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교대생들에게 특수교육을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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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교대생들에게 특수교육을 가르쳐야 한다
  • 편집부
  • 승인 2018.08.10 09:39
  • 수정 2018-08-10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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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용 / 칼럼리스트
 
 
 철수와 영희는 결혼해야 할 사이다. 양가 부모님에 의해 정해진 운명이다. 두 집안은 각각 제조업과 건설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사람들에게 국가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불린다. 이런 집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산해진미를 음미하며 자란 데다 인물도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완벽해 보이는 두 사람에게도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 바로 사랑이 아닌 미움으로 엮여 있다는 점이다.
 둘은 어릴 적부터 늘 붙어 있었다. 같은 음식을 먹을 때가 많았고,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나 바라보는 곳은 달랐다. 하나가 컴퓨터 게임을 하면, 다른 하나는 책을 읽곤 했다. 액션 영화와 로맨틱 영화를 각각 좋아하는 둘은 리모컨을 차지하려 전쟁을 벌였고, 패자는 승자를 째려보다가 이내 다른 놀이감을 찾았다.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어른들의 눈엔 마냥 예뻐 보이기만 했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고쳐지리라 기대하신 거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미운 정의 핵심은 ‘정’이 아닌 ‘미운’이었다. 양가 부모님은 묘안을 하나 냈다. 건장한 성인 남녀를 한 방에 넣으면, 자신들이 원하는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과 달리 피 끓는 청춘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는 기대와 함께 펼친 ‘합방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한 방에서 둘은 심지어 음식도 다른 집에 시켜 먹었다. 파스타와 김치찌개의 향기는 결코 조화될 수 없었다.
 인위적으로 인(人)과 연(聯)을 맺을 수는 있다. 하지만 마음을 연결시킨 인연(因緣)으로 발전시키는 건 가능성이 매우 낮다. 철수와 영희가 부모님 간 연(聯)으로 이어지긴 했지만, 사랑의 감정을 싹 틔우게 하지는 못한 것과 같은 이치다. 부(富)나 명예 혹은 인위적인 만남이 사람의 진심(眞心)을 담보할 수 없음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다.
 도움의 이미지는 거대한 신화로 자리 잡았다. 누군가를 평가해야 할 순간에 만약 그가 과거 어려운 이들을 도왔다거나 현재도 돕고 있다는 정보를 접한다면, 사람들은 그를 칭송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의 선택을 받은 한 인사는 과거 불편한 동료를 업고 강의실로 향했다는 미담이 펴지면서 비교적 손쉽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는 대기업인 LG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호감을 갖는다,
 선(善)도 때론 악(惡)의 모습으로 변할 때가 있다. 도움을 베푸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는 대체로 수직적이다. 도움을 제공하는 자가 수혜자를 동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받은 능력을 발휘하면서도 우월의식을 갖는 게 사람이다.
 장애인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이와 다르지 않다. 불편하지 않음은 불편함을 보완하라는 천명(天命)일지 모른다. 어쩌면 이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린 시절 그 당연한 행동들의 실천을 강요받는다. 보상은 칭찬이다. 장애인 친구를 도와주는 건 사실 칭찬받을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칭찬을 야기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은 인위적이 된다. 나아가 그들은 장애인 친구들을 수직적 관계로 인지하게 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도움의 신화가 사회에 똬리를 틀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교육은 악(惡)이다. 준비 안 된 남녀를 한 방에 넣는 것과 같다. 철수와 영희처럼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들이 따로 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게다가 도움의 신화가 작동한다면, 장애학생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드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능력마저 잃는다. 내 친구가 그랬다.
 다만, 철수와 영희의 상황처럼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선생님이라는 중재자의 존재 덕분이다. 장애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여 그들의 내면과 외면을 발달시키고, 비장애학생들에게 장애친구를 대하는 방식을 가르치므로 둘이 수평적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사의 덕목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모든 교대생들은 특수교육 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식 수준도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걸맞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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