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권적 사건을 대할 때 필요한 한 가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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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권적 사건을 대할 때 필요한 한 가지 시각
  • 편집부
  • 승인 2018.04.24 09:39
  • 수정 2018-04-24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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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주간보호센터에서 벌어진 장애인 폭행사건을 뒤돌아보며

 

 
 
 
 
 
김창범/ 사랑터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2014년 아프리카 수단에서 군병력이 한 마을을 급습하고, 3일 동안 재산을 약탈하며, 여성들을 집단으로 강간한 일이 벌어졌다. 집단 강간은 200여 건이 넘었으며, 이는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정부군 병사의 증언에 따르면, 반군과 내통한 부역자들을 벌주기 위해 여성들을 겁탈하라는 상관의 명령이 있었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한 후 정부는 조직적으로 범죄 사실을 은폐하였으며, 마을 주민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협박하고 압력을 가했다. 더 나아가 유엔이 이 사건을 조사하는 것을 방해하였으며, 현지를 방문한 유엔군의 조사팀은 결국 집단 강간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그러나 2015년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사건 발생 후 약 2개월간 국제전화 통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였으며, 전화 통화는 피해자 당 30분에서 2시간가량 등 깊이 있는 인터뷰를 통해 정보수집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HRW는 정부군이 자행한 대규모 성폭행 사건은 반인륜적 범죄이며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HRW은 사건에 대한 다양한 권고사항을 정리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비인권적 사건을 국제사회에 알린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보편적 인권운동, 특히 여성의 인권에 대한 큰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를 보면 아쉽게도 한 가지 중요한 시각이 빠져 있다. 바로 ‘왜 이러한 사건이 발발한 것인가’이다. HRW의 보고서는 애초에 왜 이 사건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이유나 분석을 제시하지 않았다. 단순히 사건에 대한 진상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만 있을 뿐이다.
 대다수의 다양한 인권문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들이 인권문제를 볼 때 늘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누고 피해자의 인권보호를 시작으로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왜 이 사건이 일어났는지,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으면 인권문제는 단순한 비극적 일화로 소비될 뿐이다. 
 2017년 인천의 어느 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서 사회복지사가 발달장애인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역시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었을 뿐이다. 이에 인천광역시의 해결 방법으로는 CCTV 설치 및 시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진행하는 등 다소 빈약한 해결방법을 제시하였다. 인천뿐만이 아니다. 전국 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서 비슷한 사건이 종종 발발함에도 사회복지사 한 개인의 일탈로 사건을 매듭지었을 뿐이다. 물론 폭행을 한 사회복지사는 이에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누구라도 종종 폭행이 왜 발생되는지 묻고, 원인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 등을 고민했다면, 지속되는 폭행 문제에 대한 예방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렇게 한 번 묻고 고민했으면 어떨까? 중증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자해·타해 등)에 대한 매뉴얼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사회복지사 또한 감정 노동자인데 그들의 처우는 어떨까? 중증장애인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사회복지사들의 점심시간은 휴게시간으로서 이용이 가능할까? 중증장애인 이용인원 숫자가 사회복지사들이 담당하기에 어떠한가? 이러한 종합적인 처우가 발달장애인 폭행에 영향을 미칠까? 등을 고민하고 현장에 적용했으면 어땠을까? 
 인권문제는 더 이상 개개인의 일탈인 시대는 지났다. 즉 이제 ‘왜’라는 질문을 던질 시기이다. 인권 감수성에 호소하는 것을 넘어 사회현상을 읽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을 위해 구조를 개선하고 보완한다면, 더욱 다양한 사람들이 보다 살만한 세상에 살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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