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겨냥한 복지 부정수급 근절책
상태바
잘못 겨냥한 복지 부정수급 근절책
  • 편집부
  • 승인 2017.11.24 09:18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잘못 겨냥한 복지 부정수급 근절책
 
 정부가 복지예산 부정수급 문제를 근절하겠다며 복지 부정수급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복지서비스 수급 자격이 없는 데도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는 것을 막기 위해 '기초생활보장 적정급여 TF'를 구성, 운영 중임을 밝혔다. 이를 위해 다음 달까지 일정 기준 이상 고액재산을 보유한 사람 등을 대상으로 재산소득 변동사항 확인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의약품 과다 투약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의료급여자에게 일부 본인부담금을 부과하는 등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도 추진된다. 복지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장애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우려를 나타내는 것도 정부는 알아야 한다. 복지 부정수급을 엄벌하는 것은 당연하나, 일부 부정수급을 핑계로 수급자 전체를 예비범죄자 또는 도덕적 해이자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최근 수사 중인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이 보도된 후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영학 사건을 언급하며 부정수급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영학은 딸의 치료비 명목으로 지난 12년간 개인 후원금 12억8천만 원을 받아 여러 대의 자동차를 소유하는 등 호화생활에 탕진하면서 이를 숨긴 채 기초생활급여 1억2천만 원까지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 국민들의 공분을 산 것이다. 복지부는 국무총리의 지적을 복지 관련 급여뿐만 아니라 국가 보조금 전반에 대한 지적으로 받아들여 근본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국무총리가 이영학 사건을 언급했다는 점을 빌미로 기초생활보장 급여에 한정해 부정수급자 색출을 주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내놓는 정부대책이란 사정칼날이 항상 힘없는 취약계층을 겨냥한다는 게 문제다. 
 그러나 이영학 사건과 같은 사례는 시민사회단체가 지적했듯이 일부 부정수급자의 악의적인 재산 은닉과 그의 재산변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으로 빚어진 일임을 알아야 한다. 게다가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복지급여 부정수급 현황 및 근절을 위한 개선과제)를 보더라도 현재 복지 분야 부정수급 대부분은 기관에서 저지르는 비리임을 알 수 있다. 2015년 수급액 95조6251억 원 중 적발된 부정수급액은 790억 원이다. 이 중 국민건강보험 요양기관이 679개 기관에 323억 원, 노인장기요양보험이 774개 기관에 235억 원 등 기관 비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은 1만3496명에 146억 원, 국민건강보험 개인의 경우엔 6만2122명에 69억 원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진짜 큰 도적은 눈감고 좀도둑만 건드려 단속하는 시늉을 하는 셈이다.
 전 정권에서도 줄곧 부정수급 근절, 복지예산 효율화를 입에 달고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복지서비스 수급자 중에서도 취약계층을 표적 삼아 밥줄을 위협했다. 말로는 수급자 선정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어 중복급여를 방지하겠다는 주장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복지축소를 위한 꼼수였음이 드러났다. 정부가 뒤로는 복지예산 절감을 목표로 정작 복지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는 빈곤층을 외면하고 적발에만 혈안이 됐던 것이다. 이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복지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취약계층이었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현 정부의 복지부가 현재 벌이고 있는 '기초생활보장 적정급여 TF' 운영은 바로 전 정권하에서 쥐꼬리만 한 복지급여를 빌미로 빈곤층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세우던 트라우마를 들추어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좀도둑이 아닌 진짜 도적을 잡을 궁리를 하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