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 그 의미를 묻다>
상태바
<장애등급제 폐지, 그 의미를 묻다>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8.06.08 13:16
  • 수정 2018-06-08 13: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의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따르면 2018년 6월 장애인서비스 종합판정도구 마련을 시작으로 2019년 7월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 이와 관련 한국장애인복지학회는 ‘장애등급제 폐지, 그 의미를 묻다’라는 기획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가졌다.
 
 
3차례 시범사업 결과 ‘종합판정체계-판정도구’로 “부적합”
장애인의 실제적 욕구와
사회,환경요인 반영 못해 
혁신적 판정체계 구축돼야

1~3차 시범사업 실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기룡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맞춤형 복지 서비스 시행을 위해 2015년 1차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3차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특히 3차 사업은 읍면동 복지 허브화의 2018년 말 본격 시행을 앞두고 전체 복지전달체계 개편 방향과 연계된 전달체계 모형이 설정되어 기존 복지전달체계와 통합하면서도 장애인복지 전달체계로서의 특성을 가지는 ‘공단-시군구 협업모형(5개 시군구)’과 ‘읍면동-시군구 협업모형(13개 시군구)’ 2가지 모형이 시군구를 중심으로 2017년 4월부터 10월까지 총 18개 시군구에서 진행됐다.”면서 3차 시범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3차 시범사업은 장애인연금과 장애수당, 각종 감면 할인 등 종합판정을 거치지 않고 제공되는 공적 서비스인 A유형과 활동지원,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보조기기, 야간순회 등 종합판정을 거치는 공적 서비스인 B유형, 건강, 고용, 보육, 교육 등 민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인 C유형으로 구성됐다.
 A유형의 경우 국민연금공단의 3차 시범사업 결과(공단-시군구 협업 모형 기준)에서 장애인연금 등 서비스 신청자 2,032명 중 14.3%인 290명만 공적 급여를 제공받았다. 공적 급여에 속하는 A유형은 국가가 기존에 제시한 수급 자격 기준에 따라 적격 여부와 지원 수준이 결정된다. 이용자가 이와 같은 서비스를 요구해도 그 기준에 해당되지 않으면 지원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의 욕구와 생활환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B유형은 종합판정을 거치는 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공단의 복지코디가 신청자를 직접 만나 조사도구를 평정하는 방식으로 판정이 이뤄졌으며 조사원은 서비스를 신청한 당사자가 아닐 뿐더러 장애인의 기능적 제한정도에 대한 조사를 하도록 설계돼 있어 장애인의 개인 욕구와 환경을 고려한 판정이 이뤄진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3차 시범사업에서는 보행훈련, 응급안전서비스, 야간순회서비스에 대해 종합판정도구를 사용하였으나, 도구를 통해 확인된 점수를 기준으로 서비스 적격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장애인의 독거여부, 주위돌봄자 여부, 주거특성 등을 토대로 서비스 제공 적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보고되기도 하였다(국민연금공단, 2018). 이와 같은 결과는 서비스종합판정도구가 장애인의 욕구 또는 환경특성 변인보다 일상생활수행 능력 즉, 기능적 제한 정도 변인을 더 많이 고려하도록 개발됐음을 나타냈다. 
 C유형은 개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지역사회 내 민간서비스 제공기관을 통해 연계해 주는 것으로 개인의 건강·의료, 일상생활, 직업, 문화·여가, 교육·보육, 경제·소득지원, 주거, 권익보장·법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서비스를 신청하게 되면, 공단은 이를 심사하여 민간 차원의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3차 시범사업 결과 민간서비스 연계율이 85.5%(욕구표출 건수 826건, 서비스연계 건수 70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양적 결과만을 볼 때, C유형의 서비스는 개인의 욕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판정, 제공됐다고 보인다. 
 그러나 광주 광산구는 직업재활 서비스에 대한 민간서비스 연계율은 100%인데 반해, 일상생활 서비스 연계율은 50%에 불과했고, 서울 노원구의 경우 여가·문화 등의 서비스에 대한 민간서비스 연계율은 100%였으나 교육·보육 서비스에 대한 민간서비스 연계율은 63.6%로 지역별 민간복지서비스 인프라 수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룡 위원장은 “지난 시범사업을 통해 복지부가 제시했던 서비스 종합판정체계와 서비스종합판정도구는 장애인의 실제적 욕구와 사회?환경적 요인을 평가하기 위한 체계나 도구로 보기 어렵다.”면서 제한적 기능을 갖고 있는 서비스 종합판정체계가 아닌 개인욕구와 사회환경 요인 중심의 좀 더 혁신적인 판정체계 구축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장애등급제 폐지 이상과 현실의 삶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는 장애등급제 폐지의 이상적 모델(김이상 씨의 삶)과 현실적 모델(김현실 씨의 삶) 둘로 나눠 비교했다.
 A광역시 B구청에 살고 있는 두 가상인물인 김이상 씨와 김현실 씨는 28살의 동갑으로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해 흉추 3번 손상으로 약 3년에 걸친 긴급처치, 수술 및 재활단계를 거쳐 드디어 병원을 퇴원하게 되었고 그 후 약 2년을 하반신 마비로 집에서만 생활하다가 인터넷을 통해 자립생활을 알게 되어 본인이 부모님으로부터 자립해서 살아가기를 결심하고 부모님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자립하는 것을 허락받았다는 동일 조건에서 출발한다.
 김이상 씨는 별도의 장애등록 없이 필요한 서비스 신청을 위해 집 근처 주민센터 맞춤형복지팀을 방문해서 본인이 현재 처한 상황, 생활환경, 그리고 필요한 서비스 욕구 및 필요도 등을 담당자에게 설명했다.
 아울러 주거지원과 하반신 마비로 인한 활동보조,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연금 등의 소득보장, 밑반찬 서비스, 자조모임, 스포츠활동에 대한 욕구와 향후 취업해서 경제적 활동을 하고 싶다며 직업상담 및 직업훈련에 대한 욕구 있음과 집에서는 수동휠체어만 사용했는데 좀 더 활발한 사회참여를 위해 전동휠체어에 대한 욕구가 있음을 밝혔다.
 이에 맞춤형복지팀은 일차적 종합상담 내용을 토대로 맞춤형복지팀 담당자, 장애인고용공단 직원, 장애인복지관, 자립생활센터, 자원봉사센터 등 지역사회 서비스제공기관 종사자로 구성된 맞춤형 사례회의를 통해서 개입하기로 결정하고 김이상 씨에게 아래와 같이 안내하였다.
 주거마련은 현실적으로 LH 등과 같은 곳에서 임대주택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구청으로 해당 서비스를 의뢰하고, 자립생활센터에서 장기 체험홈서비스, 자립생활기술훈련과 자조모임을 동시에 제공받는다. 또한 밑반찬서비스는 장애인복지관을 통해 약 6개월 정도 우선적으로 지원받으며 스포츠 활동도 볼링에 관심이 있어 장애인복지관 볼링교실에 참여하기로 했다. 
 활동지원제도, 전동휠체어, 장애인연금은 국민연금공단에 종합판정을 신청했다. 단, 활동지원의 경우 인정등급에 따라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본인의 생활환경, 서비스 욕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대한 필요한 만큼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장애인연금은 소득수준을 고려한 차등지급이 아닌 경제적 여건, 생활환경, 월 재활치료비용, 월 대중교통 이용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등 지급토록 했다.
 직업상담 및 직업훈련은 장애인고용공단 지사에서 제공받고 기초생활수급비 신청을 위해 구청 희망복지지원단으로 연계 받고 감면·할인과 같은 혜택을 추가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관련된 내용 안내 및 국민연금공단 종합판정 시 같이 신청토록 했다.
 반면 김현실 씨는 장애인등록제는 여전히 존재한 채 장애등급제 폐지가 아닌 중증과 경증으로 단순화한 장애등급제 개편된 상황에서 살아야 한다. 
 지난 3월 열린 제19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회의 결과에 따르면 ‘장애등급’을 대신해서 장애인의 욕구와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종합적 욕구조사표’를 바탕으로 2019년 7월부터 활동지원과 보조기기 지급, 거주시설 입소자격 등 일상생활 지원을 시작으로 2020년 장애인 전용 콜택시, 주차구역 이용 등 이동지원, 2022년 장애인연금과 의무고용 대상 등 소득·고용지원까지 단계적으로 장애등급제 폐지가 진행된다. 
 이를 근거로 김현실 씨는 주거마련은 현실적으로 LH 등과 같은 곳에서 임대주택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구청으로 의뢰하고, 자립생활센터에 체험홈서비스, 자립생활기술훈련과 자조모임을, 장애인복지관에 밑반찬서비스와 볼링교실 참여를 의뢰했다.
 활동지원제도, 전동휠체어, 장애인연금은 국민연금공단에 종합판정을 신청한다. 단, 활동지원의 경우 인정등급에 따라 정해진 기본급여와 독거와 관련된 추가급여를 제공받는다, 
 장애인연금은 정해진 기초급여와 부가급여를 제공받고 직업상담 및 직업훈련을 위해 장애인고용공단 지사로 의뢰하고 기초수급비 신청을 위해 희망복지지원단으로 연계함과 중증장애로 받을 수 있는 감면·할인 혜택을 추가적으로 안내 받는다.

장애등급 대신 종합판정표 적용
급여량 결정에 장애등급제 폐지
이전과 거의 달라진 것이 없어

 김동기 교수는 "두 사례의 공통점은 공공성의 강화차원에서 읍면동 주민센터와 시군구에서 장애인의 삶에 좀 더 관여하려고 하며, 장애등급을 대체하는 종합판정표가 도입돼 서비스 진입기준으로서 장애등급이 작동하지 않고 장애인의 여러 가지 여건과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는 것"임을 주장했다. 
 차이점은 현행 장애등급을 대신해서 종합판정표를 적용함으로써 서비스 대상자를 선별하는 기준을 대체했지만 급여량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장애등급제 폐지 이전과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 즉 김현실 씨는 활동지원서비스나 장애인연금 모두 이미 정해진 급여를 확정해서 받는 것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인 제19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김 교수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대상자를 결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애등급으로 획일적으로 정해졌던 급여량도 개별화하여 결정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2019년 7월 이후에도 이와 같은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면·할인서비스 적용대상 판정을 해결할 수 있는 종합판정표를 개발하여 장애인등록제도를 없애야 한다.”면서 “단순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자만을 결정하는 종합판정표라면 장애등급제 폐지의 취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드시 급여량도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손상, 근로능력 정도, 서비스 욕구 및 필요도, 생활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서비스별로 개별화에 입각해 급여가 확정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등급제폐지 후 개인별 맞춤형 지원, 
장애인복지관 인프라 활용해야
 
 서부장애인복지관 신철민 사무국장은 “2019년 7월 장애등급제 폐지와 함께 맞춤형 지원 사업이 실시됨에 따라 장애인복지관이 초기상담,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사례관리와 장애인당사자의 맞춤형 서비스 지원과 관련된 부분에서 장애인복지관이 중심이 되어 지역사회 내에서 공공기관과 장애인복지관이 함께 협력하여 개인별 욕구에 근거한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복지관에서의 사례관리는 사정과 계획수립 과정에서 다양한 영역 전문가(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특수교사, 언어치료사, 직업재활사, 재활의학 전문의 등)가 참여하여 사례관리자와 이용자의 표출된 욕구뿐만 아니라 각 영역 전문가들의 논의로 생애주기별로 요구되는 폭넓은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사례회의 과정에서 장애인의 복합적이고 다양한 개입에 사례관리자와 슈퍼바이저를 비롯하여 장애관련 다 영역 전문가들의 통합적인 슈퍼비전에 의해 효율적인 개입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시설 내부에 각종 치료, 교육, 직업 등 기능강화 지원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어 있어 중재와 개입, 접근이 용이하다.
 신 국장은 “3차 시범사업 결과 장애등급제 폐지 후 적용될 사정도구는 공적 서비스 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로 구성돼 있어 구체적인 개인별지원계획 수립을 위한 사정체계로는 미흡하고, 장애인복지플래너가 초기상담에서 수집한 정보 수준으로는 당사자가 필요로 하는 지원이나 서비스를 설계하고 연계하는 데 제한적으로 나타났다.”면서 “장애인복지관은 기존 재가 장애인 중심으로 일상생활지원, 여가지원, 자립생활지원 등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매개하고 있는 장애인복지관의 인프라가 활용돼야” 함을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