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향한 209명의 삭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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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향한 209명의 삭발식
  • 오혜영 기자
  • 승인 2018.04.0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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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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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이 세계자폐인의 날로 지정한 지난 4월 2일, 청와대효자치안센터 앞에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과 발달장애인, 그 가족, 사회복지사, 특수교사 등 30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외쳤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란 생애주기별로 온갖 어려움에 맞서야 하는 발달장애인의 문제를 더 이상 가족들만의 책임으로 규정지을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도 최소한의 책임을 같이 지자는 것이다. 
 이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삭발식이 시작되기 전 “발달장애인들이 낮 시간 만이라도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데이서비스, 직업에 참여하기 위해 현장 중심의 직업훈련 취업프로그램 도입, 부모가 죽어도 살 수 있는 주거서비스, 돈을 벌지 못하므로 소득보장 이 네 가지만 보장 되면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 고 외쳤다. 
 모든 발언이 끝나고 삭발식이 시작되자, 삭발도 감행하겠다고 모인 209명은 뜨거운 태양아래 앉아 고이 길러온 머리카락을 훌훌 털어버렸다.
 위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카락이 깎여 나가는 동안 곳곳에서는 참지 못하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왔다. “엄마 자르지 마!” 하는 아이의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그 순간만큼은 삭발을 하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한마음이었다. 
 본지는 취재를 위해 그곳에 찾아갔지만 투쟁을 외치면서도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에 눈물을 흘리는 그들을 보니 함께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209명의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몇몇 사람들은 마이크를 들고 자신들이 써온 결의문을 읽었다. 
 한 부모는 “얼마 전 발달장애아를 가진 내 친구가 암으로 죽었습니다. 아마 그 친구는 눈을 감지 못했을 겁니다. 그 아이를 두고 어떻게…”하며 울부짖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보다 자신이 하루 더 살기만을 바라는 세상이 아니라 발달장애아를 가진 부모도 먼저 죽을 수 있는 세상이었다. 
 지난 2014년 정부는 발달장애인법을 제정한 바 있다. 법이 제정되자 발달장애 부모들은 조금이나마 삶이 나아지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회에 따르면 정부는 3년이 흐른 지금까지 법 시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도 반영하지 않았다. 
 실제로 발달장애인법 이행을 위해서는 매년 최소 427~815억 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촛불로 세운 문재인 정권이 정한 2018년 발달장애인지원예산은 전 정부 시절 정한 90억 원 보다도 적은 85억 원이다. 
 이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극단적인 삶으로 내몰리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해 209명의 집단 삭발식으로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한 것이다. 
 혹자는 궁금할 것이다. 왜 머리를 깎는 건지. 삭발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머리를 깎음으로써 우리의 마음이 이토록 간절하고 뜨겁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자식들을 위해 머리라도 깎을 수 있어 기쁘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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