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에게 외국수어통역을 제공하면 문제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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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에게 외국수어통역을 제공하면 문제가 되나?
  • 편집부
  • 승인 2018.01.29 15:32
  • 수정 2018-01-29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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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환 /수어통역사 
지난해 말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진행되었다. 입법예고가 되었던 개정안은 윤소하 의원(정의당)이 발의한 것으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참여하였다.
 올해는 장차법이 시행된 지 10년째가 되는 해이다. 이러한 시기에 윤소하 의원이 발의한 장차법 개정안은 의미기 크다. 장차법이 시행되는 동안 법을 개정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고, 일부 개정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윤소하 의원의 발의안은 그동안의 개정안과 다른 몇 가지 의의가 있다.
 첫째, 의료적인 요소와 별개로 ‘사회적 요인’이라는 단일 요소만으로도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장애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둘째, 복지시설로서 건강증진시설을 포함하고, 여성장애인의 보육과 장애인 참정권, 재난 등에서 정당한 편의가 포함되었다.
 셋째, 교육에서도 정당한 편의의 내용이 대폭 확대했는데, 발달장애인이 제공 대상으로 새롭게 포함되었다. 그리고 시각, 청각장애인 등에게 제공하여야 하는 정당한 편의를 확대하였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외국수어’도 재학 중인 청각장애인에게 제공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넷째, 유명무실화한 법무부장관의 장애인 차별에 대한 시정명령을 실효성 있도록 하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문제는 입법예고 기간에 온라인으로 올라온 의견들이다. 224건의 의견이 올라왔는데, 모두가 반대한다는 내용들이다. 개정안의 내용을 이해 못한 채 싸잡아서 반대한 의견도 있지만, ‘사회적 요인’ 즉, 장애개념을 확대한 것과 청각장애인에 대한 ‘외국수어통역의 제공’에 반대한다는 것이 상당수이다. 
 반대 의견 가운데 장애의 개념과 외국수어통역에 대한 내용들을 요약해보면, ‘사회적 요인으로 장애인을 양산할 수 없다.’, ‘사회적 요인에 의해 장애인의 차별이 일어나지 않는다.’, ‘외국수어통역을 제공하면 한국이 다국어 나라가 된다.’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대 의견들을 들여다보면, ‘무지’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애의 사회적 요인은 거부할 수 없는 국제적인 흐름이고, 우리나라가 비준한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도 그러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장애인과 관련한 개별법에서 그러한 요소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또한 2015년 제정된 ‘한국수화언어법’에서 수어를 ‘국어와 동등한 언어’로 지정하고 있으니 우리나라도 다국어 국가로 진입한 셈이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이나 입법의 상황도 모르면서 윤소하 의원 개정안을 ‘큰일을 낼’ 내용처럼 반대하고 비난하는 행동은 ‘무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장애인들의 오랜 운동으로 장애의 사회적 요소가 보편적인 장애정책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일부 법률에 도입들이 되고 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등 장애인단체들의 운동의 산물인 ‘한국수화언어법’ 제정도 이러한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윤소하 의원 개정안에서와 같이 장차법에서 장애 개념의 확대는 너무나 필요하며, 당연한 것이다. 학교에서 비장애인들에게 외국어 교육을 하듯이 청각장애인들이 자유롭게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외국수어통역 제공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장애계는 이들을 나무랄 수 있을까 돌아보아야 한다. 장애계가 장애의 벽을 깨기 위한 치열한 운동을 하면서도 일반 대중에 대한 설득을 얼마만큼 했는지 말이다. 장애인 운동에 대한 홍보는 전략적으로 했으면서 비장애인들의 인식을 개선하려는 전략은 어느 정도 세웠었는가 말이다.
 물론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의 노력은 장애계보다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 그리고 장애계도 그동안 나름대로 다양한 노력들을 해왔다. 그럼에도 윤소하 의원의 장차법 발의안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장애계가 곱씹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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