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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 원칙과 가치가 함께하는 ‘통합놀이터’
차미경기자  |  handicap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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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2  1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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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아이와 비장애아이가 함께 어울려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 장애를 가진 아이도 불편함 없이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인 ‘통합놀이터’에 대한 이해와 필요성에 대한 토론회가 4주간 진행됐다. 
 본지는 이 중 ‘모두를 위한 다자인, 놀이터와 만나다’와 ‘함께 만드는 통합놀이터’ 주제의 토론회를 바탕으로 진정한 의미의 ‘통합놀이터’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비장애와 장애 구분없이 즐기고 놀 수 있는 놀이터 필요
 
   
 
 #지체장애 2급으로 걸음걸이가 불편한 아이를 둔 주부 A씨는 놀이터에 나가서 놀고 싶어하는 아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달래는 것이 큰일이다.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놀이터 가서 다른 아이들과 부딪히는 일도 많았을 뿐더러 “너는 왜 그렇게 늦게 올라가”, “빨리 가, 어차피 이건 못 탈 거 같은데”라고 말하는 다른 아이들 때문에 상처받았던 기억도 많기 때문이다. 그네를 타고 싶어도 발을 지탱하는 힘이 없어서 보호자가 올려줘야 하고 스스로 다리를 굽혔다 폈다 하면서 반동을 줄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 미끄럼틀을 타고 싶어도 A씨의 아이가 스스로 계단을 오르기에는 계단의 폭이 너무 넓다. 
 
 장애아이를 둔 보호자들에게 집 근처 놀이터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비장애아이들을 기준으로 설치된 시설물이 대부분이다 보니 내 아이가 다칠까도 문제지만 자연스럽게 활동하는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시선으로 언어로 차별을 받게 되는 상황에 놓이는 내 아이를 보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장애아이를 둔 부모들은 하나같이 “놀이터는 모든 아이들이 노는 공간이지, 비장애아이들이 노는 곳이 아니잖아요. 모든 아이들에는 장애와 비장애가 구분되어서는 안 되지 않냐”라고 하소연한다. 
 대중교통은 물론, 화장실, 공원, 극장 등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 장애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인 놀이터에 대한 문제는 뒤로 밀려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자연스럽게 함께 활동하고 놀이를 하는 것이야말로 ‘장애차별인식 철폐’의 첫걸음이라고 장애아이를 둔 보호자들과 전문가들은 말한다.
 
장애아이와 비장애아이 모두가 즐거운 공간
 
 지난 6월 2일 4주간의 릴레이 토론회의 첫 번째를 담당했던 ‘모두를 위한 디자인, 놀이터와 만나다’는 ‘통합놀이터’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다.
 이날은 배융호 한국환경건축연구원의 ‘놀이터의 새로운 패러다임, 분리에서 통합으로!’라는 주제와 부천대 도시공간재생연구소 소준영 연구원의 ‘모두를 위한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주제를 다뤘다.
 배융호 연구원은 주제발표 전에 가장 먼저 ‘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 대한 문구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린이는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에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가 있다.’
 배 연구원은 “이 글에 나와 있는 어린이는 따로 조건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장애가 있든 다문화든, 종교, 인종에 상관없이 모든 어린이를 지칭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놀이터는 비장애인전용 놀이터”라고 말했다.
 기존의 놀이터가 장애어린이들이 활용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무장애 놀이터’를 등장시킨다.
 하지만 무장애 놀이터는 말 그대로 장애어린이 전용놀이터로, 오히려 장애와 비장애를 분리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이 배 연구원의 입장이다.
 “놀이터는 놀이기구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놀이를 하려고 가는 것이다. 하지만 친구의 한계를 비장애어린이 끼리, 장애어린이 끼리로 구분 짓는 것이 현재의 무장애 놀이터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비장애어린이와 장애어린이 구분 없이 모두가 즐기고 활동할 수 있는 ‘통합놀이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놀이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장애유형이 놀 수 있는 놀이터야 하느냐’가 아니다. 어떤 놀이기구는 청각장애 어린이가 편하고, 어떤 놀이기구는 시각장애인 어린이가 편안한 기구 모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어떤 장애유형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놀이터 안에서는 놀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비장애어린이가 느끼기에도 유익하고 재미있어야 한다. 안전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밋밋하고 상상력을 발현시킬 수 없고, 재미가 없는 놀이기구로 놀이터를 조성한다면 결국 비장애아이들은 배려하지 않은 또 다른 차별을 낳는 다는 것이 배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어진 ‘모두를 위한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주제 발표에서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소준영 연구원은 ‘유니버설 디자인’을 단순히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극히 일부분만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 노인, 유아,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무거운 물건을 든 사람,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 키 큰 사람과 키 작은 사람,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들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이라고 정의했다. 말 그대로 사용자에게 불편함이 없는 디자인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정의했다.
 이후 후쿠오카의 지하철역 내부와 초등학교 시설의 사진을 예시로 보여주며, 작은 배려가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주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진행한 두 사람은 일괄되게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 장애인만을 위한 놀이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구분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주인공이 되는 디자인, 놀이터가 진정한 의미의 ‘통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글2: ‘휠체어 그네’, ‘휠체어 회전무대(일명 ‘뺑뺑이’)’와 같은 놀이기구가 마련된 놀이터가 있다. 모두 휠체어를 탄 상태로 이용할 수 있고, 특히 ‘휠체어 회전무대’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어 장애아동에게도 놀이의 즐거움과 ‘새로운 움직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최소한의 법과 가이드라인 필요
더 중요한 것은 분리되지 말아야”
 
 두 번째로 토론회가 개최된 6월 9일에는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김남진 사무국장과 조경작업소 ‘울’의 기아미 연구원,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의 권태연 활동가가 각각의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우선 이번 워크숍의 주최 측이기도 한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의 김남진 사무국장은 ‘접근 가능한 놀이시설 가이드’라는 주제를 발표하며, 통합놀이터에 대한 언급이 없는 현재의 법 테두리를 문제 지적하고, 향후 가이드라인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사무국장은 “국내 법 중 장애인 등의 이동 및 접근에 대한 법으로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 있다. 장애인 등 편의법은 공원 및 건축물에서의 편의시설 설치 기준 등을 다루고, 교통약자법은 교통시설과 교통수단, 도로 등에서의 편의시설 설치 기준 등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놀이 환경의 접근성에 대해 다루거나 장애어린이가 이용 가능한 놀이시설에 대한 계획이나 기준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어린이 놀이시설에 대해서는 「주택법」이나, 「유아교육진흥법」, 「아동복지법」 등에서 놀이터의 면적, 놀이시설의 배치, 재료 등을 규정하거나 아동용품에 대한 안전기준을 다루고 있다. 다만,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서 공원시설의 설치·관리 기준에 ‘신체장애인·노약자 또는 어린이의 이용을 겸하는 시설에 대하여는 그 이용에 지장이 없는 구조로 하거나 장치를 하여야 하며, 해당시설로의 접근이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서 “놀이터 설치에 가장 관련이 깊은 법률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과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이 있는데, 이 두 법률에 따라서 어린이놀이시설의 시설 기준과 기술기준, 안전인증 등의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법률과 이하 관리체계는 비장애어린이를 위한 놀이기구의 설치와 관리에 대해 다루고 있을 뿐, 장애어린이를 위한 놀이터 접근이나 놀이시설물 설치기준 및 기술기준 등은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장애인단체 등에서 끊임없이 제기를 진행했으며, 이에 2017년 1월 조배숙 의원 대표발의로 어린이놀이시설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장애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놀이시설의 설치·유지 및 보수 등에 필요한 시책과 지원방안 마련의 책무를 두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구체적인 놀이시설물의 설치기준이나 기술기준에 대한 내용은 없다. 또한 지난 2017년 8월 김경수 의원이「장애아동 복지지원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여기에는 장애아동 놀이기구 설치지원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지만, 이 두 법률은 2018년 5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남진 사무국장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2000년대 이후 여러 나라에서 통합놀이터를 표준화하고 확장시키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도 통합놀이터에 대해 크게 세 부분의 가이드라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통합놀이터는 상위법이 없다. 미국의 경우에는 장애법 안에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불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편의시설 기준이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만 우리는 그런 기준이 없어서 기존 놀이시설 안전기준과 통합놀이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김 사무국장은 ‘법안과 가이드라인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이것만은’이지, 이것만 지킨다고 해서 통합놀이터라고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는 “실제로 가이드라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예를 들어 장애아동들의 접근성을 배려해 계단의 위치나 폭을 조금 변경하는 정도로도 충분히 통합놀이터가 되고 있으며, 청각장애아동을 위한 감각놀이시설물도 모든 아이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로 설치돼 있는 실정이다. 통합놀이터가 다른 놀이터와 구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전용 놀이터가 아닌,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즐거운 유니버설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는 ‘통합놀이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법안과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지만 그 법과 가이드라인이 장애아동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아이들을 위한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가 참석한 1, 2번째 워크숍에서 주제발표와 사례발표를 진행하는 발표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함께”였다.
 통합놀이터의 필요성을 설명할 때 비장애아이들보다 장애아이들의 편리함을 좀 더 배려하는 설계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장애아동만을 위한 놀이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장애아이든, 비장애아이든 불편함 없이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가 ‘통합놀이터’이고, 그것은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는 공간이 아닌 함께 꿈을 꾸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법도, 규칙도 아닌 ‘통합놀이터’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생각과 시선에서부터라고 말이다.
 
 
   
사진글3: 바구니 그네는 단순히 장애아동만이 탑승하는 것이 아닌, 비장애아동은 물론 성인과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통합놀이터’의 진정한 의미는 장애아동을 위한 놀이터가 아닌, ‘모두가 놀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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