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는 ‘미투운동’ 무풍지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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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는 ‘미투운동’ 무풍지대인가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8.04.0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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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방송에서 현직 검사가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비롯된 국내 ‘미투운동(#Me Too)’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권력 위계에 의한 성범죄가 법조계를 시작으로 문단과 연극영화 등의 문화예술계, 교육계, 정치계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으로 확산되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급기야, 미투운동은 성범죄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들을 지지하고 함께 한다는 ‘위드유(#With You) 운동'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이런 ‘미투운동’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도 장애계는 여전히 잠잠하다. ‘여성’이면서도 ‘장애’라는 이중적 차별에 시달리는 장애여성들은 사회적으로 훨씬 취약한 환경에 노출돼 있음에도 말이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힘이 미약한 ‘장애여성들’은 ‘미투운동’조차 사각지대인 셈이다.
 장애여성의 성범죄 피해는 구조적으로 뿌리 깊고 고질적임에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장애특성을 악용함으로써 성범죄가 더 쉬운 까닭이다. 언론보도로 알려지는 성폭력 피해 장애인 대부분이 지적장애인임을 봐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다른 장애유형보다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여성들의 경우 보다 성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있다. 2011년 영화 ‘도가니’는 장애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심각한 성폭력 사건의 대표적 사례다. 도가니는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음에도 사회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폭력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드러나지 않은 장애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정부조차 확실한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갈수록 증가추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293건이었던 장애인 대상 성범죄는 2016년 807건으로 175.4%나 폭증했다. 2011년 10월 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 처벌을 강화한 일명 ‘도가니법’이 시행됐지만 법 시행을 무색케 한 것이다. 법무부 자료에 의하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접수된 장애인 대상 성범죄는 3340건이었다. 하지만 기소된 건수는 1278건에 기소율은 38.2%에 불과했다. 접수된 83건은 처리조차 되지 않았다. 지적장애인의 경우 피해상황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거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된 사건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항거불능 상태임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자신에게 가해진 행동이 성폭력이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은 “미투운동을 적극 지지한다.”며 “피해자들의 폭로가 있는 경우 형사고소 의사를 확인하고,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6월 이후의 사건은 고소 없이도 적극 수사할 것”임을 밝혔다. 정부는 분야별 신고상담센터를 운영한다는 계획이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다. 성범죄를 당하고도 ‘미투’를 외치지 못하는 장애여성들에 대한 정부와 시민사회단체의 이해와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장애인단체 역시 자정운동을 벌이는 동시에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장애인식 개선을 선도하고 미투운동과 위드유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정부와 사회가 장애여성 스스로 미투운동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인권회복의 선결과제임을 알아야 한다. 미투운동은 또 하나 적폐청산의 시대적 요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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