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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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다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8.07.19 09:48
  • 수정 2018-07-19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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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장애’ 실종 아동, DNA 검사로 가족 찾아
▲ 사진제공-경남지방경찰청

실종된 지적장애인 2명이 경찰의 도움으로 30여 년 만에 가족을 되찾았다.

경남지방경찰청 장기실종전담반은 지난 18일 1986년과 1987년에 각각 실종 신고된 A(37)씨와 B(44)씨를 찾았다고 밝혔다.

A씨는 1987년 3월 부모님과 함께 밀양 친척집에 왔다가 집을 나간 후 실종됐다. 당시 5살이었던 A씨는 지적장애 1급으로 말을 못했다. A씨 가족들은 실종신고를 했지만 찾지 못한 채 30년이 흘렀다.

장기실종전담반은 이 사건을 인계받은 후 A씨가 장애시설에 있을 것으로 보고 A씨 어머니의 DNA를 새로 채취, 탐문 조사를 펼친 끝에 A씨를 도내 모 보호시설에서 찾았다. A씨는 새로운 이름과 주민번호로 지적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A씨 어머니는 심 경사에게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악화, 오랜 기다림 등의 고통을 호소하며 “이제는 찾기 어렵다. 나도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실종사건을 종결해 달라”며 희망의 끈을 놓았었다.

그럼에도 심 경사는 A씨 어머니를 설득했고 경남지역 모 시설에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30여 년을 살아온 A씨를 발견해 극적으로 모녀가 상봉하게 했다. A씨와 어머니는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대구 한 요양병원에서 31년만의 모녀상봉을 이뤘다. 이날 A씨 어머니는 A씨의 손을 붙잡고 “엄마 안 보고 싶었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창원에 살던 B씨는 학교 운동회에 간다며 나간 후 12살에 실종됐다. B씨의 어머니는 아들을 찾아 생업을 포기하고 전국 아동보호시설과 부랑자 시설을 찾아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다 2016년 1월 B씨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호적신고를 위해 B씨의 실종을 재신고했다.

B씨 어머니는 “죽기 전에 아들을 한번 보는 게 소원이다. 생사라도 알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경찰은 노모의 안타까운 모정에 재수사를 시작했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희망으로 지난 1월 B씨 어머니의 DNA를 채취, 2차에 걸친 감정의뢰를 한 결과 지난 6월말 서울지역 한 보호시설에서 다른 이름으로 살고 있는 B씨를 찾는 데 성공했다.

안타깝게도 B씨 어머니는 현재 뇌경색으로 쓰러졌으며, 어머니를 대신해 B씨를 만난 누나는 “그동안 고생 많았다.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두 사건을 해결한 전담반 소속 심성배 경사는 “A씨 어머니는 2004년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도 딸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지만 한 번 더 설득해 검사를 진행했다”며 “오래된 사건을 추적하고 재수사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그리워하던 가족이 만나는 것을 보니 보람과 자긍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경남경찰청은 장기실종전담반은 2016년 3월부터 도내 실종아동 등(18세 미만 아동·지적장애·치매환자)에 대한 집중수사를 펼치고 있으며, 전담반 신설 후 신고 접수와 발견 건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경남도내 올해 상반기 접수 실종아동 등은 1234명으로 지난해 동기간 접수건수인 873건에 비해 40% 증가했다.

경찰은 심 경사에게는 사건을 해결한 공로를 인정해 표창을 수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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