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청년 고.소.한 토크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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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청년 고.소.한 토크콘서트>
  • 차미경기자
  • 승인 2018.07.20 09:30
  • 수정 2018-07-20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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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청년들의 고군분투 성장기 ‘청춘’이란 이름의 희망
 
 요즘 가장 이슈로 떠오르는 단어를 몇 가지 선택하라면 욜로족, 삼포세대, 취업 등일 것이다. 그리고 이 단어들은 모두 2~30대 청년들 사이에서 회자되거나 이슈 되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고민은 비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청년들에게도 다르지 않다. 그들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의 다툼 때문에 속상해 하고, 취업과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고뇌하고 있다. 그들의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고민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난 7월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프리미엄라운지 주변으로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가 끊이지 않게 흘러 나왔다.
 한국장애인개발원(원장 최경숙)은 장애청년의 삶을 들여다보고 고민을 함께 나눠 보는 ‘장애청년의 고(민)소(통)한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번 토크콘서트는 KBS 3라디오 ‘내일은 푸른 하늘’의 일요일 코너에 출연 중인 신홍규(20, 지체장애) 씨와 최경숙 원장 사회로 진행됐으며, 대한민국의 장애청년이 겪고 있는 사회적 어려움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3년간의 치열한 사랑 그리고 나의 직업
 
 
 서울시립대학교 사서인 장지혜(32, 지체장애) 씨는 3년 하고도 6개월 동안 여전히 싸우면서도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다. 주변에서는 남자친구와 연애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장애인 남자친구가 장애인 여자친구를 배려하는데 서툰 데서 오는 부딪힘이 많아 힘들 것이라 예상하겠지만, 그만큼이나 비장애인인 남자친구를 배려하지 못하고 이해가 서툴렀던 자신 때문에 상대가 힘들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제 남자친구는 가족을 비롯해 친구들 모두를 합해도 주변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없어요. 태어나서 장애인과 연애를 해본 것뿐 아니라 장애인과 함께 무엇인가를 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던 거죠. 그래서 어떻게 배려해주는 것이 진정한 배려인지를 모르던 사람이었어요. 반면에 저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적당한 타이밍에 저를 위해 배려해주었던 경험이 있다 보니 처음에는 남자친구의 행동이 답답해 보였죠. 내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행동했던 부분을 왜 이 친구는 모르지? 하는 그런 거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저 또한 친구들만 있었지 비장애인 사람과 연애는 처음이잖아요. 그러니까 남자친구가 원하는 것, 남자친구를 위한 배려에 대해 전혀 몰랐죠. 둘 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좋아한다고만 한 거예요.”(웃음)
 하지만 장지혜 씨와 그의 남자친구는 쉽게 ‘안 맞는다’는 말로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 그것에 대해 장지혜 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누구 한쪽을 위해 희생하고 배려한다고 생각한다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모르는 두 존재가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해 나간다고 생각해야 긍정적인 변화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혜 씨는 이처럼 사랑은 본인의 의지만으로도 굳건히 지킬 수 있지만 사회로의 진출은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절대 될 수 없는 큰 산과 같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도서관 사서로서 전문성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자신처럼 번듯한 직장을 갖는 것은 큰 행운이 따르지 않으면 장애인들에게는 쉽게 다가오는 기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저희 부모님은 저를 초등학교에 보내실 계획이 애초에 없으셨어요. 그런데 초등학교가 의무교육이다 보니 우선 입학은 한 후 몸이 불편하고 적응하기 힘들단 이유로 1주일 후 자퇴를 할 계획이었죠. 그런데, 제가 너무 학교 체질인 거예요. 그렇게 반대와 우려를 뒤로하고 서울에서 대학까지 졸업했는데 취업할 곳이 없는 거예요. 저는 너무 서울에서 살고 싶었거든요. 꿈꾸던 서울 삶을 포기하기 싫었는데, 학생도 아니고 백수인 제가 우길 명분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다시 고향으로 내려갔죠. 정말 많은 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연락 오는 곳이 없었어요. 전 성적도 좋았고 서류상 떨어질 이유가 하나도 없었음에도요.”
 장지혜 씨가 이쯤 와서 꺼내든 카드는 바로 ‘장애 여부를 표시하지 않는 것’이었다. 한 채용공고에 장애여부를 표시하지 않고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거짓말 같이 연락이 온 것이다. 아버지와 함께 면접을 보러 갔는데, 지혜 씨를 보고 당황스러워하던 면접관의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저한테 ‘왜 장애인이라고 고지를 안 했냐’고 하더라고요. 분명 장애인이 채용 자격 여부에 상관이 없는 곳이었는데도요. 그런 후에는 저희 아버지의 장점이 무엇이냐 등 전혀 상관없는 질문만 한 채 면접이 마무리됐어요, 물론, 합격 연락은 오지 않았죠. 이땐 정말 좌절스럽더라고요. 제 지난 노력이 무엇인지는 보지 않고 장애라는 요소 하나로 제 가치를 저평가 받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그때 들었던 감정은 아마 장애를 가진 청년들 모두가 앞으로 느끼게 될 그리고 한 번씩은 겪을 일이라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희망의 끈을 놓는다는 건 결국 저희를 평가절하 하는 대상에게 그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되니까요.”
 지혜 씨의 발표가 끝나자 끊임없는 박수가 이어졌다. 아마 취업을 준비하는 현장의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산 것이 첫 번째 이유였으며, 여전히 도전하고 있는 자신 스스로에게 보내는 박수였을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그것을 지원할 의무
 
 
 이날 또 다른 발표자로 나선 미국 듀크대학교에 재학중인 성재훈(23, 청각장애) 씨는 청중들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가 다니고 있는 대학교에서 재훈 씨를 비롯해 장애학생들에게 제공되는 편의시설(서비스)이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이상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성재훈 씨는 처음에는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혹시 놓치는 수업이 있더라도 그냥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행동과 생각을 하는 재훈 씨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대하는 대학 내 학생과 교수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제가 다니는 대학은 물론 미국 내 대부분의 대학이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 등을 제공해줘요. 미국은 우리와 달리 장애인에 대한 차별법 위반이 질병성을 띠기 때문에 강제성이 높죠. 저 역시 청각장애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받았어요. 강의 녹화 및 자막 서비스라든지, 실시간 원격 속기 서비스, 제 보청기로 바로 교수님의 강의 목소리가 출력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그것이에요. 그중에서도 정말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대필 서비스인데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선생님 수업을 다 필기할 수가 없어서 친구들에게 부탁을 해서 노트를 보거나 거절당하면 어쩔 수 없거나 했는데, 여기서는 대필 서비스에 대해 학교가 비장애 학생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는 조건으로 모든 노트를 빌려서 사용할 수 있어요. 제가 미안하다고 말하며,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당당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 거예요.”
 재훈 씨는 제공하는 시스템이 너무 좋아서 강의실에 들어가지 않고 방 안에서 여유롭게 수업 듣는 게으름이 생겼다고 농담식으로 말했지만 이에 대해 전달하는 재훈 씨도 우리나라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 담당 교수님께서 제게 해주셨던 말이 있어요. ‘너와 같은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 비장애인 학생보다 추가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 자체가 차별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라는 말이었어요. 정말 당연한 말인데 왠지 모를 울컥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실제로 그 장소에 있던 청년들은 재훈 씨에게 전달한 교수님의 말을 듣고 모두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들이 듣고 싶었던 위로를 다른 나라 외국인이 해줬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또 그러한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은 환경에 대한 부러움이 담겨 있었다.
 이날은 공식적인 행사시간이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헤어짐이 아쉬운지, 자신이 그동안 지내왔던 이야기와 서로가 알고 있는 정보를 주고받느라 모두 시간가는 줄 모르는 모습이었다.
 딱 대한민국의 2~30대 꿈 많은 청년들의 모습이었다. 오늘 이 문을 나서면 또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산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고,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도전하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인 ‘청춘’이라는 단어만으로 빛나 보였다.
 
 
 
<인터뷰>"통합교육 시작은 모든 교사들 특수교육 이수부터"
 
 
심지용/27세, 칼럼리스트
 ‘장애청년 고(민)소(통)한 토크콘서트’에 대표 발표자로 나선 심지용 씨는 자존감 높고, 자립성 강한 성인으로 세상에 나서기 위해서는 학교를 다니는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즘 한참 이슈가 되는 게 통합교육이잖아요. 그런데 단순히 시스템만 바뀐다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교육을 받는 게 아니에요. 제일 중요한 것은 장애학생들을 교육하고 케어해주는 교사들의 전문성이라고 생각해요. 교사들이 장애학생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진정한 의미의 통합교육, 또는 특수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거죠.”
 심지용 씨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선진국의 예를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자신이 베를린에 있는 자유대학을 방문한 경험과 그때 들은 학교의 방침은 본지 기자가 듣기에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당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운 이야기였다.
 “베를린 자유대학 특수학과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교수님 말씀이 그 학교를 다니는 교육학과 학생들 모두가 특수교육 과목 수업을 이수해야지만 졸업을 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일반학교에도 장애를 가진 학생이 다닐 수 있기 때문이라는 아주 간단한 설명이셨죠. 정말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당연한 걸 우리나라에서는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답답했죠.”
 심지용 씨는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기야말로 장애인의 자존감을 높이고 자아 정체성을 바르게 확립할 수 있는 시기인 만큼 교사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는 특수학교만을 다녔지만 저와 초등학교를 함께 다니다 중학교 과정을 일반한교에서 보낸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결국 중학교 과정만 마무리한 채 다시 특수학교로 돌아왔는데, 저와 함께 학교생활을 했을 때와 많이 달라져 있더라고요. 초등학교 때는 저보다 글씨도 잘 쓰고 운동기능 정도도 높았는데 조금씩 그 기능이 퇴보되어 있더라고요. 근데 그 원인이 바로 ‘도와주는 환경’ 때문이었어요. 선생님과 친구들은 분명 좋은 마음의 배려였지만 뭐든지 대신해주고 도와주려고만 하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조금은 잘못된 인식이 오히려 친구의 가능성과 능력을 퇴행하게 만든 거죠. 전 이러한 모습이 교사와 비장애인 학생들이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교육이 필요한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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