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등급제 폐지, 알맹이 없는 모습…등급제 폐지의 진정한 의미 잊혀지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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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등급제 폐지, 알맹이 없는 모습…등급제 폐지의 진정한 의미 잊혀지지 않길”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8.07.27 12:00
  • 수정 2018-07-30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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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박경석 대표는 제13회 전국장애인운동활동가대회 기간 동안 쉬는 시간에도 자료를 준비하고, 인터뷰를 하는 등 어느 때보다 바쁜 2박3일을 보냈다.

“오늘 이 자리는 지난 1년 동안 지속적으로 투쟁 과제를 함께 나누고 현재의 시안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에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이날도 박경석 대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라 불리는 백발의 머리를 선풍기 바람에 연신 정리하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경북, 대구, 대전, 인천 등 정말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모인 자리에요. 비장애인들도 더위 때문에 지치는 요즘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는 열정만 보더라도 저희의 요구가 얼마나 간절한지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박 대표는 이동권 문제와 자립센터, 발달장애인 책임제 등 장애인 인권신장을 위해 변화해야할 부분이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곧 눈앞으로 다가올 ‘장애인등급제 폐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 7월 장애등급제 1단계 폐지를 시작으로 2022년 완전 폐지 공약과 계획을 내세웠는데, 물론 진행과정을 봐야겠지만 뭔가 가장 중요한 요점이 빠진 채 진행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에요. 사실 등급제 폐지의 가장 큰 목표는 중증장애인의 지역사회 내 자립 환경 마련이에요. 그런데, 이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뭘까요? 바로 ‘돈’이에요. 돈이 있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거주지도 마련하고, 무엇보다 중증장애인에게 필수 조건인 활동보조지원도 하잖아요. 근데 정부에서는 지금 그 돈, 예산에 대한 계획과 내용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아요.”

실제로 정부는 내년 7월을 장애등급제 폐지 시점으로 내다보며 이를 대체할 새로운 기준을 마련을 준비 중이며, 각 영역의 새로운 기준은 일상생활지원(2019년 7월), 이동지원(2020년), 소득·고용지원(2022년) 등으로 나눠 단계적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예산 준비는 현재 준비되지 않은 상태다.

박경석 대표는 지원체계와 기술적인 부분 등 겉 포장지에 대해서만 화려하게 얘기할 뿐 세부적인 가닥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하게 대처하고 있는 모습이어서 답답하다고 하소연 했다.

“제도가 시행되면 분명 다툼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것이 방법의 차이여야지 최종 목표로 가는 길 자체를 막는 것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거에요. 예를 들어 부산을 가는데, 고속도로로 가느냐, 국도로 가느냐는 선택이지만, 갈 수 있는 도로를 만들어 주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되면 안 된다는 거죠. 예산계획을 확실하게 세우고 추진해야 하는데, ‘장애 등급제 폐지’라는 말만 만들어 놓고 그에 따른 세부적인 내용은 폐지를 말하기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건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당사자들은 지금도 청와대 앞에서 등급제 완전폐지에 대한 농성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들이 바라는 것, 진정한 의미의 등급제 폐지와 그를 위한 세부적인 바람을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렇게 계속 목소리를 내다보면 책임 있는 예산 확보에 대한 계획에 대해 답변을 정부 측에서 해주지 않겠어요? 우리가 바라는 것은 바로 그것이에요.”

기자의 요즘은 날씨가 너무 더워 투쟁 등 활동도 덥고 힘들지 않으시냐는 마지막 인사에 박 대표는 “집에 있으나 집 밖에 나오다 힘든 것은 똑같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박경석 대표와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장애인들의 외치는 지금의 목소리가 훗날 ‘집에서도 밖에서도 살기 좋습니다’라는 대답으로 화답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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