비 중인 인천청각언어장애인복지관은 총 사업비 59억 원이 투자되며 건물 연면적 2천㎡에 지하1층, 지상3층 규모로 서구 왕길동 317-3번지 일원에 조성된다. 조성이 완료되면 인천지역 1만5천여 명의 청각장애인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앞서 협회와 센터는 ‘농(聾)어르신복지지원센터’를 운영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고령화시대로 들어서면서 노인문제가 부각되고 있는데, 농아인의 경우 장애의 특성상 일반적인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 노인학교 등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는 동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노후의 삶의 질이 하향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복지관 안에서 농어르신들에게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 장기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센터는 농아인과 비장애인, 또는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이 모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수어교육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진행, 홍보하고 있다.

꼭 단체와 기관 관계자뿐 아니라 개인의 경우라도 센터를 통해 교육을 신청하면 언제든 수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수어’는 농아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언어’와 다른 점이 없다.

그들의 손끝에서, 그리고 비장애인을 포함한 모두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말들이 곧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따뜻하게 해주는 작은 손짓이 되길 바라본다.

 

<인터뷰>
▲ 인천시수어통역센터 김정봉 센터장이 '사랑합니다'라고 수어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수어는 농아인들에게는 공기와 같은 제1언어”

김정봉/인천시수어통역센터 센터장

 

-인천광역시수어통역센터의 2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농아인들의 의사 불소통의 답답함을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이 풀어주던 사적영역을 정부가 공적영역으로 끌어들여 시작한 지 20년이 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농아인들의 만족도는 아직도 미흡하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보완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농아인 원하는 통역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해 나가고자 합니다.

-센터장님이 생각하는 수어(手語)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수어는 농아인들에게는 공기와 같은 제1언어입니다. 수어를 통해서 자신의 의사표현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농아인들은 다른 장애를 가진 분들에 비해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도 부족하고 습득능력 또한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오직 수어를 통해서만 모든 것을 알게 되고 전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어는 우리의 언어이기도 하지만 생존하고도 연결될 수 있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장애인분들과 다른 유형의 장애인분들도 수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누구나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의 간단한 수어동작 한 두 개만 익혀도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인천광역시수어통역센터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우리 센터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목표는 농인들이 원하는 통역을 마음껏 지원하는 것입니다. 1년 365일 통역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갈 수 있는 제도가 구축되길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통역사의 충원이 더 필요한 만큼 다양한 노력을 통해 탄탄한 체계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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